[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경복궁 근정전, 창덕궁 인정전, 창경궁 명정전, 덕수궁 중화전 등 모든 궁궐의 정전에는 어좌 뒤에 일월오봉도병(日月五峯圖屛)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또한, 태조의 어진을 모신 전주 경기전의 어진 뒤에도 오봉도가 설치되어 있지요. 이처럼 이 병풍은 아무 곳에서나 사용한 것이 아니라 임금이 앉는 자리 뒤에 놓였던 특수한 그림입니다. 이 병풍의 그림 <일월오봉도>는 하늘에는 흰 달과 붉은 해가 좌우로 나뉘어 둥그렇게 떠 있고, 그 아래로 다섯 개의 산봉우리가 우뚝 솟아있어 일월오봉도입니다. 그리고 산 아래로 크게 출렁이는 파도가 나타나고, 그림의 좌우 양쪽 끝으로는 붉은 몸통을 드러낸 소나무가 있습니다.
또 그림에서 다섯 봉우리 중 가운데 봉우리가 가장 크게 두드러지면서 화면의 중심이 되고 있으며, 그 양 옆에 솟은 두 봉우리 사이에 달과 해를 두고, 그 아래 골짜기에서 폭포가 떨어지며, 산 아래의 물과 연결됩니다. 그리고 그림의 옆에 대칭적으로 솟은 자그마한 둔덕 위에는 역시 두 그루의 소나무가 대칭을 이루며 솟아있습니다. 곧 이 그림은 완벽한 대칭과 균형을 강조하는 구성을 보여주는데, 현재 남아있는 오봉도병과 오봉도병을 그린 문헌 속의 삽화들은 모두 같은 구성을 보여주지요.
오봉도병은 그 쓰임에 따라 규모와 형식이 구분되었는데, 현존하는 것들은 8폭과 10폭 병풍이 많고, 높이가 4미터에 가까운 것도 있지만, 대개는 150cm 안팎 크기입니다. 궁궐의 정전 어좌 뒤에 사용된 오봉도 병풍은 규모가 크고, 어진의 뒤에 설치되는 경우는 규모가 작은 편이었지요. 이 일월오봉도는 중국이나 일본에서는 발견되지 않고 오직 조선에서만 기록되고, 확인되어 조선 고유의 문화와 사상을 반영한 그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