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함양 벽송사 삼층석탑
- 이 달 균
기실 나무는 탑이 되고 싶었고
탑은 한 그루 나무이고 싶었다
널 보며 또 다른 나로
돌아가고 싶었다
선 채로 천년을 살면 무엇이 보일까
키 세워 더 멀리 보면 무엇이 보일까
차라리 눈을 감아라
심안(心眼)마저 꺼버려라
벽송사(경남 함양군 마천면 광점길 27-177)는 혼자 가도 좋고 일행과 함께여도 좋다. 요즘은 제법 알려진 탓으로 관광객들의 발길도 끊기지 않아 고즈넉함은 덜 하다. 하지만 함양이야 어느 곳과 견주어도 손색없는 곳이 아닌가. 개평마을이 그렇고 상림숲이 또한 그렇다.
오도재 지리산 제일관문을 지나면 마천면이다. 그렇게 벽송사에 닿는다. 벽송사는 조선 중종 때(1520년) 벽송 지엄선사에 의해 창건되었으며 서산대사와 사명대사가 도를 깨달은 유서 깊은 사찰이라 한다. 경내를 걷다가 “정진 중, 출입금지”라고 기와에 쓴 분필글씨를 보았다. 이 글을 보니 진정 “절 답다!”는 생각이 든다. 절은 보여주는 곳이 아니라 정진하고 수행하는 도량임을 새삼 깨닫는다.
삼층석탑에 키를 맞추는 소나무는 굽어져 굄목이 고개를 받히고 있다. 나무의 끝가지는 탑을 향하고 있는데 탑은 짐짓 못 본 척 시침을 떼고 있다. 하지만 기실 나무는 탑이 되고 싶고, 탑은 나무가 되고 싶은 것은 아닌지. 유한한 존재는 무한에 이르고 싶고 무한한 존재는 스러져 사라지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힐 때도 있으리라. 탑은 불교를 멀리하던 조선 전기에 세웠는데 그 양식은 불교 조형예술이 발달한 신라 때의 기본양식을 본받고 있다. 대부분 탑은 법당 앞에 자리 잡고 있는데 이 석탑은 법당 뒤쪽 언덕에 세워져 있는 것이 특이하다.(시인 이달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