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정혜사터 십삼층석탑
- 이 달 균
친구여 생의 인연 하나 만나지 못했다면
지상에 흔적 하나 남기지 못했다면
서라벌 별밭에 숨은
미인도(美人圖) 보러가자
도덕산 해 기운다고 발길 재촉 마라
왕조 저문다고 눈물 보이지 마라
보아라 허리 곧추세우고
이승의 강을 건너는
경주 옥산서원 지나 도덕산과 자옥산 자락, 국보는 40호 십삼층석탑은 거기 서 있었다. 어떤 담장도, 제어할 누구도 없는 산 녘, 미인은 원래 외로운 팔자인가 보다. 단풍 드는 가을 정경이 이리 아름다운데 전혀 밀리지 않는 탑의 미려함이라니. 맑은 날 찾아간 십삼층 탑은 신라의 하늘을 이고 있었다. 이끼 낀 세월 속에서도 젊은 날의 자태는 고스란히 드러난다. 고개 숙일 일도, 타협할 이유도 없다. 그저 과거에서 미래로 가는 여정이 당당할 뿐이다.
정혜사터 일대의 경작지에는 부서진 기왓장만 어지럽다. 가져오고 싶은 것이 있을까 찾다가 그만두기로 한다. 멀리서 볼 땐 그리 크지 않아 보였지만 가까이 가 보면 한참을 올려다봐야 한다. 당시로선 매우 큰 건축물로서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으리라 짐작된다.
13층이란 층수도 예사롭지 않거니와 기단부와 초층탑신의 양식, 탑신과 옥개석이 한 개의 돌로 조성되는 등 통일신라의 독특한 양식을 보여 매우 독특한 탑으로 평가된다고 한다. 또한, 각 부의 양식은 물론 조성수법에서도 오직 하나밖에 없는 특이한 사례라고 하니 경주에 가면 반드시 보고 와야 할 탑이다. (시인 이달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