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영일 생태과학연구가] 팽나무[학명: Celtis sinensis Persoon]는 느릅나무과의 ‘낙엽이 지는 넓은 잎의 키큰나무’다. 늦봄에 자그마한 팽나무 꽃이 지고 나면 바로 초록색 열매가 열리기 시작한다. 가난하던 시절의 시골 아이들은 주위의 모든 곳이 놀이터였고 장난감 재료였다. 그중에서도 팽나무는 아이들과 가장 친근한 나무였다. 초여름 날, 콩알만 한 굵기의 열매를 따다가 작은 대나무 대롱의 아래위로 한 알씩 밀어 넣은 다음, 위에다 대나무 꼬챙이를 꽂아 오른손으로 탁 치면 공기 압축으로 아래쪽의 팽나무 열매는 팽하고 멀리 날아가게 된다. 이것을 ‘팽총’이라고 하는데, 팽총의 총알인 ‘팽’이 열리는 나무란 뜻으로 팽나무란 이름이 생겼다.
다른 이름로는 달주나무, 매태나무, 평나무, 폭나무라고도 부르고, 영명은 ‘Chinese-hackberry’다. 남부지방에서 부르는 다른 이름은 포구나무다. 배가 들락거리는 갯마을, 포구(浦口)에는 어김없이 팽나무 한두 그루가 서 있는 까닭이다. 한방에서는 박유지(樸楡枝), 박수피(樸樹皮)란 약재명으로 처방한다. 약재로 중요한 자원식물이다. 꽃말은 ‘고귀함’이다.
어린잎이 자주색에서 자줏빛을 띤 녹색으로 되는 것을 자주팽나무(for. purpurascens), 잎이 달걀을 거꾸로 세운 듯한 모양의 바소꼴이고 늙은나무에 있어서 잎의 길이가 11cm인 것을 섬팽나무(for. magnifica), 잎이 둥글고 끝이 갑자기 뾰족해지는 것을 둥근잎팽나무(for. rotundata)라고 한다. 옛날부터 방풍림이나 녹음을 위해 심었다. 목재는 가구재나 운동기구재로 이용되며, 도마의 재료로 가장 좋다. 나무껍질에서 섬유를 얻기도 하였고 열매는 조류의 먹이가 되기도 한다.
팽나무는 느티나무와 함께 마을 주변에서 많이 볼 수 있는 향토수종이다. 나무의 기세가 강건하고 아무 데서나 자라고, 싹이 잘 터서 우리나라의 정자목 가운데 느티나무 다음으로 많이 심겨 있는 수종이다.
팽나무는 느티나무나 은행나무와 더불어 오래 산다. 천 년을 넘긴 나무도 있으며, 남부지방의 당산나무는 흔히 팽나무인 경우가 많다. 옛날에 배를 매어두던 나무로 천연기념물 494호로 지정된 고창군 부안면 수동리의 팽나무는 키 12미터, 줄기 둘레 6.6미터, 나이 400살에 이르며, 우리나라 팽나무 가운데 가장 굵다. 커다란 버섯 갓을 닮은 모양새는 한 폭의 수채화를 보는 것같이 아름답다.
《산림경제》에는 “소나무, 팽나무(彭木), 참나무에서 나는 버섯은 독이 없다”라는 나온다. 그러나 백성들과 함께 자연 속에 묻혀 조용히 살아가는 팽나무는 농사에 얽힌 여러 가지 전설을 간직한 채 살아왔다. 봄에 일제히 잎이 피거나 윗부분부터 싹이 트면 풍년이며, 그 반대일 때는 흉년이라는 등 기상목(氣象木)의 역할을 하기도 했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것들은 부안의 팽나무 말고도 제34호(전라남도 광양군 옥룡면), 제82호(전라남도 무안군 청계면 청천리의 팽나무와 개서어나무의 줄나무, 면적 5,544㎡, 인공방풍림의 역사적 유물), 제161호(제주도 남제주군 표선면의 팽나무는 느티나무와 함께 천연기념물로 지정), 제309호(부산직할시 북구 구포동 면적 1주 314㎡, 노거수‘ 수령 500년), 제310호(전라남도 무안군 현경면, 1주 214㎡, 노거수, 수령 400년) 등이 있다.
팽나무 전설로 전남 광양시 옥곡면 장동에 팽나무 전설이 전해 오고 있다. 장동 임전에 서 있는 이 팽나무는 수령이 약 500살이 넘은 자연수로 높이 약 20m, 흉고직경 1.2m 높이에서, 4방 25m가 되는 노거수 이야기다.
1592년 임진왜란이 일어나던 해 심야에 이 나무 부근에서 이상한 울음소리가 바람결에 들리기 시작하여 사람들이 잠을 깨어 나무 밑으로 가보았더니 이 나무가 우는 소리가 틀림없었다. 수십 명의 사람이 나무 밑에 모였을 때 나무에서 바람이 일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틀림없이 마을에 재앙이 올 것을 나무가 예고 주는 것으로 생각하여 걱정하고 있을 무렵 갑자기 왜병들이 마을을 향하여 쳐들어오고 있었다. 마을 사람들은 이들을 보고 매우 놀랐으나 왜병들은 오히려 자기들이 오는 것을 미리 안 사람들이 나무 밑에 모여 자기들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하여 후퇴하여 버렸다.
며칠 뒤 왜병들은 다시 이 마을을 급습하여 먼저 이 나무 밑에 진지가 있었다고 생각하여 나무에 올라가 나뭇가지를 마구 잘라냈는데 잘린 나뭇가지가 땅에 떨어지면서 나무 밑에 있던 왜병들이 모두 나뭇가지에 깔려 죽어 버렸다. 이 일로 왜병들은 다시는 이 마을에 들어오지 못했다 한다. 마을 사람들은 이 나무의 고마움을 잊지 않고 당산목으로 모셨으며 돌림병이 생기거나 어려운 일이 있으면 이 나무에 비는 풍속이 생겨나게 되었다. 그 뒤 심한 돌림병이 발생하여 많은 사람이 앓게되자 마을 사람들은 이곳에 제수를 차려놓고 정성을 들였으며 그 나뭇잎을 주워다 약으로 끓어 마셨다. 그런데 이 약을 마신 사람은 모두 병에서 안전하게 나았다고 하며 이 전설이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어 아직도 이 나무는 소중히 여겨지고 있다.
팽나무는 전국적으로 분포하고 인가 근처의 평지에서 자란다. 줄기가 곧게 서서 높이 20m, 지름 1m에 달하고 가지가 넓게 퍼진다. 수피는 회색이며 가지에 잔털이 있다. 잎은 어긋나고 달걀 모양에서 달걀 모양 타원형이며 윗부분에 톱니가 있다.
꽃은 5월에 피며 윗부분의 잎겨드랑이에 1∼3개의 암꽃이 달린다. 꽃받침조각은 4개이며 수꽃에는 4개의 수술과 퇴화한 1개의 암술이 있다. 또 암꽃에는 짧은 수술과 암술대가 2개로 갈라진 1개의 암술이 있다. 열매는 핵과로서 둥글고 지름 7mm의 등황색으로 10월에 익으며 맛이 달다. 표면에는 그물 같은 주름이 있다.
팽나무에는 스카톨(Skatol), 인돌(Indol) 등이 함유되어 있어 진통, 상처가 부은 것을 다스리는 효능을 가지고 있으며 혈액의 순환을 활발하게 하여 한방에서 중요한 약재로 처방한다. 적용질환은 요통, 관절통, 심계항진, 월경불순, 습진, 종기 등이다. 어린잎을 봄에 따서 날것으로 먹거나 나물로 먹으며, ‘팽’이라 부르는 열매는 8~9월에 따서 날것으로 먹거나 기름을 짜서 사용한다. 나무껍질은 월경불순이나 소화불량에 약재로 쓰기도 한다.
[참고문헌: 《원색한국식물도감(이영노, 교학사)》, 《한국의 자원식물(김태정, 서울대학교출판부)》, 《우리나라의 나무 세계 1(박상진, 김영사)》, 「문화재청 문화유산정보」, 《Daum, Naver 지식백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