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로운 빛이 온누리에 넘쳐흘러

2020.11.30 12:45:27

제4회 김만덕주간 <김만덕, 그녀의 삶과 정신> 전시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김종주 조모께서 섬이 굶주릴 때 크게 베푸셔서

남다른 은혜를 입어 금강산에 들어가기에 이르니

사대부들이 기록하여 전하고 노래로 읊은 것은 고금에 드물다

이 편액을 써서 주어 그 집에 표한다

 

번역: 김익수 / 김만덕 6대손 김균 기증(2010.04.)

 

조선 후기의 대표적인 서예가 추사 김정희는 제주로 유배 온 뒤, 김만덕의 3대손 김종주에게 편액 하나를 써 준다. 거기에는 ‘은광연세(恩光衍世)’, 곧 ‘은혜로운 빛이 온 세상에 넘쳐흐르다’라는 뜻의 문구가 적혀 있었다.

 

 

 

김만덕은 1739년(영조 15년) 제주에서 양인의 딸로 태어났으나 어렸을 때 부모를 여의고 관가의 기생이 되었다가, 24살이 되던 해 양인 신분을 회복하고 객주를 차려 거상이 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1794년 사상 최악의 갑인년 흉년으로 제주 인구의 1/3이 굶어 죽고, 설상가상으로 조정의 구휼미마저 풍랑에 배가 난파되어 받을 수 없게 되자 전 재산으로 쌀 수백 석을 사들여 수많은 백성을 살려냈다.

 

이에 감동한 정조는 임금을 뵙고 금강산을 유람하는 것이 꿈이었던 김만덕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의녀반수(醫女班首)라는 벼슬을 내려 입궐시킨 뒤 친히 그 공로를 칭찬하고, 편히 금강산 유람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하였다. 이후 그녀는 다시 제주에 돌아와 제주민의 존경을 받으며 ‘만덕할머니’로 불리다가, 1812년(순조12년) 세상을 떠났다.

 

세월이 흘러 1840년 무렵, 추사가 제주에 왔을 때 김만덕은 이미 세상을 떠난 지 오래였지만 제주 사람들은 여전히 그녀를 칭송하고 있었다. 추사는 최악의 흉년에서 전 재산을 내놓아 수많은 목숨을 구한 그녀의 선행을 귀히 여겨, 그 후손에게 직접 편액을 써준 것이다.

 

이러한 「恩光衍世」 편액 원본과 김만덕 묘비문, 김만덕 표준영정 등의 귀중한 자료를 한 자리에 볼 수 있는 전시가 마련됐다. 제주특별자치도와 (사)김만덕기념사업회(상임대표 고두심)가 주최하고, 김만덕기념관(관장 김상훈)이 주관하는 제4회 김만덕주간 ‘김만덕, 그녀의 삶과 정신’ 전시가 11월 28일부터 12월 5일까지 김만덕기념관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김만덕 국가표준영정과 은광연세(恩光衍世) 편액, 김만덕 묘비문 탁본자료 원본이 공개된다. 아울러 중국 서안에서 김만덕의 정신을 기리고자 기증한 김만덕 국가표준 영정 모사도, 전지공예 작품 및 은광연세 편액 필사작도 함께 선보인다.

 

또한, 기념관에서 지난 5년 동안 김만덕의 정신을 주제로 만든 이야기책도 전시되어 보는 재미를 더한다. 김만덕의 생애를 바탕으로 제작된 이야기책 《나눔의 빛을 따라》와 《만덕과 푸른항아리》, 나눔 정신을 주제로 한 이야기책 《허운데기》와 《우리들의 나눔》 이야기가 라이트닝 액자, 미니어처, 렌티큘러 액자 등으로 전시된다.

 

 

 

 

일찍이 부모를 잃고 기녀가 되었다가, 겨우 다시 양인이 되어 거상으로 우뚝 서기까지 온갖 고초를 겪으며 재산을 모았을 김만덕. 그러나 공동체가 위기에 처했을 때 힘들게 모은 전 재산을 풀어 수많은 생명을 살린 은혜는 당대는 물론, 오늘까지도 세세손손 세상을 비추는 빛이 되었다.

 

코로나19로 어려운 시기를 맞은 지금, 이번 전시는 그런 김만덕의 생애를 돌아봄으로써 나눔과 희생 정신을 되새기고 몸소 실천하는 계기가 되어줄 것이다.

 

우지원 기자 basicfor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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