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로 감상하는 한글, 작가 한재준

2021.02.15 11:42:01

청주시립미술관 오창전시관, <한글ㆍ예술>전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우리의 고유 글자인 한글은 우리의 자랑스러운 유산이다. 소리를 내는 구조에 따라 문자가 만들어진 한글 창제의 원리는 《훈민정음》 해례본에 실려있는데, 한글을 실제로 사용할 수 있도록 설명하고 널리 알린 이 해례본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올랐다.

 

한글의 이 과학적인 창제 방식은 조형에서도 드러난다. 신비로움을 담고 있는 한글의 조형성을 예술 작품으로 승화해 한글이라는 문자가 지닌 폭넓은 가능성을 보여주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문자 추상에 대한 흥미에서 한글에 관심을 갖기 시작해 오랜 시간 한글을 연구해온 한재준 작가의 청주시립미술관 오창전시관 <한글ㆍ예술> 전시다. 이 전시는 오는 2월 28일까지 열리고 있다.

 

 

서울여자대학교 시각디자인과 교수이기도 한 한재준 작가는 한글이 소리와 꼴, 뜻이 하나의 이치로 이어진 글자이자 인류의 역사에 없던 새로운 형식과 내용으로 이루어진 문자임을 깨닫고 1980년대 후반부터 한글의 특성과 우수성을 알리기 위한 글꼴 개발, 저술 활동, 전시 기획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쳐왔다. 한 작가는 ‘타이포잔치 비엔날레_ 타이포그래피와 사물’, ‘궁중문화축전_ 한글타이포전’, ‘세계문자심포지아 2016_행랑’, ‘LANGUAGE SHOW LIVE IN LONDON’, ‘이기불이(理旣不二)_ 영감과 소통의 예술’, ‘아시아 문자전’, ‘광주디자인비엔날레’, ‘한글, 스승전’ 등에서 다양한 디자인적 시도를 통해 한글의 예술성을 선보였다.

 

특히 지난 2018년 세종 즉위 600돌을 기념하는 <한글타이포전>이 경회루 앞 수정전 일원에서 있었는데 이때 한 작가는 한글자모를 이어서 만든 동물과 사람 형태의 조형물을 잔디밭에 늘어놓은 형태인 <붉은 한글>를 설치하여 큰 호응을 받았다. 한 작가는 당시 대담에서 “무엇보다 <붉은 한글>의 주인공은 “슈”다. “슈”는 ㄱ자 두 개, ㅏ자 한 개로 구성되었다. 그런데 슈는 변신술의 천재다. 한글의 최소주의, 전환무궁함, 무한확장성을 보여준다.”라며, 붉은 한글>의 의의를 말해주기도 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붉은 한글>을 확장하여 ㄱ, ㄷ, ㅇ, ㅏ, ㅡ, ㅣ 6개 자모만으로 구성한 ‘씨알한글’ 또는 ‘한글씨알’이라는 체계를 선보였다. 그는 ‘씨알한글’에 관해 “6개 자모로 오늘의 한국말을 표기할 수 있는 활자 체계다. 다양한 재료나 형식으로 확장 중인데, 대표적인 것이 평면적인 자력(자성이 있는) 활자이고, 또 하나가 입체적인 맞짬 활자 체계라는 것이다. ‘맞짬’이라는 표현은 ‘자모 조각이 잘 맞아떨어지게 짜인다.’라는 뜻이다. 훈민정음 창제 철학과 원리를 응용했고, 최적화와 무한 확장성을 고려했다.”라고 말한다.

 

그는 “사람을 깨우고자 한 깊은 뜻이 담겨있는 한글은 꼴에도 뜻이 있는 꼴뜻소리글자로 표의성까지 지녔으며, 소리와 꼴과 뜻을 하나의 이치로 풀어낸 착상과 표현 원리는 남다른 예술형식”이라 말한다. 그리고 우리에게 일상적으로 누리는 한글과 <훈민정음>을 예술로 대하길 권유한다. 그를 통해 한글에서 문자 이상의 모습과 또 다른 세계를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에서 한재준 작가는 《훈민정음》 해례본 서문에 나온 다름과 소통의 가치, 예술적인 확장의 가능성, 배려의 태도, 실용정신을 실마리로 삼아 ‘감정 소통 체계를 기반으로 한 문자형식의 예술’로서의 한글을 선보인다. 특히, 전시가 열리고 있는 청주는 세종대왕이 머물며 요양을 하고 한글창제를 마무리한 행궁이 자리했던 곳으로, <한글ㆍ예술>전의 의미를 더하고 있다.

 

훈민정음 창제의 바탕이 되는 ‘이기불이(理旣不二)’와 ‘자수간요 전환무궁(字雖簡要 轉換無窮)’이라는 철학을 핵심으로 하는 전시에서 작가는 하늘과 땅, 사람 사이의 어울림의 이치를 강조하며 모든 조형물을 6개의 한글 자모로 표현, 현장에서 조립 및 설치를 했고, 직접 만든 자력 활자를 전시장에 뿌려 모두가 한글을 놀이와 예술로 누릴 수 있도록 했다.

 

 

 

한 작가는 이번 전시를 관람하는 데 유용한 귀띔을 해준다. “전시장에 설치된 모든 조형물은 현장에서 직접 한글 자모를 짜 맞추듯 설치했다. 전시가 끝나면 분리ㆍ해체될 것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더 흥미로울 수 있을까? 그냥 편안하게 구석구석 봐 주면 좋겠다. 오히려 전시 관람 뒤에라도 《훈민정음(해례본)》 33장을 한 장 한 장 그림책 넘겨보듯 읽어 볼 것을 권한다. 그저 해설서로 알려진 이 책은 넘기면서 봐야 제맛인데 내용과 형식이 정말 예술이디.”라고 말이다.

 

앞으로의 계획에 관해 “훈민정음과 한글, ‘한글씨알’ 체계를 중심에 놓고, 물 흐르듯 움직여 보겠다.”라고 말하는 한재준 작가에게 그의 앞날이 밝아지면, 우리 한글의 미래도 밝아질 것이란 믿음을 가져본다.

 

 

김영조 기자 pine996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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