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세시풍속 전시를 완전 새롭게 재현

  • 등록 2021.03.23 11:3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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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면 개편한 국립민속박물관 상설전시관2 《한국인의 일 년》 재개관

[우리문화신문=한성훈 기자]  국립민속박물관(관장 김종대)은 상설전시관2 《한국인의 일상》을 《한국인의 일 년》으로 개편하고, 2021년 3월 20일(토)부터 관람객에게 공개한다. 기존의 전시 주제와 공간, 전시품을 전면 개편해 일 년을 주기로 되풀이된 우리의 삶을 보여주는 방식을 취한 새로운 전시 내용을 담고 있다.

 

 

 

‘경진년대통력’ 등 귀중한 자료로 채워진 세시풍속의 새로운 모습 전시

 

《한국인의 일 년》은 〈봄〉, 〈여름〉, 〈가을〉, 〈겨울〉 등 계절에 따른 세시풍속, 생업과 신앙, 의식주의 생활상이 펼쳐진다.

 

 

 

이번에 개편한 전시관에는 귀중한 자료가 가득해 주목된다. 이 가운데 ‘경진년대통력(庚辰年大統曆), 보물 제1319호’는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조선 시대 달력으로, 역법(曆法)과 활자(活字) 연구에 매우 중요한 자료로 관람객의 시선을 끌게 될 것이다.

 

또한, 유숙(劉淑, 1827~1873)이 ‘수계(修禊, 흐르는 물에 몸을 씻어 나쁜 기운을 털어버리고 복을 기원하는 의식)’하는 모습을 그린 풍속화인 ‘수계도권修禊圖卷’도 주목된다. 이 그림은 1853년 삼짇날 남산에 중인(中人) 30명이 모여 봄날의 경치를 읊는 시를 짓는 현장을 세밀하게 묘사해 학계의 높은 관심을 끄는 작품이다. 이와 함께 정성채 박사가 기증한 고려 성종 15년(996년)에 만들어진 우리나라 최초의 주화(鑄貨)인 ‘건원중보(乾元重寶)’와 조선 고종 22년(1885년) 발행의 매우 희귀한 ‘일량주석시주화(一兩朱錫試鑄貨)’도 있다.

 

 

또한, 국립민속박물관의 민속현장 조사를 통해 수집한 겨리쟁기도 이번에 소개된다. ‘겨리쟁기(두 마리의 소가 끄는 쟁기)’는 다른 나라와는 다른 우리 고유의 쟁기로서 전국 여러 곳을 수소문한 끝에 강원도 홍천에서 발견한 매우 귀중한 민속자료이다.

 

이밖에 설날 풍경을 묘사한 엘리자베스 키스Elizabeth Keith, 1887~1956의 ‘정월 초하루 나들이’(판화), 봄철 파종한 씨앗을 눌러주는 제주지역 ‘남태’, 여름철 김매기와 모내기를 위해 결성한 두레패를 상징하는 ‘농기’, 미역 채취용 ‘떼배’, 수확한 곡식의 쭉정이나 먼지를 날려 보내기 위해 바람을 일으킨 ‘듸림부채’, 겨울철 꼬막 채취에 사용한 ‘뻘배’ 등의 전시품도 있다.

 

 

□ 부채와 선풍기: 전통과 근현대의 풍속 변화상

 

 

새롭게 개편한 전시관에는 전통 시기와 근현대 시기 자료와 사진, 영상이 함께 배치되어 풍속 변화상을 한눈에 읽어볼 수 있다. 그 예로 여름 ‘더위나기’ 주제에는 전통 시대 부채와 죽부인, 그리고 20세기의 선풍기와 빙수기계가 함께 전시되어 여름철 풍속 변화를 엿볼 수 있다. 또한, 겨울의 ‘난방과 방한’ 주제에는 조선 후기의 화로와 20세기의 연탄난로, 석유난로를 함께 보여줌으로써 겨울철 난방기구의 변화상을 이해할 수 있다. 이처럼 전통 시기에 머물지 않고 기억 속의 가까운 과거를 소환해 관람객이 소중한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 고품격 전시공간 구성 및 감각적인 연출

 

무엇보다도 개편한 전시장은 안정적인 색조와 저반사유리 진열장 설치 등 고품격 전시공간으로 이루어져 기존 전시품 감상과 격이 다른 맛을 보여준다. 전시장 입구에서는 경직도 병풍과 이를 입체(3D)맵핑 영상으로 만든 실감형 영상이 관람객을 맞이하며, 전시장 곳곳은 사계절 풍경 영상을 배경으로 자료와 사진, 자료 영상이 펼쳐진다.

 

전시장은 민속 현장의 분위기를 전달하면서도 감각적으로 연출되었다. 특히 위도띠뱃놀이와 제주 영등굿에 등장하는 ‘띠배’와 ‘배방선’, 동해안의 미역 채취에 쓰이는 ‘떼배’를 전시한 공간은 이들 자료와 바다, 파도를 실감 영상으로 표현해 마치 바다에 떠있는 듯한 현장감을 선사한다. 또한, 추석 차례상은 기존 모형 방식에서 탈피해, 곽종석(郭鍾錫, 1846~1919)의 《육례홀기(六禮笏記)》를 바탕으로 제물 진설 모습을 영상으로 연출했으며, 체험 코너로 새해 운수를 보는 윷점과 설 아침 밖으로 나가 처음 듣는 짐승의 소리로 한 해의 운수를 점치는 청참(聽讖)도 마련했다.

 

 

□ 체험과 장애인을 배려한 전시 기법

 

이번 개편에서는 장애인을 배려하는 전시 기법이 다양하게 시도되었다. 점자패널은 물론 촉각 전시물과 큰 책자를 비치했다. 각 부의 주제를 설명하는 패널에는 점자를 포함한 촉지도점자 배치도를 함께 배치해 시각장애인의 관람을 돕고 있다. 아울러 ‘고써레’, ‘키’ 등의 자료를 입체(3D)프린터로 제작한 촉각 전시물을 배치해 시각장애인이 전시품을 손으로 만지고 느낄 수 있다. 이 밖에 전시품 설명과 사진을 크게 인쇄한 책자를 통해 노인이나 저시력자를 배려했다.

 

 

□ 지난날과 현재, 그리고 미래의 일 년을 떠올리는 전시

 

전시장 후반부 실감형 전시관 〈한옥에서의 사계절 풍경과 삶〉에서는 경북 경주 양동마을에서 옮겨온 한옥을 배경으로 주변 벽면에 양동마을에서 현지 촬영한 풍경을 바탕으로 사계절 정취를 생생하게 전달한다.

 

한 해가 가고 새로운 해가 다가오듯이 예나 지금이나 우리의 삶은 그렇게 흘러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시대에 따라 한국인의 일 년 모습과 의미는 변했지만, 그 속을 관통하는 값어치는 이어진다. 새롭게 선보이는《한국인의 일 년》이 코로나19로 힘겨웠던 지난날을 위로하는 전시가 되기를 기대한다.

 

 

한성훈 기자 sol119@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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