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도좌창 <초한가>는 초(楚)와 한(漢) 전쟁 이야기

  • 등록 2025.09.09 11:09:10
크게보기

[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748]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만고영웅 호걸들아 초한 승부(楚漢勝負) 들어보소. 절인지용(絶人之勇) 부질없고 순민심이 으뜸이라”로 시작하는 서도 좌창, 초한가(楚漢歌>는 초(楚)패왕 항우와 한(漢)패공, 유방(劉邦)의 전쟁 이야기이다. 이 싸움에서 항우가 패하고, 유방이 이긴 내용을 서도특유의 창법으로 부르는 노래가 바로 초한가인데, 그 첫대목의“절인지용 부질없고 순민심이 으뜸”이라는 말이 우리를 감동시키는 것이다,

 

곧 남이 따를 수 없을 만큼 뛰어난 용기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백성들 마음에 순응하는 순민심(順民心)이 더더욱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는 말이어서 더더욱 감동적이다. 상대의 마음에 순응하여 그들의 마음을 얻는 일, 그 일이 어찌 전쟁이나 정치에만 한정되는 말일까? 우리의 일상에서도 수없이 확인되는 대상이 분명하다. 다시 말해 아주 사소한 일이라도 매사가 상대의 마음을 얻지 못한다면, 나와 그가 진정으로 통하는 길은 없기 때문이다.

 

각설하고. 지난번 인천에서 개최된 2025년도 <유춘랑 서도소리 발표회> 무대에서 그의 선창(先唱)으로 시작한 서도좌창, <초한가(楚漢歌>는 초와 한나라의 싸움을 주제로 부르는 노래다.

 

이 과정에서 유방의 군사인 간계 많은 이좌거(李左車)가 초패왕을 구리산으로 끌어들인 작전이라든가, 또는 달 밝은 밤에 장자방(張子房)이, 옥통소(玉洞簫)를 불도록 해서 초나라 8,000 군사를 흩어지게 만들어 초 나라 항우를 패망시켰다. 이러한 결과는 결국 한패공이 그의 부하 장수들과 백성들의 마음을 움직였기에 가능한 결과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초한가>는 좌창(坐唱)으로 분류되는 서도의 대표적인 긴소리의 하나다. 사설의 내용도 비교적 이해하기 쉽게 짜여 있고, 가락 또한 상청(上淸)으로 지르는 소리여서 부르고 듣기에 시원시원하다. 그래서일까? 서도의 다른 좌창과는 달리, 비교적 빠른 변박(變拍) 장단으로 진행되는 부분이 많아 재미있고, 사설의 내용 또한, 친숙하여 누구나 좋아하는 소리로 알려져 있다.

 

 

<초한가>의 시작부분 사설은 이미 지난주에 소개하였거니와 이번 주에는 그 후반 부분의 사설을 주해를 참고하며 읽어 보도록 한다.

 

“호생오사(好生惡死-살기를 좋아하고 죽기를 싫어함) 하는 마음,

사람마다 있건마는, 너희는 어이하여 죽길 저리 즐기느냐,

철갑을 고쳐 입고 날랜 칼을 빼어드니,

천금같이 중(重)한 몸이 전장검혼(戰場劍魂-싸움터의 칼 귀신)이

되겠구나. 오읍(嗚泣-탄식하며 흘리는 눈물)하여 나오면서

신세자탄(身勢自嘆)하는 말이,

내 평생 원하기를 금고(金鼓-쇠붙이 타악기와 가죽으로 만든 북)를

울리면서 강동으로 가쟀더니, 불행히 패망하여 어이 낯을 들고 부모님을

다시 뵈며, 초강(楚江)백성 어이보리.

전전반측(輾轉反側-누워 뒤척이고 잠을 이루지 못하며) 생각하니,

팔년풍진(八年風塵-8년간 치룬 초한전쟁) 다 지내고,

적막사창(寂寞紗窓-쓸쓸하고 고요한 창가) 빈 방안에 너희 부모

장탄수심(長歎愁心-긴 탄식과 걱정 근심이 깊은)

어느 누구라 알아를 주리. 은하수 오작교는 일년 일차 보건마는,

너희는 어이하여 좋은 연분을 못 보느냐.

초진중(楚陣中-초나라 진영에 있는) 장졸들아, 고향소식 들어보소.”

(이하 줄임)

 

<초한가>의 음절은 4글자씩 비교적 규칙적으로 짜여 있으나, 장단의 짜임은 불규칙적인 진행이 대부분이다. 선율의 진행은 비교적 높은 음역에서 이어가지만, 스스로 장단을 치며 특유의 역동성을 들어내기는 만만치 않은 편이다. 긴 잡가를 비롯한 서도의 시창이나 민요들은 특유의 창법이라든가, 다양하고 특수한 시김새의 표현법이 요구되기 때문에 오랜 기간의 공력이 담보되지 못한다면 능숙한 표출이 어렵다.

 

<초한가>의 끝부분은 다음과 같이 느리고 낮은 가락으로 맺는데, 이 부분의 가락이 곧, 서도의 대표적인 민요, <수심가(愁心歌)>조다.

 

“한왕(漢王)이 관후(寬厚-너그럽고 두터운 성격)하사,

불살항군(不殺降軍- 항복하는 자는 죽이지 않는다) 하오리다.

가련하다. 초패왕은 어디로 갈거나>“

 

수심가 가락을 긴 잡가의 종지형 선율로 맺고 있는 형식을 보면, 서도지방 사람들이 <수심가>를 얼마나 선호하고 있는가 하는 점을 짐작할 수 있다. 가사의 내용으로는 남도의 단가로 불리고 있는, <초한가>나 <홍문연가>에 나오는 내용과 유사한 부분이 대부분이지만, 그 사설 위에 얹혀 있는 가락의 전개라든가, 창법, 또는 장단의 형태나 빠르기, 기타, 다양한 표현법들은 남도의 그것과는 서로 다른 구분이 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다음 주에 계속)

 

 

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suhilkwan@hanmail.net
Copyright @2013 우리문화신문 Corp. All rights reserved.


서울시 영등포구 영신로 32. 그린오피스텔 306호 | 대표전화 : 02-733-5027 | 팩스 : 02-733-5028 발행·편집인 : 김영조 | 언론사 등록번호 : 서울 아03923 등록일자 : 2015년 | 발행일자 : 2015년 10월 6일 | 사업자등록번호 : 163-10-00275 Copyright © 2013 우리문화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ine9969@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