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슈퍼리치와 시리아 난민의 관계는?

2021.05.30 13:31:23

[공연평] 드림플레이 극단 연극, <자본2 : 어디에나 어디에도>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파나마에 위치한 로펌 모색 폰세카(Mossack Fonseca & Company)의 기밀 문건을 확보해서 추가 취재 후 공개한 저널리즘 운동. 전세계 80여개 국가의 100곳 이상의 언론사들이 동참한 프로젝트이며 2016년 4월 3일(KST 4월 4일)에 동시에 터트린 초대형 스캔들이다. 모색 폰세카에서 조세 피난처라고 알려진 파나마,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 등지에 설립한 역외 회사 그리고 주주 리스트가 데이터베이스화 돼서 공개되었다. 유출된 정보를 바탕으로 추가로 확보한 명단도 서서히 공개되고 있다. 연루된 인물로는 각국의 정치 지도자, 마약상, 무기상, 연예인, FIFA 관계자, 기업가, 범죄자, 그리고 스포츠 스타들이 포함되어서 충격을 줬으며 (가운데 줄임) 점차 한국 기업가와 정치인, 관료 등 저명한 인사들의 명단이 공개되며 큰 정치 스캔들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위는 <나무위키>에 나와 있는 “파나마 페이퍼즈”의 설명이다. 오는 6월 6일까지 서울 혜화동 선돌극장에서는 극단 드림플레이의 <자본2: 어디에나, 어디에도> 공연이 열리고 있다. 이 연극은 바로 이 “파나마 페이퍼즈”를 다룬 작품이다. 연극의 주제로서는 쉽지 않은 조세도피처를 드나드는 글로벌 금융자본의 비밀을 파헤치는 “다큐 드라마(docu-drama)”인 것이다. 1% 슈퍼리치(연봉 10억 원 이상의 소득이 있는 부유한 사람)들의 부를 지켜주기 위해 탈세와 불법 거래를 일삼는 자산관리사들과 이들에 맞서는 국제 탐사보도 기자들의 활약이 긴박감을 동반하여 극적으로 펼쳐진다.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 속에서 한 자리 띄어 앉기의 선돌극장은 주중인데도 만원이다. 서울 시내 극장들이나 텔레비전만 해도 ‘킬링 타임’이라는 이른바 시간때우기 영화나 공연이 넘쳐나는데 따분할 법도 한 연극에 이렇게 관객이 관심을 보이는 까닭은 무엇일까?

 

이 연극은 2002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하여 서울연극제 희곡상, 동아연극상 작품상&희곡상, 대산문학상 등을 받은 작가이자 연출가 “김재엽”과 극단 “드림플레이 테제21”가 작심하고 만든 공연이다. “김재엽”과 “드림플레이 테제21”가 이제는 아무도 읽지 않는 칼 마르크스의 《자본론》 읽기를 시도해 본 것이다. 그들의 외침처럼 연극예술 노동자로서의 배우들이 ‘상품과 노동’, ‘잉여가치’, ‘노동의 소외’를 자신의 일상적 삶에서 재발견해나가는 ‘살아있는 정치경제학 비판’이었다.

 

 

 

 

연극은 <쥐트도이체 차이퉁(Süddeutsche Zeitung, 남독일 신문)>의 탐사 전문기자인 바스티안 오버마이어와 프레드릭 오버마이어에서 동기를 얻은 막스 토비아스(김시유 분)와 프리드리히 토비아스(장찬호 분)가 등장하여 불법 거래의 온상이었던 대형로펌 ‘모색 폰세카’의 비밀을 캐내기 위한 작전을 시작한다. 이들은 국제탐사보도 언론인협회(ICIJ) 라일 데이비드(백운철 분)와 마리나 카브라(현림 분)를 비롯하여 몰타의 1인 위키리크스 다프네 갈리치아(윤안나 분), 한국의 뉴스타파 탐사 전문기자까지 금융자본의 어두운 진실을 찾는 국제탐사 기자들의 맹활약이 생생하게 전달된다.

 

극에는 트럼프와 푸틴, 엘리자베스 여왕과 시진핑을 비롯한 세계 정상급 지도자와 그 최측근들은 물론 애플, 나이키, 테슬라, 이케아, 페이스북, 스타벅스 등 국제적 기업과 세계적인 팝스타 마돈나, U2의 보노, 라틴 팝의 여왕 샤키라와 키이라 나이틀리, 재키 찬 같은 영화배우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 지아니 인판티노 FIFA회장, FC 바르셀로나의 리오넬 메시까지 글로벌 자본주의의 스타들의 추악한 면이 고발된다.

 

 

 

그러면서 중간중간에 시리아 난민들의 울부짖음이 처절하고, 이런 장치가 이 극의 따분함을 상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자본의 검은 거래와 자본은 국경을 자유롭게 넘나들지만, 그로 인해 전쟁과 국제분쟁에 시달리면서 국가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떠도는 난민들은 자유롭게 국경을 넘지 못한다는 설정이다. 이 난민들 또한 <자본2>가 주목하는 또 하나의 세계시민이다.

 

그리고 이 연극은 “21세기 동시대 한국 사회의 연극예술가들뿐만 아니라, 이 땅의 노동자 대부분이 겪어야 하는 노동의 조건과 생존의 문제는 더욱 절박해졌다. 더욱이 코로나19로 인해 파괴되어 가는 공동체에 대한 감각은 구조적 모순에 대한 비판의식이나 다중지성의 연대에 대한 모색보다 누구도 쉽게 희망에 대해서 말할 수 없는 ‘각자도생의 디스토피아’를 짙게 드리운다.”라며, “모두가 팬데믹 시대로 고통받고 있지만, 우리는 공동체적 감각의 회복을 꿈꾼다.”라고 외친다.

 

 

속도는 더디겠지만 공동체적 감각 회복할 수 있을 것

<자본2 : 어디에나 어디에도> 연출자 김재엽 대담

 

 

- 이 연극은 일반적인 연극이 아닌 것은 물론 텔레비전 다큐도 아닙니다. 어떻게 이런 연극을 기획하게 되었나요?

 

“ 우리나라에도 예전 뉴스타파에서 1%의 슈퍼리치와 페이퍼컴퍼니에 대한 얘기를 보도한 적이 있지만, 일반 대중이 그것을 체계적으로 들여다볼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검색하면은 다 나오는 세상이지만, 이런 디지털 정보만 가지고서는 이게 총체적으로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는 알 수 없지요. 그런데 관객들이 극장에서 연극을 통해 체험하다 보면 어렴풋이나마 그에 대한 이해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 배우들이 작품을 이해하고 연기에 쉽게 몰입할 수 있었습니까?

 

“사실 이 작품은 자본에 관한 공부가 바탕이 되어 있어야 하는 것은 물론 외국인과 외국기관 이름이 많이 나오는 것이어서 일단 대사를 이해하고 외는 것 자체가 많이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단원들은 이런 문제에 관한 기초적인 이해가 있는 사람들이고, 우리 극단이 창단된 지 18년이 되어 오랫동안 함께 해와 호흡이 잘 맞았던 덕분에 그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 19 세계적 대유행 시대에 어떻게 공동체적 감각을 회복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요?

 

“물론 연극 한 편으로 공동체적 감각이 당장 회복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따분할 수도 있는 이런 연극을 관람하러 온다는 것만 가지고도 공동체를 생각하는 마음 자세가 되어 있는 관객이 아닐까요? 그런 관객들에게 슈퍼리치와 페이퍼컴퍼니의 어두운 면을 드러내는 것은 물론 극의 바탕에 시리아 난민 얘기를 깔고 있어서 이를 함께 생각할 수 있도록 도와주면 속도는 더디겠지만 관객들을 통해 공동체적 감각을 회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져 봅니다.”

 

- 19 세계적 대유행 시대에 공연을 올렸다. 참으로 어려운 도전이었을 텐데...

 

“물론 공연도 열기 어렵지만, 객석 띄어 앉기를 해야 해서 많은 어려움이 있습니다. 그래서 단원이 거의 두 가지 일을 하는 것은 물론 여러 문화단체의 지원을 받아서 겨우 꾸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라도 공연을 할 수 있다는 것이 행복하고, 우리의 뜻을 관객들에게 알려낼 수 있음이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 계획하고 있는 또 다른 작품은 무엇이 있나요?

 

“저희가 자본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자본1>을 무대에 올렸었고, 지금 <자본2> 공연을 하고 있는데 앞으로 <자본3>까지 계획하고 있습니다. 어렵지만, 꾸준히 우리의 목소리를 내고 무대를 꾸려나가는 행복을 맛보려 합니다.”

 

대담 내내 김재엽 연출가는 담담하지만, 확신에 차 있었다. 글로벌 금융자본의 비밀을 파헤치는 일은 정말 소중하지만 이를 연극으로 대중에게 알려내는 일도 정말 소중한 일이라고 외치는 듯하다. 우리가 칼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읽는 것이야 어려운 시도일 테지만, <자본2 : 어디에나 어디에도> 연극을 보고 1%의 슈퍼리치와 페이퍼컴퍼니가 연루된 검은 자본과 시리아 난민과의 관계를 이해하기는 쉽고도 재미난 일이 아닐까?

 

 

김영조 기자 pine996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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