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법은 달라도 목적지는 같다는...

2021.07.28 11:15:18

예수와 붓다 두 스승은 지금도 깨달음의 형태로 존재한다
[이동식의 솔바람과 송순주 107]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한 여름철은 피서철이라고 해서 사람들은 시원한 계곡이나 바다를 찾아 몸을 식힌다. 그런데 이런 때에 인간의 참된 삶은 무엇인가를 찾으려는 종교적인 구도를 찾는 사람들도 절이나 교회의 휴양공간 등을 찾는다. 거기서 자신이 믿고 의지하는 대상과의 대화를 통해 삶의 의미를 찾고 거기서 자신의 삶을 재설정하곤 한다. 불교도 기독교도 천주교 가톨릭도 이 점은 공통인 것 같다. 그런데 그들이 믿고 따라는 가르침은 서로 같은 것인가? 다른 것인가?​

 

티베트의 영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는 1994년 9월 영국 런던에서 열린 존 메인 세미나에 주인공으로 초청됐다. 베네딕토 수도회의 존 메인 신부를 기리기 위해 해마다 국제적으로 열리는 이 세미나를 준비한 신부들은 자신들이 가려 뽑은 성경 사복음서의 대표적인 구절들을 미리 달라이라마에게 건네주고 그것에 대해 강의해줄 것을 제의했다. 역사적으로 전무후무한 이 제의를 기꺼이 받아들인 달라이 라마는 북런던에 있는 미들섹스 대학의 강의실에서 '예수의 가르침'에 대해 강의를 시작했다.​

 

"사람들은 종종 어떤 종교를 믿으면서 타 종교에 대해 배타적인 감정을 느끼곤 합니다. 자신이 가는 길만이 유일한 진리의 길이라는 감정이지요. 이런 감정을 가지면 다른 종교의 사람들과 접촉하는 것을 두려워하게 됩니다. 이것에서 벗어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명상적인 삶을 통해 자신이 현재 걸어가고 있는 길의 진정한 가치를 느끼는 것입니다. 그때 다른 사람의 길에서도 똑같이 소중한 가치를 발견할 수 있는 것입니다."​

 

유명한 마태복음 5장 43절,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 원수를 사랑하며 너희를 핍박하는 자를 위해 기도하라 이같이 하면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의 아들이 되리라"라는 구절을 같이 읽은 달라이 라마는​

 

"저는 이 구절을 읽으면서 예수님의 복음서가 특히 강조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느꼈습니다. 그것은 모든 생명에게 사랑을 베풀고 차별하지 않는 마음을 가지라는 것입니다. 모든 존재, 특히 적에 대해 사랑을 베풀 능력을 갖추려면 먼저 평등하게 바라보는 일이 중요합니다. ...평등한 마음을 더 많이 가질 수 있는 특별한 방법이 있습니다. 불교의 시작에서는 윤회와 환생을 생각하는 것이 평등심을 갖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반면에 그리스도인들이 평등한 마음을 키우려고 한다면 창조론을 떠올려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모든 존재는 하느님에 의해 창조되었기에 때문에 모두가 평등하다는 믿음입니다. 이러한 믿음이 마음속에 자리 잡는 순간 평등한 마음이 싹트기 시작합니다. ...

 

이 평등심을 바탕으로 우리는 모든 사람에게 관용과 인내와 사랑, 자비를 베푸는 일이 얼마나 좋은 일인가를 깊이 명상해야 합니다. 우리는 또한 자기중심적 생각과 친구와 적에 따라 완전히 달라지는 감정이 우리에게 가져다주는 손해와 부정적인 면을 잘 따져봐야 합니다. 하느님은 한 인간으로 당신을 창조하셨고ㅡ 창조주의 바람에 따라서 행동할 자유를 당신에게 주셨습니다. 함께 사는 생명들에게 사랑을 베풀고 인내를 보일 때 여러분은 창조주의 뜻에 맞게 사는 것입니다. 바로 하느님을 기쁘게 하는 것입니다. 어떤 면에서 그것은 여러분이 신성한 하느님에게 바칠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자 최고의 제물입니다."


 

 

불교와 그리스도교는 신의 존재 여부, 창조주 하나님의 문제, 사후세계에 관한 생각이 다르다는 것으로 우리는 알고 있다. 이 문제에 대해 달라이 라마는​

 

"신학적인 차원에서 볼 때, 하느님과 창조의 개념에서부터 그리스도교와 불교의 차이가 생긴다고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저는 누구나 이 개념을 받아들일 수 있는 합리적인 설명이 불교와 그리스도교 양쪽 모두에 공통적으로 존재한다고 믿습니다. 상식적으로 모든 사건에는 원인이 있어야 하며 한 사건이 일어나려면 반드시 그것이 일어나기 위한 어떤 조건과 원인이 존재해야 합니다. 이것은 개인적인 삶에 대해서뿐만 아니라 광대한 우주 전체에 대해서도 진리입니다.

 

우리가 존재하는 것도 어떤 원인이 있어서이고 우주가 존재하는 것도 어떤 원인 때문이라면, 이 끝 없는 문제를 해결하려면 모든 것의 기원이 되는 창조주를 가정하면 될 것입니다. 그러한 창조주를 가정하고 이 우주의 진화 과정과 모든 신비를 살펴보면 창조주를 전지전능한 신으로 여기는 것이 정말 당연한 일로 여겨질 것입니다. 창조주에 대한 믿음을 마음속에 갖고 있을 때 여러분은 자신이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목적을 새삼 자각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러한 믿음은 도덕성을 키우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결국 두 종교가 가르치는 것은 같다는 것을 달라이 라마는 차분하게 설명한다.​

 

"불교와 그리스도교처럼 오랜 역사를 가진 두 종교를 견줄 때, 우리는 두 종교의 창시자들에 관한 이야기가 놀랄 만큼 비슷하다는 것을 발견합니다. 그 두 분은 자신들의 삶을 통해서 가장 중요한 가르침을 주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발견합니다.

 

부처님의 생애에서 발견할 수 있는 가르침의 핵심은 '네 가지 숭고한 진리'로 나타납니다. 고통의 진리, 고통의 원인에 대한 진리, 고통의 소멸에 대한 진리, 이러한 고통과 소멸로 인도하는 길에 대한 진리가 그것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생에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이 예수님의 삶을 떠올린다면, 그분의 삶 속에 그리스도교의 근본이 되는 모든 가르침과 수행이 구체화하여 나타나 있음을 알게 될 것입니다. 또 하나 제가 예수 그리스도와 고타마 붓다의 삶에서 발견하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오직 시련과 헌신과 끝없는 정진을 통해서만, 그리고 자신의 원칙을 굳게 지킴으로서만, 영혼이 성장하고 구원을 얻는다는 사실입니다."


 

 

사흘 동안의 이 특별세미나의 참석자들은 수도회의 신부들이었다. 그들은 달라이 라마에게 그들이 모르는 불교에 관해 물었고 달라이 라마가 자신들의 종교와 그 가르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물었다. 마지막으로 던져진 가장 중요한 물음은 부활이었다. 세미나를 준비한 로렌스 신부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복음서에서 예수님이 죽어서 부활하고 승천하기까지의 중간 단계들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현재의 예수님은 거기에 적혀 있는 것과는 또 다른 모습으로 이 세상에 존재합니다. 오늘날 우리는 예수님이 성령을 통해 존재한다고 말합니다."​

 

이에 대해 달라이 라마는 말했다.​

 

"불타 석가모니는 역사 속의 인물이었습니다. 그분은 특정한 시간과 공간, 배경과 환경 속에서 존재하셨습니다. 하지만 부처님의 의식과 마음의 흐름은 계속 이어져 왔고 지금도 항상 존재하고 있습니다. 불타 석가모니는 사라지고 없지만, 부처님의 존재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결국 예수와 붓다 두 스승은 인류의 고통의 원인과 해법을 온 몸을 던져서 찾아내어 그것을 이 세상에 전하고 갔는데, 그 두 분의 가르침은 깨달음의 형태로, 성령의 형태로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이 아주 특별한 대화에서 두 종교의 최고 수행자들이 한자리에서 확인한 셈이다. 불교도 그리스도교도 절을 찾고 교회를 찾아 부처와 신을 만나고 거기서 깨달음과 삶의 힘을 받는다. 예수도 붓다도 길을 가는 방법은 다르지만, 목적지는 같은 곳, 사랑과 자비, 그리고 인내와 헌신이라는 가르침이었음을 알게 된다. 올해 여름에 이런 깨달음이 전국에 많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동식 인문탐험가 lds@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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