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본질은 그리움이런가?

2021.10.27 11:38:36

[이동식의 솔바람과 송순주 119]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대학생 때 우연히 시작한 클래식 기타, 마침 유난히 많은 데모로 학교가 자주 휴학에 들어갈 때 혼자서 악기를 사고 교재도 사서 연습하였지만 제대로 배우지 못해 진척은 나가지 않고 결국 찻잔 속의 태풍이 되었다. 그렇지만 클래식 기타 음악을 듣는 것은 나의 일생의 즐거움이었고 그 음악은 나의 진정한 반려자였다. 아니 현재도 진행형으로 계속되고 있다.

 

클래식 기타 곡 중에 내가 즐겨듣는 게 남미 작곡가 아구스틴 바리오스 망고레의 곡이다. 흔히 바리오스로 부르는 이 작곡가의 <대성당>이란 곡은 <숲 속의 꿈>이란 곡과 함께 현대 기타 음악의 명곡으로 사랑을 받고 있다. <대성당>이란 음악을 듣자고 하면 첫 곡이 Preludio인데 괄호 속에 Saudade라는 설명이 붙어있다. 바리오스의 곡에는 이런 Saudade라는 이름의 곡이 유난히 많다. 그 뜻이 궁금해져 뜻을 알아보느라 품을 좀 팔았다. 그랬더니 그 뜻이 맘에 들었다. 이 가을에 텅 빈 가슴을 대변하는 바로 그 말이었던 것이다.

 

 

 

사우다드란 말은 포르투갈말이다(일본에서는 이를 사우다지로 읽는다. 포르투갈 발음이 원래 그런가?). 혹은 갈리시아지방의 말인데 아마도 포르투갈과 스페인 사이의 지방의 말인 것 같다. 영어로는 그대로 번역할 단어가 없다고 한다. 우리말로는 어떨까? 그 단어의 설명을 영어로 풀어놓은 것을 보면 깊은 향수의 감정, 지금은 없는 사람이나 사물에 대한 아주 깊고 깊은 그리움, 그것도 멜랑콜리한 그리움을 뜻한다고 한다. 거기에다가 그러한 그리움의 대상이 결코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임을 알고 있다는 것까지를 전제로 한단다. 그래서인가 어디선가 혹 longing이라고 번역한 경우를 보기는 했다.

 

'사우다데'란 제목의 위 그림에서 여성이 풍기고 보여주는 분위기와 의미가 딱 그런 것처럼 한마디로 지금 채워지지 못한 뭔가를 그리워한다는 뜻일 게다. 한마디로 올해 이 아름다운 가을이 그렇게 아름답고 시리도록 사무치고 뼈에 파고드는데, 우리가 이 가을이 다시 우리에게 오지 않을 것임을 알고 있으면서 이 가을에 느끼는 이 복합적인 감정, 어쩌면 우수이기도 한 그것이 곧 사우다드인 것이다. 이 가을의 사우다드, 그것이 바로 지금 내 가슴 속에 있는 감정이자 느낌인 것이다.

 

 

 

아. 나는 오늘에서야 비로소 알게 되었다. 바리오스 음악의 본질이 바로 사우다드인 것임을. 클래식 기타의 본심이 바로 사우다드에 있음을. 내가 이 소리에 미쳐 평생을 살았고 그 소리를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이 사우다드에 있었음을. 오늘 도달한 이 사우다드라는 말이야말로 내 가슴 속을 늘 맴돌던 그 감정이자 음향이자 메아리였음을.

 

비슷한 느낌을 주는 기타곡으로 브라질의 작곡가 Dilermando Reis(1916~1977)가 작곡한 Eterna Saudade 란 곡이 최근에 많이 사랑을 받고 있다. 영원한 사우다드라는 제목인데 '영원한 그리움' 혹은 '영원한 애달픔'정도로 풀 수 있을까? 어떤 이는 이를 "끝나지 않는 그리움"이라고 풀이한 것을 보았는데 아마도 이게 더 어울릴 것 같다. 과연 이 곡도 그런 느낌이다. 브라질도 포르투갈어를 쓰는 나라이니 감성이 통할 것이다.

 

포르투갈인들의 음악인 파두는 그 본질이 사우다드란다. 가수 훌리아 이글레시아스도 자신의 조국땅인 갈리시아에 대한 연정을 사우다드로 불렀다고 한다. 포르투갈인들이 건설한 나라 브라질에서는 해마다 1월30일이 사우다드의 날이란다. 이날 브라질인들은 누구에게 무엇에게 그리 그리움과 아쉬움을 느끼고 한숨을 쉬는 것일까?

 

 

​나는 오늘 왜 이리 사우다드에 가슴이 멍해지는가? 그것은 지나간 청춘 때문인가? 이루지 못한 사랑 때문인가? 뜻한 바를 얻지 못했다는 아쉬움과 자괴감 때문인가? 그 많은 날들에서 완전한 만족을 찾지 못하고 인생을 낭비한 것이 아닌가에 대한 후회 때문인가?

 

기후 변화로 올 가을은 유난히 늦게 오고 있지만 싸늘한 기운이 볼을 때릴 때에는 뭔가가 아쉽고 그리운 사우다드로 나도 모르게 끌려들어간다. 오늘은 집에 가면 사우다드라는 제목이 붙은 곡만을 찾아서 들어야겠다.

 

이동식 인문탐험가 lds@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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