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흔들릴수록 마음과 살림을 여며야

  • 등록 2026.03.27 11:2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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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이 늘어나는 시대, 삶의 바탕을 다시 챙길 때
[오늘의 토박이말] 여미다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요즘 젊은 세대의 살림살이가 갈수록 무거워지고 있다는 기별이 들립니다. 가진 것보다 빚이 더 많은 집이 40만 가구를 넘었고, 그 가운데 20대와 30대가 적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집값과 생활비는 오르고, 벌이는 쉽게 늘지 않다 보니 젊은 세대의 삶이 점점 팍팍해지고 있습니다. 이런 기별을 들으며 떠오른 생각은 거창한 방법보다 삶을 다시 차분히 챙기는 자세가 먼저 필요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떠올린 토박이말이 ‘여미다’입니다.

 

《고려대한국어사전》에서는 ‘여미다’를 옷깃을 바로잡아 단정하게 모으는 일이라고 풀이합니다. 바람이 불 때 옷깃을 여미면 몸이 따뜻해지듯이, 흐트러진 것을 가지런히 모아 단단히 챙기는 모습입니다. 또 마음이나 생각을 차분히 가다듬는 것도 여민다고 하고, 하던 말이나 일을 끝까지 잘 마무리하는 것도 여민다고 합니다. 옷깃을 여미는 데서 시작해 마음과 삶을 단단히 챙기는 뜻까지 넓게 쓰이는 말입니다.

 

우리는 살면서 “옷깃을 여미다”라는 말만 자주 씁니다. 날씨가 추워지면 옷깃을 여민다고 말하고, 옷을 단정하게 차려입을 때도 이 말을 씁니다. 하지만 이 말은 거기서 멈추지 않아도 좋겠습니다. 마음을 차분히 가다듬을 때도 마음을 여민다고 말할 수 있고, 살림을 정리하고 계획을 세울 때도 살림을 여민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루 일을 잘 마칠 때는 하루를 잘 여민다고 말해도 좋겠습니다. 이렇게 쓰임을 넓히면 우리의 말글살이도 훨씬 넉넉해집니다.

 

 

기별 속 젊은 세대의 빚 이야기에도 이런 여밈의 자세가 꼭 있어야 합니다. 들온 돈과 나간 돈을 다시 살펴보고, 꼭 필요한 것부터 차근차근 챙기며 삶을 여며야 합니다. 마음이 흔들릴수록 계획을 세우고, 살림이 어려울수록 작은 것부터 정리해야 합니다. 옷깃을 여미면 몸이 따뜻해지듯이, 삶을 여미면 미래가 조금 더 안정됩니다.

 

우리의 삶은 언제나 순탄하지만은 않습니다. 돈 문제로 걱정할 때도 있고, 일 때문에 마음이 무거울 때도 있습니다. 그럴수록 서두르기보다 잠시 멈춰 서서 마음을 여미고, 살림을 여미고, 하루를 여미는 일이 필요합니다. 그렇게 하나씩 갈무리해 나갈 때 삶은 다시 제자리를 찾게 됩니다.

 

오늘 하루를 마치며 나는 무엇을 여미며 살고 있는지 떠올려 보면 좋겠습니다. 지갑일 수도 있고, 마음일 수도 있고, 시간일 수도 있습니다. 작은 것 하나라도 잘 여미면 삶은 덜 흔들리고, 내일을 준비할 힘이 생길 것입니다. 

 

[여러분을 위한 덤]

말은 쓰는 만큼 넓어집니다. 옷깃을 여미는 데서 그치지 않고 마음을 여미고, 살림을 여미고, 하루를 여미며 살아 보면 어떨까요? 우리의 말이 넉넉해질수록 우리의 삶도 더 단단해질 것입니다.

 

[오늘의 토박이말]

여미다

    뜻: 옷깃이나 마음, 살림, 일을 흩어지지 않게 단단히 정리하고 가다듬는 것을 이르는 말

    보기: 어려울수록 마음과 살림을 차분히 여미며 살아야 한다.

 

[한 줄 생각]

어려울수록 삶을 여미는 마음이 앞날을 지켜 줍니다.

 

이창수 기자 baedalmaljig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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