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장(罷場)

2022.03.11 12:32:55

[이달균 시조집 《말뚝이 가라사대》와 함께하기 7]

[우리문화신문=이달균 시인]  

 

어허, 할 말 많은 세상,

그럴수록 더욱 입을 닫으시오

조목조목 대꾸해봐야

쇠귀에 경 읽기니 침묵이 상수요

 

대신 이놈 말뚝이 잘난 놈 욕도 좀 하고

못난 놈 편에서 슬쩍 훈수도 두려 했는데

어째 영 초발심의 절반도 이뤄내지 못했소

 

그나마 세상이 조금은 변해서

‘오적(五賊)’의 시대는 아니니

이쯤에서 그만둘라요

 

말뚝이 지치니 비비야 나오너라

비비 몸은 사람 형상

머리에 뿔 달렸고

무엇이든 잡아먹는 희한한 괴수요

그런 비비 뛰어나와 양반 징치하지만

종말엔 결국 서로를 얼싸안고

한바탕 웃고 놀고 끝낸다오

 

 

소인놈이 펼친 마당은

사연 많은 우리네 삶의 상처와 얼룩

어루만지는 난장이믄 됐소

지 아무리 고되고 힘들어도

매구치고 놀다보믄

종국엔 영롱한 눈물만 남던 것을

 

그런 법석 한판을 벌이고 싶었던 게요

어떻소? 그러면 된 것이 아니오?

결국은 지지고 볶아도

어울더울 살자는 게지

표창 던져 니 죽고 내 살자는

악다구니는 아니니

구경꾼은 앉아도 좋고 서도 좋소

 

이 마당을 펴는데

이래저래 도움 주신 선배, 친구, 후배님들

인사드릴 분이 한두 분이 아니오

 

뭐니 뭐니 해도 길을 열어주신

고성오광대 이윤석 회장님,

항상 가까이서 맥을 집어주시고 처방을 해 주신

김열규, 장경렬 교수님

 

그 외도 많은 분의 도움이 있었으니

이놈 말뚝이 그 황감한 마음을

어찌 다 말로 할 수 있겠소

 

어쨌거나 장도 파장이고

마당놀이도 끝났응게

안녕히들 들어가시오

 

얼쑤!

 

 

이달균 시인 moon150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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