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고교수업료무상화 배제와 투쟁'전시 도쿄서 열려

2022.04.21 11:04:43

맛있는 일본이야기 646

[우리문화신문= 이윤옥 기자] “나는 학살 현장인 사할린의 설원에 서게 되면 일본인이 저지른 뿌리 깊은 원죄를 뼈저리게 느낀다. 1923년 9월 1일 관동 지방을 강타한 미증유의 대지진이 일어났을 때 약 6천여 명에 달하는 조선인이 군대와 민간인에 의해 학살당한 사실이 떠오른다. 사할린 사건은 제2의 관동대지진 사건이다. 패전기 혼란 상태라는 상황보다도 일본군과 일본인이 조선인에 갖고 있던 차별의식과 편견이 대량 학살을 낳은 것이다. 전쟁의 엄청난 비극은 병사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고 항상 일반 민중을 할퀴고 지나간다. 일본이 양심이 있다면 강제 연행한 조선인을 맨 먼저 귀국시켜야 했다. 그런데 일본인만 후송하고 조선인은 내버려 둔 것이다. 이렇게 비인간적인 행위가 용서될 수 있을 것인가? 일본 정부는 남겨진 조선인의 비통한 울부짖음을 외면한 채 그들의 귀국 대책에 눈감았다. 인간으로서 양심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즉각 사죄해야 할 것이다.”

                                                - 하야시 에이다이 책 《사할린은 통곡한다》에서 -

 

이는 일본인으로서 일제강점기 시절 조선인 강제 연행 문제를 평생 취재해 기록으로 남긴 기록작가 하야시 에이다이(林えいだい, 1933-2017) 씨의 ‘일본사죄론’의 핵심적인 말이다.

 

‘잃어버린 일본 정부의 양심 부재’는 패전(1945년 8월 15일)으로 끝난 게 아니다. 실은 그때부터 부활했다고 하는 편이 옳다. 조선인을 강제로 끌어다 태평양전쟁의 총알받이로 쓰고, 탄광이나 비행장 건설 현장에 강제노역을 시키고 나서 고국으로 곱게 귀환시키지 않고 일본에 주저앉게 만든 일본!

 

 

그 결과 연장선상의 하나가 재일조선인고교생 무상교육 미실시에 대한 차별이다. 일본 정부의 고교무상화제도는 2010년부터 일본 국회를 통과하여 전면적으로 시행되었지만 2012년 아베정권 출범 이후 조선학교고교무상화제도는 그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지금 도쿄 고려박물관에서 전시 중인 <조선고교수업료무상화 배제와 투쟁 그리고 앞으로(朝鮮高校授業料無償化排除との闘い、そしてこれから)> 전시는 일본 정부의 재일조선인 차별과 이에 대한 문제점을 환기시키고 앞으로의 대책을 세우기 위한 양심있는 시민들의 움직임이다.

 

 

며칠 전 기자는 일본 고려박물관 회원인 마츠자키 에미코(松崎恵美子) 씨로부터 두툼한 국제우편물을 받았다. 내용물은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쉬지 않고 활동한 2021년의 <고려박물관 회보, 61호>를 비롯하여 현재 전시 중인 홍보물 등이 들어 있었다.

 

마츠자키 씨는 고려박물관 회원으로 지난해 고려박물관에서 기획한 <어린이들의 그림편지 교류전 평화를 나누는 그림편지 - 서울·도쿄 (子どもたちの絵手紙交流展-平和を交わす絵手紙 ソウル・東京)>의 책임을 맡았던 인물이다.

 

 

오는 9월 4일까지 도쿄 한복판에서 전시 중인 <조선고교수업료무상화 배제와 투쟁 그리고 앞으로 (朝鮮高校授業料無償化排除との闘い、そしてこれから)> 의 의미를 마츠자키 씨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동안 고려박물관에서는 재일조선인고교의 수업료 무상화를 위해 재일조선인, 일본인 단체, 일반 시민 등이 혼연일체가 되어 집회, 데모, 서명, 가두 홍보 등을 열심히 해왔습니다. 조선학교 학생들이 교육을 받을 권리는 정치적, 외교적 이유에 의해 침해되어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이는 국제연합 사회권규약에도 위반되는 사항이지요. 조선학교 학생들은 일본 정부를 상대로 고교수업료 무상화에 대한 정책을 실시하라고 호소하고 있으나 일본의 사법부는 일본 정부의 판단(조선학교 무상화 반대)을 그대로 따르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번 전시회는 그간의 과정과 앞으로의 행동 전반에 대한 홍보를 겸한 전시회입니다.”라고 전화 통화에서 말했다.

 

오는 9월 4일(일)까지 진행 중인 <조선고교수업료무상화 배제와 투쟁 그리고 앞으로(朝鮮高校授業料無償化排除との闘い、そしてこれから)> 전시는  전시 기간 중인 5월 21일(토) 낮 2시에 하세가와 가즈오(長谷川和男, 동경조선고교무상화연락회공동대표) 씨의 특별강연도 마련되어 있다. 아울러 5월 1일(일)까지 조선학교아티스트들(朝鮮學校の若きアーテイスト達)이란 제목의 전시회도 현재 고려박물관에서 진행 중이다.

 

재일조선학교수업료무상화 문제에 관해서는 국내 논문 <재일코리안 조선학교 민족교육운동과 고교무상화제도 고찰> (임영언, <로컬리티 인문학, 2018.4.>을 참고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이 논문에서 소개한 재일조선학교수업료무상화는 1948-1949년에 발생한 ‘한신교육투쟁’ 에 의한 조선학교 폐쇄사건 및 1960년-1970년대에 걸친 ‘외국인학교법안’ 등의 문제가 2010년 재일조선학교수업료무상화 배제로 이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1945년 8월 15일 일본제국의 패망은 재일조선인들에게는 민족의 긍지를 되찾는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계기였습니다. 일본 각지에서 조선인들은 아이들에게 조선말과 모국의 역사, 전통, 풍습, 예절을 가르치기 위해 조선학교를 세웠지요. 한때 일본 내에 조선학교는 500여 곳이 있었는데 이는 조선인들의 돈과 땀으로 일궈낸 것이었으나 일본 정부는 강제로 학교를 폐쇄하고 탄압을 가해 왔습니다. 이러한 일련의 일에 대해 우리 일본인들은 한국인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해야 합니다. 지금도 계속되는 재일조선인에 대한 차별과 탄압에 대해 우리 고려박물관은 당당히 맞서 재일조선인의 권익을 위해 싸워나갈 것입니다. 재일조선인의 풍부한 민족교육을 지키는 것은 일본인의 중요한 책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는 하라다 교코 씨(原田京子, 일본 고려박물관 전 이사장)의 이야기다. 이번에 기자에게 고려박물관 소식 홍보물을 보내준 마츠자키 에미코 씨, 그리고 일본의 조선침략에 대한 깊은 반성과 재일동포들의 권익을 위해 힘쓰고 있는 하라다 교코 씨를 비롯한 많은 일본의 양심적인 시민들의 활동에 응원을 보내고 싶다.

 

 

코로나19 상황이 조속히 끝나 일본에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다면 도쿄 고려박물관에서 9월 4일까지 진행 중인 <조선고교수업료무상화 배제와 투쟁 그리고 앞으로 (朝鮮高校授業料無償化排除との闘い、そしてこれから)> 전시를 참관하고 다시 기사를 쓰고자 한다.

 

* 일본 고려박물관(高麗博物館)은 어떤 곳인가?

1. 고려박물관은 일본과 코리아(한국ㆍ조선)의 유구한 교류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전시하며, 서로의 역사와 문화를 배우고 이해하며 우호를 돈독히 하는 것을 지향한다.

2. 고려박물관은 히데요시의 두 번에 걸친 침략과 근대 식민지 시대의 과오를 반성하며 역사적 사실을 직시하여 일본과 코리아의 화해를 지향한다.

3. 고려박물관은 재일 코리안의 생활과 권리 확립에 노력하며 재일 코리언의 고유한 역사와 문화를 전하며 민족 차별 없는 공생사회의 실현을 지향한다.

  이런 목표로 일본 도쿄 신오쿠보에 시민들이 NPO 법인으로 설립한 박물관으로 1990년 9월 <고려박물관을 만드는 모임(高麗博物館をつくる会)>을 만든 이래 올해로 30년을 맞이하며 전국의 회원들이 내는 회비와 자원봉사자들의 봉사로 운영하고 있다. 한국 관련 각종 기획전시, 상설전시, 강연, 한글강좌, 문화강좌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고려박물관 찾아 가는 길★

JR 야마노테선(山手線) 신오쿠보(新大久保)에서 내려 쇼쿠안도오리(職安通)

한국'광장'수퍼 건너편 광장 건물 7층

*전화:도쿄 03-5272-3510 (한국어 대응이 가능)

 

이윤옥 기자 59yo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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