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얼쑤! 말뚝이, 양반 훈계

2022.06.17 11:38:44

[이달균 시조집 《말뚝이 가라사대》와 함께하기 21]

[우리문화신문=이달균 시인]  

 

저런저런! 양반님들

떼로 몰려 나왔구려

 

명색이 양반인데 탈바가지 덮어쓰고 꼴깝을 떠는 양이 한심도 하다마는 귀엽기도 하네그려. 모름지기 양반이면 육법전서 읽은 대로 세상주름 살펴주고, 가슴에 나라 국(國)자 붙였으면 국가대사 바로 읽어 옳은 처신 바랐더니, 남의 집 곳간 털어 지져먹고 볶아먹고 하나당 두나당 너거당 우리당 짝짜궁 궁합 제대로 맞춰 돌고 도는 모양을 그냥 두고 볼 순 없어 소인놈 대들보 들어 올려 호박에 말뚝 박고 똥 싸는 놈 까뭉개는 저 잘난 놈들을 향해,

 

메방을

놓아나 줄까

똥침을 콱

찔러나 줄까

 

 

 

<해설>

 

어떻소? 오늘 말뚝이의 눈으로 보니 양반들 그 속셈과 허풍이 잘 드러나 보이지 않소? 양반탈 속에 감춘 허세와 거드름, 뒷짐 지고 걷는 팔자걸음도 우리가 불쌍히 여겨 줌세. 하도 내세울 게 없다 보니 떠는 꼴값이 아니겠는가, 그리 보면 또 한편 귀엽기도 한 것이지.

 

우리가 가슴에 나라 국(國)자 붙여줬으면 국가 대사 바로 읽어 옳은 처신 흉내라도 내야 할 것인데, “남의 집 곳간 털어 지져먹고 볶아먹고 하나당 두나당 너거당 우리당 짝짜궁 궁합 제대로 맞춰 돌고 도는” 당리당략이 참 볼만하다.

 

벼슬 준다고 청문회라고 열어보면 이게 청문인지, 죄인 심판인지 분별이 잘 안 간다. 그리 사람이 없던가. 내 주변엔 능력 있고, 청렴한 이들 부지기수인데, 도대체 어디서 그런 물건들을 꾸어다 앉혀놓았는지. 이럴 땐 똥침이나 콱, 한 번 놓아주고 들판에 나가 피나 뽑고 말자.

 

 

이달균 시인 moon150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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