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봉길 의사 체포 사진은 가짜였다!

2022.10.19 10:50:11

강효백 교수, 상하이도서관서 당시 상황 기사 찾아내
[양승국 변호사의 세상 바라기 203]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우리나라 사람들이라면 대부분 아래 사진이 무엇인지 아시겠지요? 예! 윤봉길 의사가 거사 뒤 체포되는 것으로 알고있는 사진입니다. 윤 의사는 상해 홍구공원에서 열린 일왕 생일축하 겸 전승축하 기념식장에 폭탄을 던진 뒤 현장에서 체포되었지요. 저는 학교 다닐 때 근대사 시간에 이 사진을 본 기억이 납니다. 그렇기에 저는 잡혀가는 사람이 윤봉길 의사라는 것에 대해 별다른 의문을 가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끝없이 의문을 던지는 강효백 교수는 《新 경세유표》에는 싣지 않았지만, 이 사진에 대해서도 의문을 던졌습니다. 강 교수는 1999년 상하이영사관에 근무하면서 이 사진에 의문을 가지고 조사를 벌였던 것입니다. 윤 의사 의거 직후 상하이타임스는 4월 30일 자 기사에서 당시 상황을 이렇게 전합니다.

 

“(폭탄이 터진 뒤) 회오리바람이 소용돌이치는 군중들 사이에 조선 사람 윤봉길이 있었다. 그는 군경들에 의해 구타당해 쓰러졌다. 주먹, 군화, 몽둥이가 그의 몸을 난타했다. 만일 한 사람이 죽게 된다면 바로 그 조선인이었을 것이다. 그는 회색 양복을 입고 있었다. 곧 그 회색 양복은 갈기갈기 찢겨 땅에 떨어졌다. 잠시 뒤 그 한국인은 땅바닥에 쓰러졌는데 아무런 기척도 없었다. 그의 몸은 형태를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였다. 총검을 가진 군경들이 그가 쓰러져 있는 곳에 비상 경계선을 치고 군중들로부터 그를 차단했다. 군경들이 비상 경계선 안에서 그를 감시하였다. 곧 차 한 대가 나타났다. 그 조선인은 (일본군에 의해) 머리와 다리가 들려 짐짝처럼 통째로 차 뒷좌석에 구겨 넣어졌다. 그는 아직 숨을 쉬고 있었다.”

 

그럴 것입니다. 의거 직후 윤 의사는 일본 군경들에 의해 죽도록 두들겨 맞았을 것입니다. 그런 윤 의사가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멀쩡한 모습으로 잡혀가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더구나 손에는 중절모도 들고 있는데, 이건 정말 이상합니다. 그러면 조금만 생각해보아도 이 사진이 좀 이상하다는 생각을 해야 했을 텐데, 왜 나는 전혀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요? 강 교수는 윤 의사 체포 사진의 진위를 좀 더 확인하기 위해 상하이도서관 근대문헌 자료실에서 당시 중국어와 영자신문을 뒤졌답니다.

 

강 교수는 열람 도중 너무 놀라 몇 번이나 비명을 지를 뻔했다고 합니다. 신문에서 소상하게 묘사하고 있는 의거 당시 모습은 그동안 우리가 알고 있던 장면과는 너무 달랐던 것이지요. 위 기사는 당시 강 교수가 찾아낸 신문기사입니다. 당시 강 교수는 이를 열람하기 위해 열람자 기록명부에 자기 이름을 기록했는데, 이름을 기록하면서 보니 열람자 기록명부엔 한국인을 찾아볼 수 없었다는군요. 그만큼 그동안 위 사진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자료를 찾아보려고 한 한국인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그럼 이 사진이 어떻게 오랫동안 윤 의사 체포 당시 사진으로 알려졌던 것일까요? 당시 아사히 신문은 윤 의사 의거를 보도하면서 실감 나게 보도한다고 전혀 엉뚱한 사진을 윤 의사가 체포되던 순간의 사진으로 보도한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를 오랫동안 그대로 믿고 이 사진을 우리 교과서에도 실은 것이구요. 그런데 한번 굳어진 사실을 뒤집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강 교수가 이렇게 충분한 근거를 갖고 가짜 사진임을 주장하였어도, 정부는 견해를 밝히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2008년 10월 8일 당시 독립기념관 관장의 주장에 근거하여 위 사진의 인물이 윤 의사가 맞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강 교수의 재반박으로 SBS방송국이 이에 대해 관심을 두고 탐사를 벌여, SBS는 2011년 3월 1일 특집타큐에서 위 사진이 윤 의사 체포 사진이 아님을 방송합니다. 물론 방송에는 강 교수의 인터뷰도 들어갔고요. 그 후 교과서에서는 이 사진이 삭제되었습니다.

 

사물을 고정관념으로 바라보지 않고 늘 ‘왜?’라는 의문을 가지며 열린 마음으로 탐구하는 강 교수님만이 찾아낼 수 있었던 진실이군요. 그런데 학계에서는 아직도 위 사진을 윤봉길 의사 체포사진으로 믿고 있는 학자들이 있다고 합니다. 믿고 있는 정도가 아니라, 강 교수를 향해서 자기 전공이나 잘할 것이지, 왜 남의 분야에 들어와 이러쿵저러쿵하느냐며 못마땅해하는 학자들도 있다고 합니다.

 

이러니 사람이 한 번 굳어진 인식을 바꾼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실감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역사에서 보듯이, 역사는 이렇게 강 교수님처럼 열정을 가지고 끝없이 의문을 던지고 열린 마음으로 사물과 사건을 바라보는 사람들에 의해 발전됩니다. 강 교수님의 그런 마음가짐과 자세를 존경합니다.

 

 

양승국 변호사 yangaram@lawlogo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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