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국립중앙박물관에는 운현(雲峴)이란 글자가 쓰인 <백자 청화 넝쿨무늬 병>이 있습니다. 이 병은 청화(靑畫) 물감만으로 세련된 화려함을 가장 잘 표현해낸 작품으로 손꼽힙니다. 목은 곧고 긴 편이며 몸체 아랫부분은 공처럼 둥글지요. 유색은 맑고 환하며 청화의 발색도 밝고 선명합니다. 몸 전체를 여백 없이 가득 채운 무늬는 영지버섯 넝쿨무늬입니다. 영지버섯 넝쿨무늬는 십장생의 하나로 19세기에 복을 비는 기복(祈福) 사상의 유행을 보여주면서도, 그림을 그린 솜씨와 정성은 다른 청화백자들과 견줘 한눈에 띄는 수준입니다.
병 전체에 농담(濃淡)을 살려 영지 넝쿨을 정성껏 그렸고 입구 부분과 몸체 밑 부분에 돌린 독경이나 설법 때 법사가 손에 드는 도구인 ‘여의’ 머리 무늬와 연꽃잎 무늬 부분까지 세부를 정성스럽게 묘사하고 청화 물감을 채워 넣었습니다. 굽바닥에는 청화로 ‘운현(雲峴)’이라는 글자를 써넣었는데, 이로 보아 이 병은 1864년 이후에 만들어 흥선대원군 이하응이 살던 운현궁에서 쓰였던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운현(雲峴)이 쓰인 <백자 청화 넝쿨무늬 병>은 굽바닥에 사용처를 쓴 19세기 왕실 청화백자의 대표작입니다. 그런데 청화백자는 중국을 통해서 들여와야 하는 귀한 청화 물감으로 그림을 그린 것이어서 왕실만 쓸 정도로 한층 귀했습니다. 그래서 조선시대 기본 법전인 《경국대전》에 “크든 작든 관청 근무자로서 (가운데 줄임) 금, 은, 그리고 청화백자기를 사용하는 자는 모두 장 팔십에 처한다.’”라는 조항이 있을 정도로 금하는 품목이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