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경도 지방의 토속소리, 애원성ㆍ아스랑가 등

  • 등록 2023.08.29 11:4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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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642]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유지숙 서도명창의 북녘소리, <토리>를 소개하고 있다. 토리란 해당 지역의 독특한 가락, 소리제를 뜻한다. 북녘땅에도 다양한 토속소리들이 있었으나 그 전승이 어려워 현재는 거의 잊혀 불리지 못하고 있는 소리들이다. 그 지역의 노래 제목이나 노랫말이라도 소개하고 싶은 마음에서 이 글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주에는 <산천가(山川歌)> <삼동주타령>, <끔대타령> 등을 소개하였다.

 

<산천가>는 북한의 유명 소리꾼이었던, 김진명의 작품으로 산과 강을 친구 삼아 인생을 함께하는 모습이 그대로 친근감을 주고 있다는 이야기, <삼동주 타령>은 제주민요 오돌독과 비슷한 형태를 지닌 굿거리풍의 소리라는 점, <끔대타령>은 일명 <나물타령>이라고도 부르는 2박 계통의 빠르고 익살스럽게 부르는 민요이며 <풍구타령>은 황해도 지역의 노래로 대장간에서 쇠를 녹일 때, 불렀던 소리라는 이야기 등을 하였다.

 

이어서 북쪽의 소리 중, 함경도 지방의 <애원성>과 <아스랑가>, <전갑섬타령> 등을 소개해 보기로 한다.

 

10. 애원성

 

〈신고산타령〉이나 〈궁초댕기〉가 함경도의 대표적인 통속 민요로 널리 퍼진 것과는 달리, <애원성(哀怨聲)>은 지역의 특성을 그대로 안고 있는 토속민요이면서도 널리 알려지지 못하고 있는 소리이다. 그러나 경서도 명창들의 음반목록이나 공연실황에서는 이 애원성이 많이 등장하고 있어서 매우 친근감을 주고 있다.

 

 

이 함경도 지역의 애원성과는 달리, 평안남도 안주에서 불려 온 애원성은 함경도 지방의 그것과 구분하기 위해 <안주애원성>으로 부른다.

 

애원성 말고도 함경도 지방의 독특한 토속소리로는 〈돈돌나리〉나 〈전갑섬타령〉 등이 있는데, 이 노래들도 아직 지역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는 실정이다. 다만, 현재는 이북5도청 내에 함경도의 무형자산으로 보호받고 있어서 단절의 위기는 모면했다고 하겠다. 단절의 위기를 모면한 것도 다행이긴 하지만, 해당 지역의 토속 소리들이 더더욱 활발하게 전승될 수 있도록 해당 지역의 관계자들이나 도민(道民), 그리고 그 후손들의 관심을 촉구한다.

 

유지숙이 제작한 북녘의 소리 음반 속에서는 평안도나 황해도의 소리뿐 아니라 함경도 지역의 전통 소리들도 다수가 들어 있어 다행이다. 소리뿐만 아니라 가락과 함께 해당 지역의 대표적 관악기, 퉁소의 거칠면서도 애잔한 반주 가락이 애원성을 더더욱 구슬프게 만들어 주는 듯해서 듣는 이의 가슴을 아련하게 만들어 주고 있다. 애원성의 노랫말은 다음과 같다.

 

에헤 해는 야 오늘 가면 내일도 볼 거야

임자는 오늘 보면 언제나 볼까.

에헤 태산에 붙난 불은 만백성이나 끌 꺼야

요내 속에 붙난 불은 어느 누가 꺼줄까.

에헤 무심한 저 달이 왜 이다지도 밝아

울적한 심회를 어이 풀어볼까.

 

11. 아스랑가

 

각 지방의 전통적인 토속소리들이 그러한 것처럼, 함경도 소리들을 대하는 순간, 억울하고 슬픈 한(恨)과 세월의 무상함이 담겨있는 듯한 쓸쓸함을 느끼게 된다. 그러면서 동시에 깊은 연민에 빠지게 만드는 가락의 연결이 우리네 마음을 아프게 만들기도 한다.

 

 

여기 아스랑이란 글자의 뜻이나 배합은 아리랑+쓰리랑이 합쳐진 듯하다는 설명이 일반적이긴 하나 그 배경의 설명은 불분명하다. 또한 이 노래의 가사는 여기저기에서 불리고 있는 흔한 가사의 조합으로 보인다.

 

후렴. 에헤라 데헤라 에헤라 디여, 에헤라 데헤라 에헤라 디여

1) 무정세월아 오고 가지를 말어라,

장안의 호걸이 모두가 늙어 가누나. (후렴)

2) 산천이 고와서 내가 여기를 왔나요,

정든 님 계신 곳 내가 여기를 왔지요. (후렴)

3) 바람아 광풍아 네가 나 부지를 말어라

송풍 낙엽이 모두가 떨어지누나. (후렴)

 

12. 전갑섬타령

 

 

1. 양촌 전촌에 전갑섬이 오매 한촌에 말이 났소.

나는 싫소. 나는 싫소. 피방아 찧기가 나는 싫소.

2. 양촌 전촌에 전갑섬이 별안대 이촌에 말이 났소.

나는 싫소. 나는 싫소. 밭일하기가 나는 싫소.

3. 양촌 전촌에 전갑섬이 해안 전촌에 말이 났소.

나는 좋아요. 나는 좋아. 해안 퉁소가 나는 좋아.

에헤야 에헤야 에헤야 에헤야

 

전갑섬이란 처녀가 이 동네, 저 동네에서 혼삿말이 나오고 있으나, 동네의 어려움이 있어 거절해오다가 퉁소가 있는 마을에서 혼삿말이 나오자, 해안퉁소가 좋다며 시집을 가겠다는 내용이다. 그만큼 함경도에서는 퉁소라고 하는 악기가 대단한 인기를 끌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노래말이다.

 

 

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suhilkwa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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