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경도 토속민요 ‘편지가 왔다네’, ‘농부가’

  • 등록 2023.09.05 11: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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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643]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지난주에 이야기한 북녘땅의 다양한 토속소리에는 함경도 지방의 <애원성(哀怨聲)>이나, <아스랑가>, <전갑섬타령> 등도 있다고 이야기하였다. 또한, <신고산타령>이나 <궁초댕기>로 대표되는 함경도의 통속 민요와는 달리, <애원성(哀怨聲)>은 지역의 특성을 그대로 안고 있는 토속민요로 현재는 이북5도청 내의 함경도 무형자산으로 보호받고 있다는 이야기, <전갑섬타령>에 나오는 해안 퉁소란 말에서 퉁소는 통소(洞簫)라 쓰고, 퉁소라 읽는데, 단소와 같이 세로로 부는 대나무 악기의 이름이란 이야기와 단소보다는 굵고 길며 그 음색이 거칠면서도 애잔하여 듣는 이의 가슴을 아련하게 하는 악기라고 하였다.

 

퉁소에 관한 이야기를 소개한다. 함경도는 마을마다 퉁소를 즐겨 불 정도로 일반화 되어 있었는데, 예를 들어, 각 마을을 대표하는 으뜸 퉁소잽이들이 모여 겨루기 마당이 열리곤 했다. 그날의 열기는 대단했었고, 심지어 멀리 다른 지방까지 가서 명인들을 초빙해 올 정도였다고 한다. 중국의 연변 조선족 사회만 해도 퉁소에 대한 애정은 특별한 편이어서 자체적으로 <퉁소예술절>을 열고 있을 정도다.

 

글쓴이도 2000~2020년까지 20여 년 동안 연변대학과 전통음악과 관련한 학술이나 실연교류를 해 온 경험이 있어서 그들의 퉁소 사랑을 잘 알고 있다. 정례 공연을 하고 나면, 객석에 앉아 있던 촌로들로부터 “왜 퉁소쟁이를 동행하지 않았는가! 퉁소 소리가 제일인데,”하는 아쉬움을 토로하며 퉁소 연주자의 불참을 못마땅해하던 기억이 생생하다.

 

함경도의 옛 퉁소 명수들은 신아우를 썩 잘 불었는데, 그 선율이 매우 활달하고, 전투적이어서 용사들의 우렁찬 개선가와도 같았다는 것이다. 특히, 사자놀이는 퉁소음악에 맞추어 가가호호를 돌아다니며 액운을 쫓고 가정과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기 위한 춤인데, 퉁소의 반주음악이 절대적 영향을 끼친다.

 

이번 주에는 <편지가 왔다네>, <농부가>를 간단하게 소개해 보기로 한다.

 

13. 편지가 왔다네

 

이 곡은 <청사초롱>으로 소개되어 있는데, 가사의 내용을 보면 어느 처녀가 시집을 안 가겠다고 맹세만 하더니 가마채 들리는 바람에 할 수 없이 가게 되었다는 내용이 재미있는 곡이다. 노래 가사에 소개된 바와 같이 ‘바늘이 가는 데 실이 가지 않을 수 있겠나’하는 수동적인 태도와 ‘이튿날 아침에 편지가 왔기에 어쩔 수 없이 간다’라는 등이 이유를 들고 있는 점도 흥미롭다. ‘둥둥둥둥 내 사랑아, 어화둥둥 내 사랑아’로 이어지는 사랑가의 노랫말까지 익살스럽고 다정한 가사들이 들어 있다.

 

 

뒷부분의 사설, 예를 들면 ‘편지가 왔다네’를 3~4회 반복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는 반복형 사설의 전개도 특이하다. 1~3절의 가사를 소개해 보면 다음과 같다.

 

1. 시집을 안 가겠다고 맹세만 하더니, 가마채 들리는 바람에 할 수가 없구나.

할 수가 없구나. 할 수가 없구나. 가마채 들리는 바람에 할 수가 없구나.

2. 바늘이 가는데 실이 안 갈까. 도련님 가는데 나라고 안 갈까?

나라고 안 갈까. 나라고 안 갈까, 도련님 가는데 나라고 안갈까?

3 이튿날 아침에 일어나보니 수하 양촌에 편지가 왔다네.

편지가 왔다네, 편지가 왔다네, 수하양촌에 편지가 왔다네.

 

14. 농부가

 

농부가는 글자 그대로 농업 노동요(勞動謠)의 하나이다. 농사일하는 농부들이 모를 심거나 김을 맬 때 부르는 노래다. 황해도의 ‘김매기’, 평안도의 ‘호미 타령’, 경상도의 ‘보리타작 소리’, 전라도의 ‘농부가’ 등이 대표적이다. 전국 각 지역에는 언제부터 불러왔는지 알 수 없는 상사소리, 모내기나 김매기, 등 농사일과 관련한 노래들이 전해오고 있는데, 함경도 지방에도 농부들이 모를 심거나 김을 맬 때, 부르는 농요가 전해오고 있다. 그 대표적인 농부가 가사를 소개하면 아래와 같다.

 

 

후렴, 어럴럴 어럴럴 상사듸야, 가지각색이 무한이라.

1. 농부 일생 무한인데, 춘경추수는 년년이라.

2. 채진 밭에 농부들아, 허리 아파서 어이 매노,

3. 일락서산 해 떨어지고, 월출동령에 달 솟는다. (다음 주에 계속)

 

 

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suhilkwa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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