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오늘은 24절기 가운데 17째 절기로 찬 이슬이 맺히기 시작하는 때라는 뜻의 한로(寒露)입니다. 한로 무렵은 기온이 더 내려가고 서리가 내리기 전에 가을걷이를 끝내야 하므로 농촌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쁩니다. 이때 농부들이 열심히 일하고 쉬는 새참에 마시는 막걸리 한 사발 맛은 농부들에게 있어 행복이며 또 지나가는 길손을 불러 함께 하는 것은 마음의 여유에서 비롯되는 풍요로움일 것입니다.
하지만, 요즘 가을 들판에는 콤바인이 굉음을 울리며 논을 누비면서 타작과 동시에 나락을 가마니에 담아내고 있어 옛 정취를 찾아보기는 쉽지 않습니다. 또한 대부분 자동차를 타고 달리기에 한가롭게 길가는 나그네도 볼 수가 없어 예전처럼 막걸리 한잔을 나누거나 논둑에 앉아서 새참 먹는 모습도 보기 어려워졌지요.
한로와 상강(霜降) 무렵에 사람들은 시절음식으로 추어탕(鰍魚湯)을 즐겼습니다. 추어탕은 조선후기 백과사전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에 “추두부탕(鰍豆腐湯)”이란 이름으로 나옵니다. 또 1924년에 이용기가 쓴 요리서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朝鮮無雙新式料理製法)》에는 “별추탕”란 이름으로 소개됩니다. 가을에 누렇게 살찌는 고기라 하여 미꾸라지를 고기 어(魚)에 가을 추(秋) 자를 붙여 추어(鰍魚)라고 했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