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내일은 24절기의 열아홉 번째인 입동(立冬)입니다. 이제 본격적인 겨울철로 접어드는 때지요. 이때쯤이면 가을걷이도 끝나 바쁜 일손을 놓고 한숨 돌리고 싶지만, 곧바로 닥쳐올 겨울 채비 때문에 또 바빠집니다. 입동 앞뒤로 가장 큰일은 역시 김장인데 예전 겨울 반찬은 김치가 전부일 정도여서 ‘김장하기’는 우리 겨레의 주요 행사였습니다. 이때쯤 시골에서는 아낙들 여럿이 우물가에서 김장용 배추를 씻는 모습도 자주 볼 수 있었지요. 잘 담근 김치는 항아리를 땅에 묻어두고 위에는 얼지 않게 볏짚으로 작은 집을 만들어 보관했는데 여기서 꺼낸 김치의 맛을 잊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입동 때는 김장 말고도 무말랭이나 시래기 말리기, 곶감 만들기, 땔감으로 장작 패기, 창문 바르기 등 집 안팎으로 겨울 채비로 바빴습니다. 하지만, 김남주 시인이 “찬 서리 나무 끝을 나는 까치를 위해 홍시 하나 남겨둘 줄 아는 조선의 마음이여”라고 노래했듯이 집집마다 겨울 채비로 바쁜 가운데도 날짐승들의 먹거리를 생각할 줄 아는 더불어 살려는 마음도 잊지 않았습니다.
농촌에서는 입동 전에 보리 씨를 뿌리는데 겨우내 땅속에서 추위를 견딘 보리는 양기운이 넘쳐나는 여름철 음기운을 보충해 주는 좋은 먹거리입니다. 그밖에 속담으로 “입동 전에 보리는 묻어라.”, “입동 전 송곳보리다”, “입동 전 가새보리 춘분 되어야 알아본다.” 등도 있습니다. “송곳보리”는 보리가 입동 전에 송곳 길이로 자라야 한다는 뜻이고, 가위보리는 보리 잎 두 개가 돋아난 때의 모양이 가새(가위) 모양 같다고 하여 붙은 이름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