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독립운동가들, 서울역서 시화전으로 만나

2024.03.01 11:15:46

오는 3월 6일까지 서울역 3층 대합실 전시장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동지를 팔아먹지 마라 결코 팔아먹지 마라

혼절 속에 들려오던 아버님 말씀 새기던 나날

 

광야의 육사도 그렇게 외롭게 죽어 갔으리

뼈 삭는 아픔

숯 검댕이 영혼 부여잡으면서도

그러나 결코 비굴치 않았으리라

 

먼데 불빛처럼 들려오는 첫 닭 우는 소리를

어찌 육사 혼자 들었으랴.

                             - 이병희(1918~2012) 애국지사 시 가운데-

 

 

동포들아 자유가 죽음보다 낫다

목숨을 구걸치 말고 만세 부르자

졸업장 뿌리치고 교문 밖 뛰쳐나온

열일곱 소녀

 

무안거리 가득 메운 피 끓는 심장소리

뉘라서 총칼 겁내 멈춰 서랴

 

항구의 봄바람

머지않아 불어오리니

삼천리 금수강산에 불어오리니

                     -김귀남(1904~1990) 애국지사 시 가운데-

 

의성 김 씨 김진린의 귀한 딸 시집와서

남편 이중업과 두 아들 동흠 중흠 사위마저

왜놈 칼 맞고 비명에 보낸 세월

쉰일곱 늘그막에 기미년 안동 예안 만세운동 나간 것이

무슨 그리 큰 죄런가

 

갖은 고문으로 두 눈 찔려 봉사 된 몸

두 번이나 끊으려 한 모진 목숨 11년 세월

그 누가 있어 한 맺힌 양가(兩家)의 한을 풀까?

                        -김락(1863~1929) 애국지사 시 가운데-

 

이 시들은 필자가 지난 십수 년 동안 여성독립운동가들을 기리며 쓴 시 가운데 일부다. 2019년 3.1만세운동 100돌이 되는 해 필자는 200명의 여성독립운동가들의 삶과 그들의 독립운동에 관련한 이야기를 시로 풀어낸 시집 《서간도에 들꽃 피다》(전10권)을 낸 바 있다. 말이 시집이지 이 책은 여성독립운동가 한분 한분의 삶을 조명한 역사책에 가깝다. ‘한편의 시로 여성독립운동가 한 분 한 분의 삶’을 이해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시작한 이 작업이 날개를 달게 된 것은 한국화 작가 이무성 화백을 만나고 나서 부터다. 그는 필자의 시를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화폭에 섬섬옥수의 그림으로 여성독립운동가를 잘 표현한 한국의 첫 화백이다.

 

 

이 시화를 감상할 수 있는 뜻깊은 전시회가 어제(2월 29일, 목) 서울역 3층 전시장에서 개막되었다. 이번 전시회는 이무성 화백이 그린 시화 40여점을 선보였는데 모두 족자 형태다.  전시는 국가보훈부 서울지방보훈청 주최로 3월 6일까지 서울역 3층 대합실 전시장에서 관람할 수 있다. 

 

“시화를 통해 여성독립운동가들의 숭고한 삶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자라나는 학생들의 독립정신을 일깨워 주기 위해서는 학교 등지에서 전시회를 꾸준히 이어갔으면 합니다.” 이번 시화를 그린 이무성 화백은 어제 전시장에서 만난 필자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번 전시는 대한민국의 자유와 독립을 위해 헌신한 여성독립운동가들의 삶과 업적을 널리 알리고, 그 의미를 되새기기 위해 마련했습니다. 여성독립운동가의 삶을 재조명하고 기록하며 헌시를 써온 이윤옥 시인의 시에 한국화 화가 이무성 화백의 그림을 넣는 방식으로 시화전이 구성되어 있어 누구나 편안하게 그림과 시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이는 이번 시화전을 기획한 국가보훈부 서울지방보훈청 노상현 보훈과장의 이야기다.

 

사실 여성독립운동가들의 삶을 한편의 시에 녹아내리는 작업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그것은 평전 한권을 쓰는 만큼의 고통이 따르는 작업이다. 또한 그림 역시 그에 못지 않은 노작(勞作)의 결과다. 이러한 시화(詩畫)가 제작되었다 하더라도 전시라는 형태를 띄지 않으면 일반인들에게 다가설 수 없다. 그러한 뜻에서 이번에 서울지방보훈청이 기획한 ‘여성독립운동가 전(展)’은 매우 의미있는 일이다.

 

그동안 필자와 이무성 화백은 서로의 가벼운 주머니를 털어 시화전을 열어왔다. 시를 쓰고 그림을 그리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닌데 전시까지 작가들이 호주머니를 털어 전시를 해야하는 것이 '독립운동가를 알리기 위한 작가들의 현주소' 다. 그럼에도 우리는 왜, 이러한 여성독립운동가를 기리는 일을 멈추지 않고 해왔는가? 답은 하나다.

 

그 까닭은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여성독립운동가들을 밝은 해 아래로 불러내고 싶은 욕심 때문이다. 수많은 제2, 제3의 유관순 열사들의 이름 석 자를 알리고 싶은 열정 때문이다. 우리가 이들의 이름을 불러주지 않는 한, 국난의 시기에 불굴의 투지를 살려 남성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던 여성독립운동가들의 필사적인  독립에의 열정은 영원히 음지에서 잠잘 수 밖에 없다. 그런 사정이 안타까워 여성독립운동가들의 이름을 세상에 알리고자 필자는 펜을 들었고, 이무성 화백은 붓을 들었다.

 

아이들과 함께 시화를 관람하던 전상미(41) 씨는 “친정집에 가기 위해 KTX를 타고 서울역에 도착했는데  마침 여성독립운동가 시화전이 있다고 해서 보러왔다. 시화 한 작품 한 작품에 여성독립운동가의 혼이 고스란히 녹아 있음을 느낀다. 우리 아이들이 여성독립운동가에 대해 내게 질문을 하면서 감격스러워했다. 삼일절에 그 어떤 행사보다도 큰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말했다.

 

 

 

어제(29일), 서울역 3층 전시장에 전시된 그림들을 둘러보면서 또다시 눈시울이 뜨거워짐을 느껴본다. 3.1절 105주년을 맞아 많은 이들이 전시장을 찾아 ‘조국독립을 위해 숭고한 삶을 살다간 여성독립운동가들의 발자취’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전시안내>

서울역 3층 대합실 전시장 / 3월 6일(수)까지

주최: 국가보훈부 서울지방보훈청 /02–2125-0830

 

 

이윤옥 기자 59yo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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