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작골의 봄

  • 등록 2024.03.19 11:3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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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신문=김상아 음악칼럼니스트]

 

                     동작골의 봄

 

                                                     - 김상아

 

   노래를 불러주세요

   꽃다지 광대나물 샐쭉대는 밭두렁에서

   그거면 돼요

   밭은 내가 갈게요

 

   기타도 퉁겨주세요

   호박씨 손톱으로

   그 박자 따라

   쇠똥거름 곰배질*은 내가 할게요

 

   낮은 하늘 홍매화 가지 위 종다리 날고

   조릿대 숲 마른 댓잎

   왕지네 기어가는 영상을

   시로 적어주세요

 

   꿀벌들 털 다리에 시간은 묻어가고

   남녘 바람 비질로 자투리 햇살마저

   골 안에 쓸어 넣고 문 닫아버리면

   달그림자 팔베개에 뉘이고

   꼬깃꼬깃 주머니 속 그 시를 읽어주세요

   저 깊은 뱃속에서 들려오는

   씨앗 트는 소리 들으며

   꿈결인 듯 잠들래요

   멍머구리*도 짝짓는 밤

   동작골에서

 

 

* 곰배질 : ‘고무래질’의 사투리

‘고무래’는 곡식을 그러모으거나 펴거나, 밭의 흙을 고르는 데 쓰는 ‘丁’자 모양의 기구

*멍머구리 - 참개구리의 사투리

 

 

 

 

 

김상아 음악칼럼니스트 ccrks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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