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소운류의 전통춤과 예술 올바르게 평가되길

2024.06.27 11:00:37

양소운 명인 탄생 100주년 기념 공연 열려

[우리문화신문=양종승 민속학자]  양소운(梁蘇云, 여, 1924~2008)은 20세기 서도(西道)가 낳은 명인이다. 서도(西道)는 지리적으로 황해도와 평안도 일부 지역을 가리키는 지역명으로 예로부터 독특한 특성의 소리 창법과 가사, 곡목, 춤 형식과 기법, 짜임새, 장단 박자와 가락, 음율 등을 독창적으로 계승 발전시켜 왔다. 양소운 명인의 예술이 이를 실증한다. 그가 남녘으로 내려와 서도예술을 복원하고 계승한 봉산탈춤(국가무형유산, 1967년 지정), 강령탈춤(국가무형유산, 1970년 지정), 은율탈춤(국가무형유산 1978년 지정), 사후 지정의 배뱅이굿(황해도무형유산, 2018년 지정) 등만 봐도 이를 알 수 있다.

 

양소운의 이름 석 자 앞에 그를 높이 평가하는 어떠한 수식어를 붙여도 부족함이 없다. 그는 20세기 최고의 해서 예술가이다. 지난 2024년 6월 24일(월요일) 저녁 4시 양소운의 후예들이 그가 남긴 예술혼을 기리는 마음으로 인천 송도 트라이보울 공연장에서 <해주 검무 정기공연>을 곁들인 <양소운 명인 탄생 100주년 기념 공연>을 열었다.

 

 

 

양소운은 황해도 재령에서 출생한 뒤 어려서 해주로 이주하였다. 양소운의 예술적 활동 무대가 된 해주에는 권번(券番)이 있었다. 조선말 교방 제도가 폐지된 뒤 기생조합이 생겼다가 1914년 일제에 의해 일본식으로 바뀐 것이다. 당시, 해주 권번 소속의 사범들은 대단한 실력파 연희자들로써 재능있는 젊은 후계자를 발굴하여 서도예술을 가르치는데 열을 올렸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10살이 된 양소운이 당대 명인으로 소문난 장양선을 만나게 되었다. 그리고 그와 사제 연을 맺고 해서예술을 두루 학습하였다. 마당놀이 탈춤뿐만 아니라 춤과 소리 그리고 장단 등에도 탁월한 재능을 가졌던 장양선은 학식도 높아 타의 추종을 불허하였다.

 

이러한 장양선은 재능이 뛰어난 양소운에게 봉산탈춤, 해주탈춤, 강령탈춤, 은율탈춤 등 해서탈춤은 물론 해주 검무, 승인인상무, 즉흥무, 한량무, 팔선녀춤, 가인전목단, 포구락, 무고 등의 민속춤과 궁중 정재까지 가르쳤다. 그리고 장양선은 양소운을 당대의 소리 명창 김진명에게 초한가, 양희천에게 공명가와 영변가 등 12잡가 등을 배우게 했고, 문창규에게서는 배뱅이굿과 서도 재담을 사사할 수 있도록 주선했다.

 

 

그뿐만 아니라 양소운은 남쪽에서 올라온 임방실 명창과 유종철 명인에게서 판소리와 가야금도 배웠다. 여러 명인 문하에서 구전심수의 예술혼을 넘겨받은 양소운은 얼마 되지 않아 서도예술의 뛰어난 예인으로 성장하였다. 이 무렵, 양소운의 스승 장양선은 독립된 예술단을 꾸릴 정도의 능력이 있었던 터라 전국 순회 순회공연을 주도하였다. 양소운도 스승을 따라 전국을 다니며 해서 예술을 알리는 데 앞장섰다.

 

 

 

일제로부터 해방이 되자 양소운은 해주 권번 사범으로 있었던 박동신(남, 1909-1992, 명인 및 국가무형유산 강령탈춤 보유자)과 강습소를 차려 해주 검무, 탈춤, 서도 12잡가 등을 가르쳤다. 그러다가 한국동란이 일자 양소운은 대구로 내려갔다. 대구 피란 길에서도 국악원을 차려 서도소리를 가르쳤다. 1956년이 되면서 금방이라도 통일이 이루어질 것 같아 고향과 가까운 인천으로 올라왔다. 그리고 인천고전무용학원을 개원하여 후계자 양성을 시작하였다. 큰딸 차재숙, 작은딸 차선숙, 작은아들 차부회 그리고 박일흥 등 많은 제자를 양성하기 시작하였다.

 

해주 검무는 춤의 형태와 음악이 독창적이다. 춤 짜임새는 손춤 – 손춤 및 칼춤 – 칼춤 등으로 이루어지는, 특히 손춤에서 행해지는 손놀림새가 눈길을 끈다. 손목을 꺾으면서 주먹을 폈다 감쌌다 하며 양우선의 손놀림으로 죄었다 폈다를 반복하며 독특한 손춤 사위를 구사한다. 그러면서 억제력과 절제력에 공을 들여 정중동 미를 풍기고 쌍대를 이루는 조화로운 춤사위의 위엄을 드높인다.

 

그래서 삼현으로 연주되는 느린타령, 잦은타령, 빠른타령에 맞춰서 옆사위, 미는사위, 손돌사위, 공중사위, 반듯사위, 손앞사위, 부채사위, 돌사위, 번개사위, 앞사위, 떡뫼사위 등을 하여 해주 검무만이 갖는 독특한 춤사위의 맛을 풍긴다. 스승이자 어머니의 예술적 유지를 받들어 해주 검무의 계승과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차재숙 명무는 해주검무보존회 회장으로서 그리고 해서 춤방의 사범으로서 주어진 소임을 다한다.

 

승인인상무(僧人印象舞)는 승려의 인상을 마음으로 새기고 불도 세계를 그리는 서도 형식의 승무(僧舞)이다. 그래서 승인인상무를 무용계에서는 다른 지역 승무와 견주어 해주 승무라 부르기도 한다. 이 춤은 불교 의례춤과 속세 풍류춤이 섞여 있는데 그 짜임새는 장삼춤 – 법고춤 – 바라춤 – 허튼춤 – 회심곡 – 귀의로 되어 있다.

 

 

 

맨 처음, 흰 장삼을 입고 붉은 가사를 어깨에 메고서 흰 고깔을 쓴 뒤 장엄한 장삼춤을 춘다. 그리고 삼보 곧, 석가모니 자신을 의미하는 불보, 부처님의 설한 가르침의 법보, 부처 제자로서 비구와 비구니의 출가 교단의 승보 등에 공경을 올리는 의미의 바라춤을 춘다. 이어, 풍류를 즐기는 신명의 허튼춤을 춘 뒤 깨달음을 얻는다. 그리고 꽹과리를 연주하며 공덕을 쌓으라는 덕담과 축원으로 회심곡을 부른다. 끝으로 장삼을 개어 받쳐 들고서 부처님에게 귀의한다.

 

승인인상무는 주로 사월 초파일 절 행사에서 추었지만, 탈판에서 본 놀이 시작 전 앞놀이로도 추어졌다. 그리고, 다른 지역의 마당놀이나 축제 및 여타 행사에서도 공연되었다. 독무나 쌍무 또는 세 명이 추기도 하고 다섯 명이 다섯 개 방위로 나뉘어 오방승인인상무로 추기도 한다. 해서의 독특한 삼현 가락 염불, 허튼타령, 굿거리로 춤을 이어가면서 경쾌하고 장엄한 엎을사위, 치킬사위, 양사위, 곱사위, 연풍대 등을 구사한다.

 

2024년 양소운 명인 탄생 100돌에 즈음하여 재조명된 양소운류 해주 검무와 승인인상무는 깔끔하고 담백한 춤사위로 참다운 해서의 예술을 보여 줬다. 대소삼(大小衫)의 호흡을 얹은 강속부절(繈屬不絕) 디딤으로 명확한 메김과 맺음 그리고 끊음과 이음의 춤새를 내뿜으며 양소운류만의 춤새로 심금을 울렸다.

 

한국동란을 전후하여 많은 예술가가 북에서 남으로 왔지만, 양소운 명인 만큼 뛰어난 재능을 가졌던 예인은 드물다.

 

양소운 춤을 이어받은 차재숙(여, 1947년생, 해주검무보존회장)은 해주 검무 전승과 발전을 위해 온 힘을 다한다. 차부회(남, 1959년생, 국가무형유산 은율탈춤 보유자 및 승인인상무 계승자) 또한 박일흥(남, 1957년생, 국가무형유산 은율탈춤 보유자 및 양소운류 배뱅이굿, 계승자)과 더불어 은율탈춤은 물론이고 승인인상무를 계승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양소운의 친손녀 차원선, 차민선, 차은선 셋과 그 외 여러 제자도 서도의 악가무극을 전승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양소운 명인 탄생 100주년을 기해 양소운류의 전통춤 및 여타 예술이 올바르게 평가되어 그 가치가 드높아지길 바라마지 않는다.

 

 

양종승

⦁민속학자

⦁샤머니즘박물관장

⦁민속기록학회장

⦁한국전통춤협회 수석부이사장

⦁이북5도무형문화재위원장

 

 

 

 

 

양종승 민속학자 yangshaman@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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