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국악원 큰일 했다, <사직제례악> 복원 연주

  • 등록 2024.07.11 13: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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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국악원 대표 공연 <사직제례악> 언론 공개회 열려
<사직제례악>, 인류무형유산 등재로 가는 길 우리 모두의 일이다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황제는 태사지신께 감히 고하옵니다. 삼가 엎드려 생각하옵건대 덕은 커서 만물을 싣고 있고, 공은 높아 백성을 생존케 하시었습니다. 바라옵건대 흠향하시옵고, 복록을 내려 도와주시옵소서. 삼가 희생(犧牲)과 폐백과제와 도량서직粱黍稷)과 여러 가지 제수를 차려 의식에 따라 경건하고 정결하게 받들어 올리옵고, 후토구룡 씨로써 배위의 신주로 삼으니, 바라건대 흠향하시옵소서.”

 

 

 

무대 위에서 황제가 축문을 읽는다. 어제 7월 10일 낮 3시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는 2024‘ 국립국악원 대표 공연 <사직제례악>의 언론인들을 위한 프레스 리허설이 열렸다.

 

<사직제례악>이 무엇일까? 태조 이성계는 조선을 건국한 뒤 정궁인 경복궁을 중심으로 좌우에 종묘와 사직을 세우고, 음력 2월과 음력 8월에 땅의 신인 사신(社神)과 곡식의 신인 직신(稷神)에게 큰제사 곧 사직대제(社稷大祭)를 올렸다. 《주례(周禮)》와 《예기(禮記)》에 보면 ‘우사직 좌종묘(右社稷左宗廟)’라 하고, 임금이 도성을 건설할 때 궁궐 왼쪽엔 종묘를, 오른쪽엔 사직단을 세워야 했다. 따라서 조선시대는 종묘와 사직 나라의 뿌리라고 생각하고 여기에 제사 지내는 일은 나라의 아주 큰 일이었다.

 

 

특히 조선 제26대 임금인 고종은 1897년 11월 22일 ‘대한제국’을 선포하고 원구단에서 황제로 등극했다. 동시에 나라의 뿌리인 사직(社稷)을 ‘태사(太社)’와 ‘태직(太稷)’으로 바꿔 불렀다. 태사와 태직이란 황제 나라에서만 쓸 수 있는 것으로 대한제국의 당당함을 또 한 번 드러낸 것이다. 하지만, 일제강점기 일제가 창경궁을 창경원으로 만들어 훼손한 것처럼 사직단을 사직공원으로 만들어 버렸다. 따라서 조선왕조 500년 동안 지냈던 사직대제는 그 맥이 끊겨버렸다.

 

이렇게 맥이 끊긴 <사직제례>는 전주이씨대동종약원에 의해 1988년 복원되었고, 2000년 10월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되어 해마다 가을에 봉행되고 있었지만, 사직제례악은 국립국악원이 이제야 《의궤》 등 당대 자료 토대로 복원하고 드디어 무대에 올린 것이다.

 

이번에 새롭게 복원된 사직제례악은 언뜻 들으면 <종묘제례악>과 구분이 쉽지 않을 듯했다. 하지만, 이번에 무대에 올려진 <사직제례악>은 대한제국 시기 자주 국가로서의 위상에 적합한 예법을 기록한 《대한예전(大韓禮典, 1898)》의 내용을 바탕으로 황제국의 위엄을 갖춘 사직제례악이라고 국립국악원은 강조한다.

 

 

특히 황제국의 제례는 규모와 복식 등에서 큰 차이가 있는데, 직접 제사를 주관한 황제의 복식은 제복(祭服)의 무늬 수와 면류관에 매달린 구슬이 달린 줄의 개수가 각각 12개로, 9개로 정해져 있던 이전 임금(제후)의 복식에 견줘 화려함을 자랑하며, 특종과 특경 등의 악기도 더해 자주 국가로의 위용을 높이고자 했던 흔적들을 발견했다.

 

또한 ‘악학궤범’을 바탕으로 복원한 악기인 관(管), 화(和), 생(笙), 우(竽)가 등장했다. 관(管)은 두 개의 대나무를 붙여 만든 관악기로 제작법이 까다롭고 정확한 음정을 내기 어려운데 올해 국립국악원 악기연구소(국악연구실)와 김환중 인천광역시 무형유산 단소장 보유자에 의해 복원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생황과 유사한 악기인 화(和), 생(笙), 우(竽) 역시 김현곤 국가무형유산 악기장 기능보유자에 의해 복원돼 모두 이번 공연을 통해 색다른 음색을 들려주었다.

 

 

또 종묘졔례악의 시작과 때 쓰는 악기인 축(柷)과 끝낼 때 쓰는 악기인 어(敔)를 무대 앞부분에 포진하여 그 연주하는 모습을 생생히 볼 수 있도록 한 것과 역시 연주단의 뒤에 있어 가려있던 노도를 화려한 불빛을 더해 연주하도록 한 것은 눈에 띄는 대목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사직제례악을 무대에 올리면서 중앙대학교 이대영 교수가 연출로 참여해 웅장한 규모와 화려한 무대 영상 등을 활용해 극적인 분위기를 더했다. 모두 120여 명의 국립국악원 정악단과 무용단이 참여해 웅장한 음악과 화려한 무용을 선보이고, 무대 위 천장과 바닥면에는 LED 스크린을 설치해 제례의 절차를 소개하고, 하늘과 땅이 만나는 공간을 표현하는 등 사직대제가 전하는 특별한 정서를 그려낸 것도 사직제례악을 무대에 올리면서 크게 고민한 듯했다.

 

공연이 끝나고 기자들을 대상으로 이건회 국립국악원 정악단 예술감독, 이대영 연출, 송지원 복원 고증위원의 대담이 있었다.

 

이 자리서 이대영 연출은 “사직단의 규모가 크고 당시로는 횃불을 켜놓고 초를 켜고 공연했던 건데 이미 극장에 들어오는 순간 무대라는 안타까운 환경에 처했습니다. 그래서 이게 극장화를 계속한다면 우리가 보여줄 수 있는 서양식 무대가 아닌 우리 전통국악을 할 수 있는 공연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원형은 원형대로 계속 유지하고 그다음에 새로운 걸 올려야 하는데 그걸 많이 고민해서 나온 것이 이번 공연입니다.“라고 고민의 일단을 드러냈다.

 

또 그는 ”이번 공연은 극장식으로 해서 좀 많이 바꿨습니다. 그래서 태사단과 태익단을 무대에 굉장히 작게 올렸지만, 올린 것에 굉장히 큰 의미가 있고 그래서 이것을 현대화시킬 수 있는 전통을 그대로 유지하되 현대화시킬 수 있고 케이컬처로 나가기 위해서는 우리의 오래된 전통의 역사와 철학과 문화 숲속들이 다 통제가 돼서 들어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라고 연출의 변을 얘기했다.

 

 

 

최근 국립국악원 무용단이 <상선약수>을 공연하여 ‘법고창신(法古創新)’을 제대로 발휘했다는 호평을 받을 바 있다. 이어서 국립국악원은 <사직제례악>을 복원하고 7월 11일, 7월 12일 무대에 올릴 공연은 역시 관객들의 큰 손뼉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사직제례악> 복원은 이제 시작이다. 밥 한 숟가락에 배부를 수는 없다. 이번 한 번의 공연으로 모든 이들의 맘에 딱 맞을 수는 없다. 그 완성, 곧 국가무형문화재에 올리고, <종묘제례악>처럼 인류무형유산에 등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국립국악원만이 아닌 우리 대한민국 모두의 일이 아닐까?

 

 

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pine996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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