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언론에 “사상 최악의 폭염…온열질환ㆍ가축폐사 잇따라” 같은 기사가 나오는 요즘입니다. 최근 온열질환자 수가 2,900명에 육박해 역대 두 번째로 많은 수준으로 집계됐으며, 불볕더위에 폐사한 양식장 어류와 가축은 667만 마리에 이른다고 합니다. MBC뉴스에 나온 한 배달노동자는 "지옥이 있다면 이게 지옥 아닌가 싶을 정도로 바닥이 너무 뜨겁습니다."라고 토로합니다. 하지만, 내일은 24절기 가운데 열넷째 처서(處暑)입니다. 불볕더위가 아직 맹위를 떨쳐도 오는 가을을 막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흔히 처서를 말할 때 ’땅에서는 가을이 귀뚜라미 등에 업혀 오고, 하늘에서는 뭉게구름 타고 온다.’라고 할 정도로 그 위세를 떨치던 여름이 가고 가을이 드는 때입니다. 처서 무렵엔 “모기도 입이 비뚤어진다.”라는 속담처럼 해충들의 성화도 줄어들고 대신 귀뚜라미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불볕더위에 고생하고 있지만, 처서 무렵의 날씨는 한 해 농사가 풍년인지 흉년인지를 결정하는 데 매우 중요한 때로 늦여름에서 초가을 사이 내리쬐는 하루 땡볕에 쌀이 12만 섬(1998년 기준)이나 더 거둬들일 수 있다는 통계도 있으니, 풍년을 위해 불볕더위도 참고 견뎌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이때가 되면 선비들은 여름철 동안 눅눅해진 책을 말립니다. 이를 ‘포쇄’라고 하는데 포쇄 방법은 우선 거풍(擧風) 곧 바람을 쐬고 아직 남은 땡볕으로 포쇄(曝曬)를 합니다. 때에 따라서는 음건(陰乾) 곧 그늘에 말리기도 하지요. 조선시대에는 《왕조실록》을 보관한 사고에 포쇄별관을 보내 실록을 포쇄하는 것이 중요한 일이었습니다. 이때 농부들은 곡식이나 고추를 말리고, 부녀자들은 옷을 말립니다. “건들 칠월 어정 팔월”이라는 말처럼 잠시 한가한 농촌에서는 처서 때의 포쇄가 중요한 일이었지요. 그러면 우리도 지난여름 푹푹 젖은 마음을 남은 땡볕에 말려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