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에 피어난 화려한 문화유산에 감탄하다

  • 등록 2024.09.22 11:0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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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신(新)실크로드 알타이유적 답사기 4

[우리문화신문=안동립 기자]  

 

# 4일 차, 2024년 5월 11일, 토요일

숙박 : 돈황 敦煌太阳大酒店 0937-8829998, 이동 거리 : 260km

 

 

돈황시는 고도 1,100m로, 남(南)으로 기련산(5,808m)과 북(北)으로는 마종산(马鬃山 2,583m)이 바람을 막아주는 분지로 화서회랑(河西回廊)이 이어지는 아름다운 오아시스 도시가 모래사막 한가운데 있다.

 

아침 공기가 상쾌하다. 9시 무렵부터 건조하고 더워진다. 기온 17°~31°로 초여름 날씨이다. 반소매 옷을 입었더니 팔이 빨갛게 익었다. 거리에 가로수로 사막에서 잘 자라는 호양나무 (몽골 고비사막에서 많이 자라는 바양나무, 마을 이름도 바양올기다.)가 주종이다. 분홍색 아카시아꽃이 피었는데 회나무의 변종이라고 한다.

 

연일 장거리 여행을 한 탓으로 오늘은 아침 9시에 출발하기로 하여 느긋하다. 호텔 밖에 나오니 거리 물청소 차량이 다니며 청소하여 도로에 물이 흥건하다. 사막 도시에 물청소를 하다니 2023년 산서성 답사에서도 물청소하는 것을 보았는데, 중국의 선진국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현장에서 체험한다.

 

○ 돈황시박물관 : 이 지역에서 출토된 유물과 막고굴 관련 자료가 많이 전시돼 있다. 화보 책 1권 190위안에 샀다.

 

양관으로 향하는 도로는 고도 1,300m에서 1,000m로 낮아진다. 일직선으로 달리는 지평선에 도로 위로 신기루가 보인다. 눈이 감기며 졸음이 온다. 양관을 둘러보고 양관 마을이 오아시스인데 주변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이 지역에서도 포도가 많이 재배되어 언덕 위에 바람이 잘 통하는 집이 여러 채 보이는데 모두 포도 건조장이라 한다. 수로가 발달하여 나무마다 땅속으로 고무호스를 대고 물을 주어 식물이 잘 자라고 일조량이 많아 포도 농사가 잘된다. 양관은 음지 양지를 뜻하는 것으로 물의 북쪽은 양지 지명이다.

 

○ 양관고성陽關遺址, 60km) : 서역 남로로 가는 마지막 고성인데 처음 비단길을 개척한 장건(張騫, B.C.319 ~ B.C.126)이 13년 만에 한나라로 돌아왔다. 현장 법사(602? ~ 664년, 대당서역기)와 혜초 스님(704~787)이 지나간 관문으로 황량한 모래바람만 불어 그 흔적을 찾을 수 없다.

 

 

○ 옥문관(玉门关, 90km) : 서역 북로로 가는 마지막 관문으로, 하장성, 한장성 이어진다. 사막 허허벌판 습지대 건너편 낮은 산언덕에 지어진 성으로 땅을 지키는 용도 보다는 외적에게는 방어적인 의미와 백성의 동요를 막고 위용을 보이기 위한 용도인 것 같다. 관(關) 자를 사용한 것은 세금을 받기 위한 통행증 발급과 범죄자 검거가 목적인 것으로 생각된다. 사막이라 덥고 건조한 바람이 불어 살은 익고 입술이 바짝 마른다.

 

 

 

옥문관 소방반성과 옥문관 대방반성, 한 장성을 순환버스를 타고 세 곳을 전부 보았다. 황량한 사막 여러 곳에 무너진 토성 유적을 원형대로 보존하려는 노력에 감격했다. 사막에 고무호스를 깔아 나무 한 그루라도 심어 녹색이 조금씩 보여 이 또한 감사하다.

 

황현규 선생님이 양관에서 왕유의 시를, 옥문관에서 이백의 시를 멋지게 읊었다.

 

                      送元二使安西(송원이사안서)

       (안서 사신으로 가는 원 씨 둘째를 전송하며 지은 시)

 

                                                                                       - 王維(왕유) : 당나라 시인

 

   渭城朝雨浥輕塵(위성조우읍경진) : 위성에 내리는 아침 비에 먼지를 씻어내니

   客舍靑靑柳色新(객사청청유색신 : 객사의 버드나무 푸른 잎은 더 파릇파릇해지네

   勸君更進一盃酒(권군갱진일배주) : 그대에게 술 한 잔 권하니 이 술 한잔 비우게나

   西出陽關無故人(서출양관무고인) : 서쪽 양관을 나서면 친한 벗 하나 없으리라

 

 

                  관산월(關山月) 옥문관의 달

                                           

                                                 - 李白(이백) : 당나라 시인

 

   明月出天山(명월출천산) : 밝은 달은 천산에 솟아올라

   蒼茫雲海間(창망운해간) : 아득히 구름 사이에 떠 있네.

   長風幾萬里(장풍기만리) : 바람은 만 리 밖에서 불어와

   吹度玉門關(취도옥문관) : 옥문관을 지나가는구나

 

작년(2023) 산서성 관작루에서 ‘등관작루’ 한시를 중국어로 암송하여 오늘까지 이어지고 있다. 오늘 역사의 장소에서 황현규 선생님이 부단한 노력으로 두 편의 이별의 시를 읊어 주어, 왕유와 이백 두 시인의 감성과 옛 정취를 느낄 수 있었다.

 

돈황 시내 호텔로 가는 길, 도로변 간이 주차장처럼 만들어진 곳에 명사산을 배경하여 서역으로 불경을 짊어지고 걷는 모습의 젊은 현장법사 동상을 발견하고 잠시 둘러보았다. 동상에 쓰인 각 지역 간의 거리를 보니, 내가 지금 차량으로 간다고 해도 ‘도전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엄청나게 힘든 일정이다. 옛 대상들의 고단함을 동상 앞에서 생각해 본다. (이슬라마바드 1,750km, 사마르칸트 2,100km, 뉴델리 2,600km, 바그다드 4,850km, 이스탄불 5,000km, 메카 5,300km, 로마 7,200km)

 

 

 

 

저녁 식사 뒤 호텔에 들어오니 밤 9시 20분이다. 하루가 길다.

 

 

 

 

 

 

안동립 기자 emap4u@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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