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청년이 취약계층 돕는 선순환 이룬다

  • 등록 2024.10.08 11: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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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ㆍ은둔청년의 사회복귀를 위한 'IBK기업은행 나눔도시락' 진행중
고립ㆍ은둔 위기의 청년이 도시락을 만들어 취약계층에게 전달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 우울증이 있어 일반적인 일자리를 구하기에는 건강이 회복되지 않은 상태라고 생각했는데, 나눔 도시락 사업을 진행하시는 간사님은 이런 저를 이해해 주고 조금 더디더라도 기다려 주십니다. 또, 어려운 점을 이야기하면 잘 들어주고 존중해 주려고 해서 늘 감사합니다. (2024년 IBK행복나눔재단 나눔 도시락 프로그램 참여자 ㄱ군)

 

# 제가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란 것을 느꼈습니다. 집에서 날마다 누워만 있다가 이렇게 나와서 어려운 이웃들에게 도시락을 전달해 드리니 마음이 뿌듯하고 성취감이 느껴졌습니다. 아직 직업을 찾기에는 무섭고 두려운데, 여기서 잘 버티다 보면 사회에 나가서도 잘 적응할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2024년 IBK행복나눔재단 나눔 도시락 프로그램 참여자 ㄴ양)

 

푸른고래리커버리센터는 IBK행복나눔재단의 지원을 받아 고립ㆍ은둔청년들의 자아존중감 향상과 사회복귀를 촉진하기 위해, 청년들이 직접 도시락을 만들어 지역사회 취약계층에 전달하는 일 경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IBK행복나눔재단’은 나눔의 금융을 실현하고, 성장의 열매를 사회와 공유하기 위해 IBK기업은행이 설립한 공익재단으로, 고립ㆍ은둔청년을 비롯한 복지 사각지대의 청년들에게 심리상담, 금융교육, 취업 연계 등을 지원하여 사회에 적응하고 자립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서울시 성북구 보문동에 있는 ‘푸른고래리커버리센터(이하 센터)’는 고립·은둔청년의 자활을 지원하는 단체로 청년들이 고립에서 벗어나 사회에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도록 야구, 쿠킹런치, 예술단, 공동생활, 일 경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덥고 힘들지만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 뿌듯해요!”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시행되는 나눔도시락 사업은 모두 16명의 참여자로 구성되어 있으며 네 개조로 나뉜 뒤, 두 개조가 도시락 조리를 맡고, 나머지 두 개조가 이틀씩 도시락 배달을 담당한다. 도시락은 하루 평균 90여 개 정도 만들어져 노숙인들과 그룹홈에서 보호받는 청소년들에게 배달된다. 옛날에는 보육원에서 40~50명의 아이를 보호했지만, 요즘은 외관상 시설이라는 티가 나지 않는 일반 가정에서 4~8명 정도의 아이들을 위탁하여 보호하고 있다.

 

이날 차림은 흰쌀밥, 제육볶음, 밑반찬 3가지와 오렌지, 포도가 담긴 과일 컵이었다. 담당 간사님은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취약계층은 고기와 신선한 과일을 많이 먹지 못한다.”라며 “취약계층 분들이 평소에 드시기 힘든 재료들로 도시락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 재단에서도 지원을 넉넉하게 해주셔서 메뉴 선정이 수월하게 될 수 있었다.”라고 밝혔다.

 

주방에서는 청년들이 땀을 흘리며 고기를 볶고 있었다. 한 청년은 “뜨거운 불 앞에서 90인분 분량의 고기를 볶는 일이 쉽지는 않지만, 이 도시락을 받을 손님들을 생각하면 힘들어도 뿌듯함이 느껴진다.”라며, “이 도시락을 받는 사람 가운데 어린 친구들도 많다고 들었는데, 그 친구들이 맛있게 잘 먹었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제법 까다롭고 손이 많이 가는 일이었지만 청년들은 한 번의 불평불만 없이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일했다.

 

조리가 끝나고, 도시락 포장 차례가 돌아왔다. 각자의 위치에서 도시락 케이스, 밥, 제육볶음, 반찬, 과일 컵 등을 분담하여 담았다. 사업이 시작된 지 한 달도 되지 않았는데도, 모든 청년이 정해진 위치에서 일을 척척 해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담당 간사님은 “처음에는 시행착오가 많아 걱정되었지만, 지금은 다들 너무 잘하신다. 일에 금방 적응하시고, 서로 협업도 매끄럽게 잘 되어서, 작업 속도가 굉장히 빨라졌다.”라며 “우리 청년들에게 이런 소중한 기회를 주신 IBK행복나눔재단 측에 정말 감사드린다. 청년들이 자기효능감을 얻고 사회로 나아가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일을 위해 힘들어도 집 밖에 나가야 한다는 책임감이 생겼어요.”

 

 

도시락 포장 후 청소를 마친 뒤, 도시락 조리 조는 퇴근했다. 시간은 어느덧 2시. 도시락 배달 조가 출근하여 포장된 도시락을 차량에 싣고 배달에 나섰다. 담당 간사님이 운전해서 데려다주면 청년들은 도시락을 들고 직접 그룹홈 가정 서너 곳에 방문해 도시락을 전달했다. 요보호 아동과 새터민 청소년을 보호하는 그룹홈 가정은 서울의 낙후된 지역에 모여있는 경우가 많았다. 동네가 평지에 있는 경우는 드물었고, 마을버스도 운행되지 않는 가파르고 좁은 언덕길이 많았다. 그래서 마을 입구에 주차한 뒤, 언덕을 직접 올라가 도시락을 전달해야 했다.

 

도시락 배달을 했던 한 청년은 “처음에는 언덕을 오르는 것이 힘들었지만, 지금은 괜찮다. 다들 너무 기쁜 마음으로 맞이해주신다. 그 모습을 볼 때마다 뿌듯함을 느꼈고 책임감도 생겼다.”라고 말했다.

 

담당 간사님은 “다들 지각하지 않고, 참여율도 백프로에 가깝다. 청년들이 은둔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의지가 정말 강하다.”며 “여기서 잘 배우고 훈련해서 건강하고 성숙한 어른이 되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청년이 사회로 나아갈 수 있도록...

 

청년들은 경제적으로 힘들거나 당장 우리 사회에서 일하기 힘든 청년들이 일 경험을 쌓고 사회로 다시 나아갈 수 있도록 이런 사업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IBK행복나눔재단은 사업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뿐만 아니라, 청년들이 사회에서 성공적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경제교육, 목돈저축사업 등을 시행할 방침이다.

푸른고래리커버리센터의 김옥란 센터장은 “고립·은둔 청년이 회복되어 사회에 나와도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재고립되는 경우가 많다.”라며, “이 프로젝트가 재고립 문제를 예방하고, 청년이 안전하게 사회구성원으로 자리를 잡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라고 밝혔다.

 

 

김영조 기자 pine996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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