퉁소, 생황을 위한 협주곡도 선보여

  • 등록 2024.10.15 10:5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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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701]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서한범의 우리음악 이야기』 700회를 맞으며 단국대 국악과 창설 40돌을 기려 동문들이 마련한 음악회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였다. 이 행사는 단국대 국악과 졸업생들로 구성된 100여 명의 연주 팀이 참여하였으며 졸업 30년이 넘어 40년이 다 되어가는 환갑의 나이가 된 동문들이 스스로 기획하고, 무대에 올린 음악회였다는 점, 공연 내용도 개인의 독주나 소규모 합주곡 위주가 아니라, 대규모 관현악과 협연곡 위주의 7곡을 발표하였다고 이야기하였다.

 

당일 연주된 7곡 모두는 협연자들과 관현악단과의 어울림이 무난하여 그동안의 연습과정을 충분히 들어내 주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무엇보다도 선곡(選曲) 과정에서 퉁소협주곡, <풍전산곡>이라든가, 생황(笙簧)협주곡, <저 하늘 너머에>와 같은 곡들은 쉽게 접하기 어려운 작품들이어서 객석의 반응이 집중되었던 순서였다. 이와 관련한 이야기를 해 보기로 한다.

 

먼저, 틍소협주곡 <풍전산곡-(風傳山曲)>과 관련된 소감이다.

 

이 곡은 바람이 전해 준 ‘산의 노래’라는 뜻으로 작곡자(계성원)은“산세가 험준하고 고원지대에 있는 함경도 지역의 민요 <아스랑가>, <함경도 농부가>, <나질가>, 등을 시나위 형태의 신아우로 구성”하였다고 한다.

 

 

이 곡은 굿거리장단을 비롯하여 세마치, 동살푸리, 휘모리, 등 장단의 변화를 통해서 퉁소의 거칠면서도 호소력 있는 음색을 변화있게 들어냈고, 그 위에 힘이 실려 있으며 흥겨우면서도 신명이 나는 관현악과의 조화를 적절하게 이루어 낸 곡으로 평가를 받았다. 특히, 퉁소 협연자로 나선 이원희 동문의 퉁소 연주는 그 공력을 알 수 있을 정도로 강약이나 고저(高低), 청탁(淸濁)의 표현이 일품이었다.

 

예부터 <10년 퉁수>라는 말도 있듯이, 듣는 이의 마음을 움직이려면 각고의 노력을 담보해야 한다는 말은 여기서도 예외가 될 수 없을 것이다.

 

연주 분야나 교육 분야에서 틍소라는 악기의 존재 값어치는 우리들이 우려하고 있는 바와 같이 점점 미미해져 가고 있어 뜻있는 이들의 마음을 안타깝게 만드는 상황인데, 때를 맞추어 북쪽 함경도 지방에서 가장 활발하게 연주되어 온 퉁소의 매력을 단국대 국악과 동문연주회에서 새삼스럽게 드러냈다는 점은 연주의 결과를 넘어 그 구상이나 악기 선택에 있어 매우 시의에 적절한 결정이었다는 생각이다.

 

퉁소는 예부터 그것이 세로로 불던, 가로로 불던, 또는 크든, 작든 간에 모두 <통소(洞簫)>나 <퉁소>, 아니면 <통수>나 <퉁수>라는 이름으로 불러왔던 일반화 되었던 악기였다. 여기에는 대금과 같이 갈대의 속청을 붙이는 청공(淸孔)이 있어서 그 울림 또한 씩씩하면서도 애처로운 음색이 일품이다. 퉁소의 재료는 대나무가 일반적이나, 그 재료가 특별하게 옥(玉)으로 만들면 옥통소라 부른다. 서도소리 <초한가(楚漢歌)>에는 “장자방(張子房)이 계명산 추야월에 옥통소를 슬피 불어 팔천제자 해산시킨다”라는 노래 가사가 나오고 있어 옥으로 만든 퉁소 소리가 어떤 음색을 지닌 악기일까 흥미롭다.

 

해금 연주자, 박정숙이 협연으로 나선 <가면무도회> 역시, 관객으로부터 열렬한 환호를 받았다. 중국을 통해 고려시대에 들어 온 2현 악기, 해금은 일정한 음자리가 없이 왼손을 올려 잡으면 낮은 소리가 나고, 내려 잡으면 높은 소리가 나는 악기다.

 

또한 같은 음자리에서도 얼마나 줄을 당기느냐에 따라, 그 음 높이가 달라지기 때문에 음감이 정확해야 한다는 조건이 따르는 악기이다. 이와 함께 해금은 음 빛깔의 변화가 적어 단조롭다는 평가도 있다. 그러나 자유스러운 주법이라든가 다양한 농현법, 등은 이러한 문제들을 잘 보완해 준다. 당일 박정숙이 협연한 가면무도회의 독주부분에 있어서도 해금이 지닌 멋진 기교나 음색의 변화를 다양하게 표출해 주어 충분히 객석의 공감을 얻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좀체로 만나기 어려운 생황협주곡, <저 하늘 너머>가 이날 객석으로부터 대단한 호응을 받았다. 이 곡은 최성무가 만들고, 임형묵 지휘에 김계희가 협연한 곡인데, 생황의 독주선율과 관현악의 문답형 대화가 일품이었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조금은 생소한 생황이란 악기는 동양 고대악기의 일종으로 악기의 재료는 박이 중심이다. 박이란 재료는 8음 중에 포부(匏部)에 속하는 악기이다. 작은 박통에 여러 개의 죽관(竹管)을 꽂고, 통 옆에 달린 취구(吹口)로 김을 넣거나 들여 마시며 손가락으로 가락을 옮기는데, 그 역사는 이미 삼대시대부터 연주되어 온 악기로 알려졌다.

 

특히, 음색이 부드럽고 신비로운 생황은 국악기 가운데 화음(和音)을 낼 수 있는 유일한 악기로 분류되는 악기인데, 이번에 발표된 생황협주곡 <저 하늘 너머>라는 곡에서도 생황 특유의 아름다운 금속성의 음색과 함께 서정성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대단한 평가를 받았다.

 

이어진 이지영 편곡의 ‘민요연곡’과, ‘사물놀이와 국악관현악을 위한 신모듬’, 그리고 동양고주파의 협연곡 ‘Heart of storm’ 등도 관객들로부터 열렬한 환호를 받았다. ( 다음 주에 계속)

 

 

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suhilkwa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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