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서도소리를 들으면 가슴이 설레

  • 등록 2024.10.24 12:4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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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극장 달오름극장, 유지숙의 소리인생 60 <기원ㆍ덕담> 열려
문화체육부 장관, 전 국립국악원장 등 축하 말 전해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추강(秋江)이 적막어룡냉(寂寞魚龍冷)허니 인재서풍중선루(人在西風仲宣樓)를

     매화만국청모적(梅花萬國聽募笛)이요 도죽잔년수백구(桃竹殘年隨白鷗)를

     오만낙조의함한(烏蠻落照倚檻恨)은 직북병진하일휴(直北兵塵何日休)오

 

어제 10월 23일 저녁 7시,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애서 유지숙의 소리인생 60 <기원ㆍ덕담> 공연의 문이 열리자, 최경만 명인의 피리 반주에 맞춘 서도시창(西道詩唱) ‘관산융마(關山戎馬)’가 유지숙 명창의 목소리로 유장하게 흘렀다. 부부가 무대에 올라 담담하게 서도소리의 문을 연 것이다.

 

 

이 공연은 국가무형유산 서도소리 전승교육사며, 국립국악원 민속악단 예술감독인 유지숙 명창의 소리인생 60년을 되돌아보고 새로운 소리인생을 다짐하는 자리였다.

 

유지숙 명창은 공연을 열며, “새로운 서도소리를 발견할 때면 눈이 번쩍 떠져, 밤을 새우곤 합니다. 이렇게 오로지 서도소리만을 생각하고, 서도소리밖에 모르고 살아온 제 곁에는 언제나 힘이 되어주시고 격려해 주셨던 분들이 계셨습니다.”라면서 단국대 서한범 명예교수, 국가무형유산 경기소리 보유자 이춘희 명창과 든든한 제자들에게 깊은 고마움을 표했다.

 

공연에는 특히 문화체육관광부 유인촌 장관이 “유지숙 명창은 잊혀가는 황해도와 평안도를 비롯한 북녘의 토속소리에서부터 무속음악을 대중에게 전하는데 그 누구보다 앞장서 왔으며, 북녘의 민속놀이인 '향두계놀이' 복원에도 힘써 전승이 단절될 뻔한 서도소리의 명맥을 잇는 데 큰 역할을 한 분이다.”라며 극찬했다.

 

‘관산융마’ 공연이 끝난 뒤 이어진 공연에는 유 명창의 수제자들인 이나라, 장효선, 류지선, 김유리, 김무빈 소리꾼이 나서서 서도잡가 ‘영변가’를 불렀다. 이들은 공연 뒷부분에 ‘축원경’도 불러 유 명창의 소리를 그대로 빼닮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공연에 또 눈에 띄는 부분은 국가무형유산 서도소리 김광숙 보유자가 6인의 소리꾼과 함께 ‘긴난봉가’와 ‘자진난봉가’를 부른 것과 (사)배뱅이굿보존회 경기도지회 전옥희 지회장 외 19인이 부른 이상균 작사ㆍ작곡의 창작 아리랑 ‘대전8경아리랑’, ‘강화아리랑’, ‘제주아리랑’ 등을 부른 것이었다.


더욱 관객들의 주목을 받은 것은 유지숙 명창이 발굴하여 제54회 한국민속예술축제에서 대상(대통령상)을 받은 평안남도의 가무극(歌舞劇) 형식의 놀이 <향두계놀이>다. 이 공연에는 유지숙 명창을 비롯, 국가무형유산 서도소리 전승교육사 박준영 명창, (사)향두계놀이보존회 오현승 이사장, 은주정 김진숙 대표 등 19인이 함께하여 공연장을 아주 흥겹게 만들었다.

 

 

 

이번 공연은 전 김영운 국립국악원장이 매끄럽게 진행했는데 중간에 유지숙 명창과 함께 유 명창의 60년 소리인생을 되돌아보는 대담을 진행해 호평받았다. 대담에서 유 명창은 어렸을 적 어떻게 소릿길에 들어선 것인지를 담담하게 얘기해줬고, 중요무형문화재 서도소리 보유자 고 오복녀 명창과의 추억을 되살려 주어 감동받았다. 또 영상으로 평안남도 정경조 도지사, 김혜숙 전 국립국악원장, 국가무형유산 경기민요 보유자 이춘희 명창이 축사를 해주었지만, 유 명창의 남편인 서울시 무형문화재 삼현육각 보유자 최경만 명창이 아내 유 명창에 대한 감정을 담담하게 표현 해준 것도 인상에 남았다.

 

공연의 마지막은 유지숙 명창과 5인의 제자가 함께 부른 ‘황해도굿’이 장식했다. 유지숙 명창과 5인의 제자들은 ‘황해도굿’ 칠성제석거리, 영부정, 명타령, 술타령, 쑹거타령으로 관객들에게 멋진 기원과 덕담을 해준 것이다.

 

 

 

 

     긴대업은 서려서려 드려라

     명도 좋고 복도 좋아라

     무량의 업은 흘러흘러 들어라

     족재비 업은 뛰어뛰어 들어라

     먹고도 남고 쓰고도 남아라

 

논현동에서 온 정희숙(47) 씨는 “그동안 유지숙 명창의 서도소리를 좋아했지만, 오늘 공연에서 더욱 유 명창에 빠져 들었다. 우리에게 잊혔던 서도소리 특히 향두계놀이를 온 삶을 다 바쳐 살려내신 유지숙 명창은 참으로 국악에 보배 같은 분이다. 또 공연의 마지막을 ‘황해도굿’으로 관객에게 복을 빌어준 것은 감동이었다.”라고 말했다.

 

노루꼬리처럼 뭉텅 짧아진 24절기 상강 날, 한층 쌀쌀해진 가을에 유지숙 명창은 참으로 훈훈한 공연으로 객석을 메운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었다.

 

                                                                                        사진, 김동국 작가 제공

 

 

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pine996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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