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가(短歌)는 목을 풀기 위한 짧은 노래

  • 등록 2025.03.11 11:5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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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722]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은사모 동호인들의 판소리사랑 이야기를 하였다. 판소리를 배운다는 그 자체가 곧, 평생을 함께하는 친구를 만나는 것과 같다는 이야기, 판소리 배우러 가는 그 시간이 너무나 설레며, 기다려진다는 이야기를 듣는 순간,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처럼 순수하고 아름답게 보였다는 감상도 덧붙였다. 판소리 대중화를 위해 유튜브를 하는 노은주 명창의 구독자 수가 3,000여 명, 조회 수는 100만을 헤아린다는 이야기가 바로 오늘의 판소리를 보여준다는 이야기 등을 하였다,

 

그들 회원이 즐겨 배우고 있는 판소리는 주로 <흥보가>고, 때로는 <춘향가>, <심청가>의 눈 대목, 소위 널리 알려진 대목들도 배운다고 했다. 현재까지 불리고 있는 <흥보가>는 너무도 잘 알려진 노래로, ‘박타령’이라고도 하는데. 권선징악(勸善懲惡)의 교훈적인 내용을 담고 있어서 착하게 살면 그 끝이 좋고, 악하게 살면 벌을 받는다는 내용이다. 이 교훈적인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들이 거의 없을 법한데, 그런데도 왜 놀부와 같은 사람들이 아직도 우리 사회에 그렇게 많아 보이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각설하고.

 

독자 여러분들의 요청으로 이 난에 <흥보가>의 눈 대목들을 몇 곡 소개해 볼 예정이다. 그 이전에 명창들이 본격적으로 소리판을 열기 전, 곧 판소리 한바탕을 부르거나 잘 짜인 유명한 대목, 흔히 말하는 <눈 대목>들을 골라 부르기 직전에 <단가(短歌)>라고 하는 짧은 노래를 부르는데, 이와 관련된 이야기를 먼저 소개해 보도록 하겠다.

 

 

단가란 글자 그대로 짧고, 간단하며 평이한 소리라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다시 말해, 노래의 빠르기도 지나치게 느리거나 빠르지 않은 중간 정도의 소리고, 고음(高音)의 출현이나 감정의 표출도 적절한 소리여서 긴소리를 시작하기 전, 또는 눈 대목을 부르기 직전에, 자기 목 상태를 점검하기 위해 부르는 노래라 할 것이다. 마치 구기 종목이나 달리기 선수가 시합을 앞에 두고 몸을 푸는 것에 비교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단가의 목적이 목 상태만을 점검하는 것은 아니다.

 

본격적인 소리를 시작하기 전, 평소 자신이 좋아했던 시구(詩句)나 친근한 가락의 짧은 노래를 통해 심리적인 안정감을 유지하기 위해서나, 자신의 기분상태, 또는 신체적 상태, 고수(鼓手)와의 호흡, 그리고 객석의 호응이나 분위기 조절 등등 다양한 점검 차원에서 부르는 짧은 노래라고 이해해야 할 것이다.

 

이렇듯 중요한 단가의 취사선택은 창자마다 특장(特長)이 있게 마련이다. 대부분은 어렵지 않은 가락의 연결이나 잘 짜인 간단하고 짧은 사설을 고르는 것이 일반적이다. 단가의 노랫말이나 중심 내용은 자연의 풍경을 읊고 있는 내용이 대부분이나, 때로는 인생의 덧없는 삶을 노래하는 3, 4조의 노래들도 있어서 다양하다.

 

무대에서 열창하는 소리꾼이 단가의 어떠한 곡을 선택한다고 해도, 객석의 감상자들은 대략 그 소리꾼의 공력이나 수준을 짐작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관객과 만나는 첫인상이 소리판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중대하다 아니 할 수 없다. 단가를 통해서 이미 성공적이냐, 그렇지 못하느냐가 가늠되는 절대적인 시간이라 아니 할 수 없다.

 

단가의 곡 이름은 그 시작하는 첫머리에 나오는 단어들을 그대로 쓰기도 한다. 가령“ 백발이 섧고 섧다. 백발이 섧고 섧네. 나도 어제 청춘일러니 오늘 백발 한심하다.”로 시작되는 단가는 쉽게 <백발가>임을 알 수 있고, “만고강산 유람할 제, 삼신산이 어드메뇨”로 시작하는 단가는 <만고강산>, “진국명산만장봉이요”는 <진국명산>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반드시 그렇지 않은 제목들도 많아서 이에 관한 식별은 자주 듣고, 불러보는 방법 이외에는 또 다른 방법이 없다고 할 것이다.

 

그런가 하면, 단가의 맺는 구절은 대부분 ‘놀아보자’, ‘놀고 가자’ 등등 현실을 즐기며 살아가자고 위로하는 구절이 대부분이어서 희망적이기도 하며 남은 인생의 삶을 달래주는 내용들이 대부분이다.

 

그 실례를 살펴보도록 하겠다.

 

 

먼저, 단가 <만고강산(萬古江山)>의 시작은 “만고강산 유람할 제, 삼신산이 어디메뇨”로 시작하며, 맺는 구절은 “어화세상 벗님네야, 상전벽해(桑田碧海), 웃들 마소. 엽진화락(葉盡花落) 없을손가, 서산에 걸린 해는 양유사(楊柳絲)로 잡아매 동령에 걸린 달은 계수야 머물러라. 한없이 놀고 가자.”로 끝을 낸다.

 

또한 유명한 단가, <진국명산-鎭國名山>은 “진국명산 만장봉이오. 청천삭출 금부용이라.”로 시작하며 맺는 구절은 “유정한 친구 벗님, 좌우로 늘어앉아 <가운뎃줄임> 남녀 풍류랑이 모두 다 늘어앉아서 거드렁 거리고 놀아보자.”로 맺고 있다.

 

이야말로 낙천적인 삶을 제시하며 끝낸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것이다.

(다음 주에 계속)

 

 

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suhilkwa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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