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마음도 달에 갔다네요

  • 등록 2025.03.12 11: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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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달을 볼 수 있는 하늘이 깨끗하기를...
[이동식의 솔바람과 송순주 293]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지구에서 달에게 이 편지를 씁니다

수십억 년 세월 중 한순간을 살지만

살기가 매우 어렵다는 소식을 전합니다

코비드는 우연히 생긴 병이 아닙니다

인간의 끝이 없는 욕망이 원인입니다

지구가 매우 심하게 오염되었기 때문이죠

생명체가 살기에 달세계는 어떤가요?

인간이 살 수 있는 길을 찾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주선 편에 이 편지를 띄웁니다

                                              ...... 달에게, 구충회

 

 

미국에 사는 한국인이 쓴 시조다. 이 시조가 지난주 달에 도착했다. 메모리 카드에 담겨 우주선을 타고 달에 착륙한 것이다. 메모리 카드에는 우리 말 시조뿐 아니라 영어로 쓴 시조도 들어있다.

I saw the pale crescent moon when I learned of mom’s passing.

Halfmoon, smudged by the night cloud, gazed at me when dad departed.

Dear moon, with your caressing smile, who are you comforting tonight?

                                                                                ...... Moon, Lucy Park

루시 박이라는 여성이 쓴 영어시조다. 3행으로 되었다. 시조 형식으로 번역을 해 보면

엄마가 가셨을 때 창백한 초승달이다가

아빠 가셨을 때는 구름에 가린 반달이었네

달님이여 당신의 미소로 오늘 밤 누구를 위로하시나요?

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민간 사상 두 번째의 무인 착륙선인 ‘블루 고스트’가 우리 시간으로 지난 3일 달 앞면의 ‘위난의 바다’에 착륙했다. 착륙선 ‘블루 고스트’에는 루나 코덱스 사업으로 만들어진 ‘타임캡슐’이 실렸다. 전 세계 창작자들의 미술, 음악, 문학, 영화 등 다양한 인류의 정신문화들이 아날로그 방식으로 새겨진 니켈 필름, 혹은 디지털화한 메모리카드로 만들어져 캡슐 안에 담겨 있다.

 

이 시업이 알려지자, 미국 시카고에 있는 비영리 한인문화재단인 세종문화회가 여기에 참여해 우리 시조를 뽑아 올린 것이다. 해와 달, 별 등을 주제로 한 △달에게 △운석의 꿈 △은하 △신비한 하늘 시집 △강촌의 달 △해를 안고 오다 △월광 소나타 △칠월칠석날 등 8편의 한글 작품과 방금 같이 읽은 루시 박의 영어시조 한 편도 실렸다. 시조 작가는 이 사업에 참여한 세종문화회 사무총장을 맡고 있다.

 

 

달에 안착한 블루 고스트는 달의 사막에서 본 ‘일출’을 사진으로 지구에 보내주었다. 사진을 보면 공기가 없는 달의 땅을 치솟고 올라오는 태양이 그리 눈부실 수가 없다. 사방으로 빛나는 광채들이 퍼지면서 휘황한 빛의 잔치를 연출한다. 햇빛을 받은 달의 사막은 땀구멍처럼 숨구멍처럼 파인 자기 민낯을 더욱 선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운석 충돌구라고 한다. 저것이 달의 표면임을 더 확실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루나 코덱스'라는 이 사업은 예술작품이 담긴 타임캡슐을 모두 7차례에 걸쳐 달에 보내는 계획으로 2022년 미국 항공우주국(NASAㆍ나사)의 유인 달 탐사선 ‘오리온’에 첫 타임캡슐을 실어 보냈고, 이번에는 두 번째 민간 기업의 우주선을 통해 한국인의 예술 작품도 실어 달에 보낸 것이란다. 이로써 우리의 한글 데이터가 처음으로 달에 착륙하여 남아있게 되었다. 인류의 예술작품이 달에 착륙한 사례는 1969년 미국 달 착륙선 아폴로 12호 다리에 조각가 포레스트 마이어스가 만든 타일에 미국 팝아트 작가인 앤디 워홀의 이니셜이 새겨진 것이 처음이라는 데 드디어는 우리 한국인들의 작품도 달에 올라가 남게 된 것이다.

 

그러니 앞으로 우리가 밤마다 보는 달은 단순히 천체상의 한 위성이 아니라 우리 한국인들의 마음을 안고 있는 달이 된 것이다. 그러지 않아도 ‘한가위’란 명절을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즐기고 정월 대보름달에도 우리의 소망과 건강과 풍요를 비는 한국인들에게 앞으로 달은 진정 친구처럼 더 가깝고 기댈 대상으로 다가온 것이다.

 

 

블루 고스트는 지름 3.5m, 높이 2m짜리 무인 달 착륙선이다. 지구에서 지난 1월15일 발사돼 45일 동안 우주를 비행하다 월면에 안착했다. 민간에서 성공시킨 두 번째 달 착륙이다. 블루 고스트에는 모두 10개 탐사 장비가 실렸다. 달 표면을 시추하고 각종 표본을 수집할 예정이다. 특히 기기와 우주복에 접착제처럼 달라붙는 달 먼지를 제거하는 기술을 시험한다. 달 먼지는 매우 작고 뾰족해서 달에 진출할 때 위협 요인이 된다. 아무튼 민간기업이 발사한 우주선이 달에 착륙하는 시대가 된 만큼 앞으로 우주선이 달까지 물품을 ‘빠르게’ ‘저렴하게’ ‘자주’, 마치 택배처럼 배송해 주는 서비스 시대가 이로써 열리게 되었다.

이번에 우리 시조들을 달에 올리는데 이바지한 세종문화회는 미국에 사는 사람들 사이에 한국 문화유산의 인식과 이해를 증진 시키는 목적으로 설립되었다고 한다. 이들은 한국의 얼이 포함된 현대 음악, 문학, 예술을 서양의 매개체를 통하여 표현하는 데에 역점을 두면서 여러 인종, 여러 문화가 한데 섞여서 있는 미국사회에서 자라나는 어린이들과 학생들에게 우리 문화를 전하는 큰 일을 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시조도 달에 갔다;

눈밭이 희다한들 달빛이 없어봐라

배꽃이 곱다한들 달빛을 가려봐라

강물이 맑다고 한들 달 안 뜨면 뭐하니?

                                       ..... 강촌의 달, 서관호

그렇게 달은 우리와 마음으로 가까워지고 있는데 공간적으로는 어떤가? 이번 달 착륙선 성공에서 보듯 오늘날 우주 산업은 민간우주기업이 중심이 되는 ‘뉴 스페이스(New Space)’로 들어가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국내 기술로 개발한 로켓 누리호를 2021년, 2022년, 2023년 모두 3차례 발사한 바 있고 4차 발사를 올해 하반기에 앞둔 상황이라고 한다. 1∼3차는 정부 기관인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주도로 진행됐지만, 이번엔 민간 기업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중심적 역할을 맡게 됨으로써 우리나라도 뉴 스페이스 시대로 들어가는 것이다.

 

 

우리 목표는 2032년에 달에 우주선을 보내어 착륙시키는 것이라고 하니 앞으로 몇 년 동안 달에 대한 우리의 꿈을 더 키우며 기다려야 할 것 같다. 그러나저러나 달은 역시 우리 한국인들에게는 어머니 같은 존재이다. 그 달을 볼 수 있는 하늘이 깨끗하기를 염원해 본다. 포탄이 터지는 전쟁이나 충돌로 하늘이 가려지지 않기를 소원하는 것이다.

 

 

이동식 인문탐험가 sunonthetre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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