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부한(丈夫恨)에 나오는 미녀들 이야기

  • 등록 2025.05.13 12:0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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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731]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제목 그대로 대장부의 한(恨)을 소리로 나타내고 있는 <장부한(丈夫恨)>이라는 단가를 소개하였다. 남자로 태어나, 뛰어난 명승고적(名勝古蹟)들을 두루 돌아보고, 고금(古今)의 영웅, 열사, 문장가, 충신, 그리고 미인(美人)들과 경치 좋은 곳에서 자리를 같이하며 산해(山海)의 진미(珍味)를 안주 삼아 술을 마시고 마음껏 즐기다가 눈을 떠보니 꿈이었다는 이야기, 그래서 붙인 이름이 대장부(大丈夫)의 한(恨)이다. 이 노래에도 산 이름, 강의 경관을 비롯하여, 만리장성, 아방궁(阿房宮), 봉황대(鳳凰臺), 황금대(黃金臺), 그 외에 유명 고적(古跡)들의 이름이 나열되고 있어서 친근감 가는 사설로 이어진다.

 

특히, 이 단가에는 매희(妹姬), 달기(妲己), 하희(夏姬), 서시(西施), 식(息)부인, 채문희, 오강낙루(烏江落淚)의 주인공인 우미인(虞美人) 등등, 으뜸 미색들이 등장하고 있으며, 외양(外樣)은 특출하나 마음씨가 곱지 못한 요화(妖花)들, 예를 들면 달기(妲己)나 포사(褒姒), 양귀비(楊貴妃) 등도 나오고 있다. 잠시 이들과 얽힌 이야기도 단가 감상에 도움이 될 것이기에 간단히 소개해 보기로 한다.

 

매희(妹姬)는 말희(末喜)로도 알려진 미인으로 걸(桀)왕이 어느 지역을 토벌할 때, 항복을 받으며 왕비로 삼았다는 여인이다. 얼굴은 예뻤으나 본성이 간사하였다. 미인을 얻은 임금은 그녀가 원하는 대로 궁전에서 매일 같이 주연(酒宴), 곧 연못에 술을 채우고, 나무에 고기를 매달아 숲을 이룬다는 주지육림(酒池肉林)의 형태였다고 한다. 이러한 임금의 방탕생활을 제지하기 위해 옳은 소리를 하는 현명한 신하들을 멀리하고 정치를 돌보지 않아, 나라는 망하게 되었고, 말희의 생도 마치게 된 주인공이었다.

 

 

달기(妲己)는 은(殷)나라 제신(帝辛)의 총비(寵妃)로 위의 말희(末喜)와 더불어 유명했던 악녀(惡女)였다. 임금의 총애를 등에 업고 위세가 대단했는데, 임금은 그녀가 원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들어주었다고 한다. 그렇게 임금의 신임이 두터울수록 황후와의 사이는 점점 멀어져 갈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자객이 들었는데 이 일은 모두 황후가 모두 시킨 것이라고 덮어씌웠고, 이 자백을 받기 위해 악행을 저질러 황후를 죽게 하였다고 한다. 그 이후에는 더더욱 간교해져서 그녀의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들에겐 형벌을 가하고 그 광경을 구경하며 웃고 즐겼다고 한다.

 

참다못한 한 충신들이 임금에게 “아녀자의 말만 따르니, 재앙이 닥칠 것”이라고 간언하자, 임금은 오히려 간언하는 신하들을 죽였다. 그 뒤, 나라는 망했고, 왕이 죽은 뒤, 달기의 목도 작은 백기(白旗)에 걸렸다고 하는 이야기가 전해오고 있다. 그 이후, 중국에서의 달기라는 이름은 '악녀' 또는 '매혹의 여성'으로 쓰는 말이기도 하지만, 남자를 홀리는 단순한 요녀(妖女), 또는 적극적인 여자라는 평가도 있다.

 

절세가인 포사(襃姒)는 어려서부터 미모가 뛰어난 여인이었기에 총애를 받는 후궁이 되었음에도 그녀는 웃음이 없어서 웃지 않는 미인으로 유명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하게도 한 궁녀의 비단 옷가지가 나뭇가지에 걸려 찢기는 장면을 보게 된 포사는 그 장면이 너무도 재미있어 깔깔대고 웃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비단 찢는 소리를 들으면 기분이 좋아진다”라고 했다던가?

 

그 이후, 왕은 포사를 웃게 하려고 값비싼 비단을 가져와서는 쫙쫙 찢기 시작하며“ 재미있다면 웃어보라”라고 요구했다. 날마다 보고 듣는 비단 찢는 소리가 어찌 좋겠는가! 싫증이 난 포사는 또다시 웃지 않게 되었고 황제는 그녀가 웃는 일에만 관심을 가지다가 전쟁의 신호탄인 봉화를 잘못 올리게 되었을 때, 또한 그녀가 크게 웃었다는 것이다.

 

그 뒤, 포사도 심심하면 봉화를 올리곤 했는데, 자주 그러한 일이 반복되니, 양치기 소년이 ‘늑대가 나타났다’라고 해서 동네 사람들이 몰려들었다는 이야기처럼 같은 거짓말에 누가 도와주러 올 것인가! 후에는 황제가 봉화를 올려도 지원군을 보내주는 제후가 없었기에 결국 나라는 망하게 되었다고 하는 이야기가 포사와 관련하여 전해오고 있다.

 

 

양귀비는 빼어난 미모로 당나라 제6대 황제, 현종(玄宗)의 귀비(貴妃)가 된 여인이다. 현종 초기에는 현신(賢臣)을 써서 당나라의 융성시대를 이루어 냈으나, 만년에는 간신(奸臣)에게 정치를 맡기고 양귀비에 빠져 정치가 어지러워졌다. 임금이 정치를 돌보지 않고 여색에 빠진다면, 나라의 일은 어찌 되겠는가 하는 점을 여실히 보여주는 일화의 주인공이 현종과 양귀비이다. 이후 안록산의 난이 일어나 현종과 함께 달아나다가 마외역에서 죽었다고 전한다.

서시는 월서시(越西施), 즉 월나라 서산에 사는 시(施)라는 여인이다. 재색이 뛰어나, 오(吳)와 월(越)이 싸울 때, 오나라 임금을 유혹하는 미인계책의 주인공이었다.

 

다음으로 이어지는 식(息)부인은 식국(息國)의 후작(侯爵)부인을 가리키는 이름이다. 초(楚)임금이 식국(息國)을 멸하고, 강제로 부인으로 삼자, 생전 입을 열지 않았다고 하는 여인이다. 그 까닭을 묻자, ‘비록 죽지는 못할망정, 한 부인이 어찌 두 남편을 섬기겠느냐’라고 했다던가?

 

채문희(蔡文姬)는 음률(音律)에 능한 한(漢)나라 여인이다. 그가 호북에 잡혀갔다가 <호가(胡笳) 18박>을 지었는데, 그 소리가 중원에 들려오니 이 노래를 조조가 듣고 불쌍히 여겨 천금을 주고 한(漢) 나라로 귀환시켜 주었다는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또한, 우(虞)미인은 항우(項羽)의 애인으로 항우가 전쟁 통에 포위당해 죽게 되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는 자살해 버렸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상 소개한 여성 관련 이야기들이 이 단가 속에 담겨 있어 각각의 의미를 이해하고 이 소리를 듣는다면 <장부한>이라는 단가는 더더욱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다음 주에 계속)

 

 

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suhilkwa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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