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도 많이 뜨거울 것 같습니다. 아침에 받는 햇볕이 어제보다 더 뜨거운 느낌이 들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날씨를 알려 주시는 분이 어제보다 더 더울 거라고 하더라구요. 뒤통수에 햇볕의 따뜻함을 느끼며 해를 등지고 걸어오는 길에, 이슬이 내린 잔디밭을 지나왔습니다. 오늘따라 이슬이 맺힌 잔디가 유난히 해반드르하게 보였습니다. 잔디에 맺힌 이슬에 햇빛이 비치면서 더 그렇게 보이는 것 같았습니다.
오늘 알려드릴 토박이말이 바로 '해반드르르하다'입니다. '겉모양이 해말쑥하고 반드르르하다'는 뜻으로 쓰는 말입니다. 보시다시피 '해+반드르르하다'의 짜임으로 된 말인데 앞가지(접두사) '해-'는 풀이에 나오는 '해말갛다'에서 처럼 '매우'의 뜻을 더하는 말입니다. 그리고 '반드르르하다'는 '윤기가 흐르며 매끄럽다'는 뜻이니 '해반드르르하다'를 '매우 윤기가 흐르며 매끄럽다'로 풀이할 수도 있습니다.
갓 따온 열매를 보고 '아주 윤기가 흐르고 매끄럽다'라고 할 수도 있지만 '해반드르르하다'는 말을 쓰면 다른 느낌을 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가게에서 사 온 과일을 먹으려고 깨끗이 씻어 놓고 '해반드르르하다'는 말은 떠올려 쓰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이 말은 위와 같은 뜻이 넓어져 '이치에 맞게 꾸며대며 그럴싸하다' 뜻으로도 씁니다. 겉모습이 번지르르하게 윤기가 흐르고 그럴듯하게 보이는 것처럼 말이나 짓을 그럴듯하게 꾸며서 해 보일 때 쓸 수 있겠습니다. 실수나 잘못를 했으면서 아주 그럴듯하게 꾸며대는 핑계를 듣고 '해반드르르하다'는 말을 떠올려 쓰실 수 있을 것입니다.
윤흥길 님의 '완장'에 다음과 같이 쓴 보기가 있습니다.
썩 잘나지도 못한 것들이 해반드르르한 여자를 꿰차고 다니는 꼴을 볼 때마다…
겉모습을 보고 그저 '깨끗하다', '반짝이다'는 말을 쓸 수 있고, 남다른 말솜씨를 두고 '번지르르하다', '그럴싸하다', '그럴듯하다'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는 말과 '해반드르르하다'는 다른 느낌을 나타낼 수 있는 말이라는 것을 바로 아셨을 겁니다.
이 말보다 큰 말은 '희번드르르하다'이고, 준말은 '해반들하다'라는 것도 알아두시면 쓰실 일이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