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진경 문화평론가] 지난 8월 12일부터 17일까지, 캄보디아 바탐방(Battambang)에서의 시간은 선교 사역이 곧 축제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언어의 벽은 노래와 몸짓, 그리고 서로를 향한 따뜻한 시선 앞에서 쉽게 무너졌다.
선교사역의 첫 시작은 공연 봉사였다. 신나는 찬양 율동이 시작되자 모두의 발걸음이 멈췄고 팬플룻의 독주가 바람처럼 울려 퍼지자 귀 기울여 듣기 시작하였다. 이어 미니가야금과 플룻, 신디사이저, 바순이 합주를 이루었다. 서로 다른 음색이 하나로 어우러지며 낯선 이들의 마음을 묶어냈다. 특히 전통 민요 ‘아라삐야’를 편곡해 연주했을 때는 청중이 박수로 응답했고 곧 합창으로 이어졌다. 찬양과 율동은 국적과 언어를 뛰어넘어 하나의 몸짓으로 모였다.

이후 의료ㆍ어린이ㆍ미용ㆍ한복체험 봉사가 동시에 진행되었다. 의료 봉사는 내과와 치과, 한의과, 방사선과, 안과, 정형외과, 약국까지 갖추어 주민들을 맞았다. 환자들은 진료와 치료를 받은 뒤 복음을 들으며 몸과 마음의 위로를 얻었다. 약과 처방이 몸을 돌봤다면, 복음은 영혼을 어루만졌다. 미용 봉사는 머리를 손질하고 손톱을 다듬는 작은 섬김이었지만, 그 속에서 존엄과 웃음이 되살아났고, 한복을 입고 가족들과 즉석 사진을 찍고 손에 들고 돌아가는 발길마다 웃음꽃을 피운 그들의 모습은 보는 이들의 마음마저 설레게 하였다.

어린이 봉사는 복음팔찌로 시작됐다. 아이들은 복음을 듣고 각 색깔이 지닌 의미를 배우며 팔찌를 만들었다. 이는 장식이 아니라 손목 위에 새긴 고백이었고, 곧 이어진 그림ㆍ공예ㆍ리듬놀이와 위생교육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됐다.
아이들은 바닥에 둘러앉아 저마다의 이야기를 표현했고, 마지막 날에만 책상이 마련되어 안정된 자세로 그림을 완성할 수 있었다. 리듬놀이는 함께 속도를 맞추는 훈련이 되었고, 위생교육은 스스로 돌보는 자립심을 키웠으며 다른 활동과도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솜사탕은 짧은 달콤함으로 아이들의 거리를 좁혔고, 선물 꾸러미(학교용품과 비타민, 치약과 칫솔 세트 등)는 다음 만남을 이어 주는 다리가 됐다. 덤블링과 얼굴그리기(페이스 페인팅, Face Painting)는 놀이와 쉼, 배움과 즐거움이 공존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그 현장은 하나의 축제를 닮아 있었다. 공연이 마음의 문을 열었다면, 복음을 들려주고 이어진 의료와 어린이 봉사는 몸과 마음을 치유했다. 미용 봉사는 일상의 존엄을 회복시켰다. 각기 다른 봉사는 결국 ‘함께’라는 이름으로 하나로 이어졌다. 예술과 신앙의 언어가 현지 문화와 만나는 순간, 그것은 단순한 나눔이 아니라 삶을 교환하는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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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은 단순한 전달이 아니라 관계의 언어였다. 팬플룻의 숨결, 가야금의 현, 플룻의 맑음, 신디사이저의 다채로움, 바순의 깊은 울림이 서로를 한 호흡으로 엮어냈다. 그 호흡은 감동을 넘어 신뢰를 낳았다. 신뢰가 자리 잡자, 치약과 칫솔을 건네는 손길도, 비타민을 설명하는 목소리도, 머리카락을 다듬는 빗질도 모두 다르게 다가왔다. 예술은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에 안전한 다리를 놓아 주었다.
마지막 날 찾은 앙코르와트는 웅장했지만, 찬란했던 왕국이 하루아침에 무너질 수 있음을 말해주었다. 위대한 건축물조차 역사의 변화를 막지 못했기에 그 위용은 오히려 덧없게 다가왔다. 그러나 동시에 여러 나라의 도움 속에서 다시 성장의 태동을 일으키는 오늘의 캄보디아는 희망을 말해주었다. 무너진 역사의 흔적 위에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그들의 모습은, 우리가 나눈 작은 봉사와도 겹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