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국립민속박물관(관장 장상훈)은 2025년 9월 17일(수)부터 11월 3일(월)까지 국립민속박물관 기획전시실 2에서 문화유산의 복원을 다룬 《다시 만난 하늘: 보물 신ㆍ구법천문도 복원기》 특별전을 연다. 전시는 낱장 형태로 훼손되었던 유물을 원래의 병풍 형태로 복원한 보물 <신·구법천문도>와 보존 전문가의 치열했던 복원 과정 이야기 및 관련 도구들을 소개한다.
보존 전문가의 애환을 담은 전시
신ㆍ구법천문도는 조선시대 전통적인 천문도인 '천상열차분야지도(天象列次分野之圖)'와 서양의 '황도남북총성도(黃道南北兩總星圖)'를 하나의 병풍에 그린 것이다. 옛사람들은 하늘의 별을 보고 개인과 나라의 길흉화복을 예측했다. 동서양의 밤하늘을 함께 그려, 하늘의 뜻을 이해하려 한 귀한 천문도다.

1994년 국립민속박물관은 천문도를 입수했고, 2001년에 보물로 지정되었다. 입수 당시 천문도의 상태는 좋지 못했다. 원래는 병풍 형태로 만들어진 것인데, 세월을 겪으면서 낱장으로 흩어지게 되었다. 입수 당시부터 복원과 보존처리 의견이 꾸준히 제기되었다. 국립민속박물관 보존 전문가인 전지연 학예연구사의 주도로 10여 년의 관찰 기간, 6년의 집중적인 작업 끝에 2023년 보존처리, 복원, 복제를 완료했다. 전시는 전지연 학예연구사의 증언을 중심으로 문화유산 보존 전문가의 애환과 각종 에피소드를 들어볼 수 있다.
“복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연구입니다. 연구가 반이에요.”
전지연 학예연구사는 문화유산 복원 작업에서 제일 중요한 과정은 연구라고 한다. 대상 유물을 보고 곧바로 보수, 복원을 하는 것이 아니라 원래 모습을 추측할 수 있는 비교연구를 수행해야 한다. 신ㆍ구법천문도는 첫 연구 당시 나라 안팎 3건의 천문도를 기반으로 연구했다. 이후 나라 안팎 도서관과 박물관 등에서 다른 신ㆍ구법천문도의 존재가 확인되면서 비교 자료가 점차 늘어나서 완벽한 복원을 위한 토대가 마련되었다.
이번 천문도 복원 작업에서 가장 어려운 작업은 색 맞춤 작업이다. 옛 색깔 그대로 맞춰야 하는데, 조금만 물이 과하거나, 적어도 얼룩이 생기고, 색이 달라진다. 전지연 학예연구사는 “보이는 색을 그대로 내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게 덧입히는 일이다.”라고 하며 이는 달리 보면 색을 덮는 게 아니라, 감춰야 하는 일이라고 한다. 전시에서는 복원의 단계별로 전지연 학예연구사와 국립민속박물관 서화실 직원들의 눈물겨운 분투기를 소개하며, 문화유산의 복원과 전승에 대한 고민도 함께 나눌 수 있다.
보존 전문가에게 문화유산의 보존이란?
이번 전시의 주인공 전지연 학예연구사는 문화유산의 ‘보존’이란 “지금 우리가 가진 문화유산의 고유한 값어치를, 우리 자식 세대에, 또 그다음 세대에 온전히 전하기 위해 취하는 모든 조치”라고 말한다.
관람객들이 박물관에서 감상하는 문화유산들의 보존처리가 ‘깨끗하고 말끔한 결과’를 목표로 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가장 잘된 보존처리는 어디를 손댔는지 모르게, 유물이 안정된 상태로 남기는 것이다. 손때를 무리해서 닦아내지 않기, 과거를 지우지 않기, ‘고쳐진 티’가 나지 않기. 그것이 진짜 보존이다. 문화유산은 인간이 만든 것이지만, 시간이 키워주는 존재다. 전지연 학예연구사는 이에 덧붙여 “나는 그 시간을 방해하지 않고, 조용히 곁에서 지켜주는 일을 한다.”라며 보존 전문가의 역할을 소개한다.
국립민속박물관은 이번 특별전시와 더불어 《국립민속박물관 소장 보물 신‧구법천문도(新舊法天文圖)》(유물보존총서 Ⅺ)를 펴앴다. 박물관이 소장한 천문도의 병풍 복원 과정을 중심으로, 나라 안팎 유사 천문도 조사, 과학적 분석, 천문학적 고증을 종합한 연구 성과를 담았다.
보존 전문가,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하는 박물관의 핵심 인력
박물관에서 일하는 사람을 흔히 학예연구사라고 한다. 여러 분야의 학예연구사가 있는데, 문화유산을 보존․복원․복제하는 이를 보존 전문가(Conservator)라고 부른다.
박물관은 과거와 현재의 역사와 문화를 다음 세대에 전승하기 위해 존재하는 곳이다. 박물관의 가장 깊은 곳에서 세월의 풍상을 겪은 유물을 잘 가꾸어, 후대에 고스란히 전달하기 위해 분투하는 보존 전문가는 박물관의 핵심 중의 핵심 인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