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하나 오늘 토박이말] 햇무리구름

  • 등록 2025.11.27 11:3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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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무리를 만드는 구름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어느 맑은 날, 하늘을 올려다보았는데 파란 하늘이 어딘가 모르게 뿌옇게 보일 때가 있습니다. 마치 유리에 입김을 불어넣은 것처럼요. 그러다 문득 해를 바라보면, 해 둘레에 둥글고 아름다운 무지개 띠가 걸려 있는 모습을 보기도 하지요. 오늘 우리가 함께 나눌 토박이말은 하늘에 야릇한 빛의 반지를 끼워주는 구름, '햇무리구름'입니다. '햇무리구름'은 하늘을 온통 뒤덮고 있지만, 너무나 얇고 투명해서 구름이 낀 줄도 모를 때가 많습니다.

 

말집(사전)에서는 '햇무리구름'을  다음과 같이 풀이하고 있습니다.

온 하늘을 뒤덮은 엷고 흰 면사포 모양의 구름. 높이 5~13km 사이에 나타나며 햇무리, 달무리를 잘 일으킨다. 《표준국어대사전》

높이 5~13킬로미터 사이에 분포하고, 미세한 **얼음의 결정(알갱이)**으로 이루어진 구름. 흰 면사포 모양이다. 《고려대한국어대사전》

 

 

두 풀이를 모아보면, '햇무리구름'은 하늘 아주 높은 곳(위턱)에 넓고 얇게 퍼져 있는 구름입니다. 이곳은 기온이 낮아 물방울이 아닌 작은 얼음 알갱이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이지요. 이 구름의 가장 큰 됨됨(특징)은 햇빛이나 달빛을 가리지 않고 꿰뚫고 지나간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그 빛을 받아 더욱 야릇한 모습을 만들어내는데, 그것이 바로 이 구름 이름의 까닭이 됩니다.

 

잘 아시다시피 '햇무리'는 '해의 둘레에 둥글게 나타나는 테'를 이르는 말입니다. 구름 속의 얼음 알갱이들이 햇빛을 꺾이게 하고 되비추어서, 해 둘레에 동그란 빛의 띠를 만들어내는 것이지요. 바로 이 '햇무리'를 잘 만드는 구름이라고 해서 '햇무리구름'이라는 알기 쉬운 이름이 붙었습니다. 밤에 달 둘레에 생기면 '달무리'가 되니, 밤에는 '달무리구름'이 되기도 하겠지요?

 

이 구름은 그 고운 모습 때문에 아름다운 다른 이름들도 가지고 있습니다. 하늘을 덮은 모습이 마치 신부의 얼굴을 살포시 가리는 하얀 면사포 같다고 하여 '면사포구름'이라고도 부릅니다. 앞서 배운 '새털구름(털)'처럼 높은 곳에 뜨면서, '안개구름(층)'처럼 넓게 퍼져 있다고 해서 '털층구름'이라는 이름도 있습니다. 갈말(학술용어)로는 '권층운(卷層雲)'이라고 합니다.

 

'햇무리구름'이 하늘에 덮이면 곧 비가 올 낌새로 보기도 합니다. 예로부터 "햇무리가 지면 비가 온다"는 말이 있는데, 이는 '햇무리구름'이 따뜻한 숨씨(공기)가 찬 숨씨(공기)를 타고 오를 때 가장 먼저 나타나는 구름이기 때문입니다. 나날살이에서는 다음과 같이 쓸 수 있을 것입니다.

해님 둘레에 무지개 고리가 생겼어! 하늘에 엷은 햇무리구름이 끼어서 그렇대.

하늘에 햇무리구름이 끼고 해무리가 뚜렷한 걸 보니, 비가 내리려나 봐요.

달 둘레에 뿌옇게 달무리가 졌네. 저것도 햇무리구름이 지나가고 있기 때문이야.

 

너무 맑아 눈이 부신 날보다, 어딘가 흐릿하고 야릇한 자리느낌(분위기)이 감도는 날에 하늘을 올려다보세요. 해님이나 달님이 하얀 가림막 뒤에서 빛의 띠를 두르고 있다면, 반가운 마음으로 '햇무리구름'이라는 이름을 불러주시기 바랍니다.

 

 

이창수 기자 baedalmaljig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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