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馬)들이 많네 - 우리 일상 속 말

  • 등록 2025.12.18 13: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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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민속박물관 병오년 말띠 해 특별전 《말들이 많네》 개막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국립민속박물관(관장 장상훈)은 2025년 12월 16일(화)부터 2026년 3월 2일(월)까지 기획전시실 2에서 2026년 병오년 말띠해 특별전 《말(馬)들이 많네-우리 일상 속 말》을 열었다. 이번 전시는 새해를 맞이하여 십이지 동물 가운데 말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따스한 시선으로 소개한다.

 

 

국립민속박물관을 상징하는 띠 전시, 세계의 말 관련 문화 소개

국립민속박물관은 2002년부터 해마다 띠 전시를 열어 십이지 동물과 관련한 국내 민속을 소개해 왔다. 이번 특별전은 국내뿐 아니라 세계의 말 민속으로 범위를 확장해, 말 문화와 상징을 소개한다. 또한 대표적인 말띠 인물인 다산 정약용의 하피첩과 추사 김정희의 이야기를 민속 유물을 활용한 4컷 만화 형식으로 선보여 관람객들에게 더욱 행복한 메시지를 전달할 예정이다.

 

힘과 자유의 상징, 말

옛날부터 말은 멀리 달릴 힘과 자유의 상징이었다. 인간의 공간적 한계를 넓히는 데 함께했던 말은 새로운 세계로 도전한다는 의미도 가진다. ‘천리마도 한 번 달릴 때 쉼이 있다.’라는 속담처럼, 국립민속박물관은 올해도 열심히 달려온 우리 국민과 함께 잠시 숨을 고르며, 천리마의 지혜를 나누고자 한다. 특별전 《말(馬)들이 많네-우리 일상 속 말》에서는 사람과 말이 함께 걸어온 길, 우리 삶과 민속문화, 그리고 말에 담긴 꿈과 기운을 따뜻한 시선으로 되돌아본다.

 

 

 

오랜 친구로서의 말

말(馬)은 개(犬)와 더불어 인류의 오랜 반려동물이다. 현생인류 역시 지구 생태계의 다른 생물과 함께해야 할 친구였다. 빠르고 강한 야생말의 습성을 연구해 길들이는 데 성공한 인류는 말과 정말 특별한 교감을 한 결과, 사람과 한 몸처럼 움직이는 유일무이한 존재로 말이 탄생하였다.

 

선조들은 말을 단순한 승용을 넘어, 죽은 이의 영혼을 인도하고 신(神)을 태우거나 신의 뜻을 전달하는 신성한 매개체로 상상력을 확장했다. 이러한 문화적 정립을 통해 동아시아에서는 말이 12지(支) 동물 가운데 7번째이자, 낮 11시부터 1시, 정남(正南)방위를 상징하는 실용과 수호의 동물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도보, 말 승용 등 전통적인 시ㆍ공간 개념은 19세기 말 이후 기차와 승용차 등 발전한 교통수단의 등장으로 인해 역사의 뒤안길로 접어들게 된다. 특히 말을 탈 일이 거의 없는 우리나라에서 제주말은 천연기념물이 되었을 정도이다. 말과의 교감이 사라진 현대인들은 늘 시간에 쫓기며 대화와 소통의 부재 및 상상력의 퇴화를 경험한다. 하지만 말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며, 생활 문화 곳곳에 말의 흔적이 남아 있다는 사실을 전시로 소개한다.

 

 

 

<1부 신성한 말>

1부는 ‘신성한 말’에 관한 공간으로, 말이 단순한 교통수단을 넘어 신성하고 영험한 존재로 나아가 성스러운 말로 인식된 문화를 조명한다. 말은 충성, 생명력, 공간 이동의 신비를 상징하며, 신들의 전달자로 나아가 신 그 자체로 여겨졌다. 이 장은 신앙과 민속, 문화 속에서 말이 지닌 신성한 의미와 상징적 역할을 깊이 탐구하며, 인간과 우주를 잇는 매개체로서 신성한 말의 역할을 소개한다.

 

성스러운 말은 십이지신이나 청룡도를 쥔 채 말을 타고 달리는 백마신장과 무신도의 신으로 등장한다. 시왕도(저승 세계를 관장하는 10대 시왕들의 재판 광경과 지옥에서 고통받는 망자(亡者)들을 묘사한 조선 전기의 불화)에 등장하는 말과 저승사자가 타는 말은 저승에서 망자를 심판하고 인도하는 신성한 영혼의 여정에 중요한 역할도 한다. 이 말들은 단순한 탈것이 아니라, 저세상과 생명의 경계를 넘나드는 신비롭고 신성한 매개체임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말이 지닌 영적 상징성과 신앙적 의미를 깊이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상여의 꼭두로 등장하는 저승사자들, 말을 탄 인형들은 이후 장난감 목마로서 우리 곁으로 다가온다. 아울러 말방울에 새겨진 벽사의 의미도 알아보고자 한다.

 

 

<2부 우리의 말: 제주마>

‘사람은 나면 서울로 보내고, 말은 나면 제주로 보내라’라는 옛말이 있듯이 ‘말’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 ‘말의 고향’, 제주다. 2부에서는 조랑말(과하마 - 果下馬, 키가 작은 토종말)인 제주마의 역사와 관련된 문화를 알아보고 그 속에서 특성을 발견해 보고자 한다. 편자(박기)가 필요 없는 토속말 제주마, 행운의 상징이 된 서양의 편자 이야기, 조선의 그림 속에 등장하는 우리의 말들, 말에 대한 사랑이 담긴 말과 관련된 (수)의서들, 타는 사람과 말 둘 다 보호해 주는 말안장과 임금님이 행차할 때 등장하는 수많은 말들을 통해 우리는 말 특히 제주마에 대해 조금 더 가까이 갈 수 있을 것이다.

 

<3부 말과 함께>

3부에서는 우리와 함께해 온 말들, 그리고 현재도 함께 하는 말과 관련이 깊은 다양한 유물을 소개한다. 우리나라의 발전에 커다란 계기가 되었던 88 서울올림픽 포스터에 나오는 고구려 무용총의 수렵도 속의 말, 암행어사들의 공인인증서인 마패, 국가시설인 역참에 설치된 마방의 마굿간 모습, 한국전쟁의 영웅으로 전설적인 군마였던 레클레스, 네팔의 구마도(동판) 등을 소개한다. 말 모양과 그림을 모티브로 덧칠한 위스키도 전시장으로 나와 말이 주는 상징성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할 기회를 제공한다.

 

탄생 240돌을 맞이하는 대표적 말띠 인물인 추사 김정희와 그보다 24년 전에 태어난 다산 정약용의 세대를 넘은 교유 등을 하피첩(霞帔帖)과 다신계절목(茶信契節目), 그리고 박종마정물반정주(博綜馬鄭勿畔程朱), 마천십연(磨穿十硏) 등의 서예와 전각작품에서 만나 볼 수 있다.

 

 

 

□ 행복 메시지

새해를 맞이하여 선조들이 토정비결이나 당사주를 본 이유는 단순한 운세풀이를 넘어서 새해를 맞이하며 한 해 동안 자신과 가족의 길흉화복, 건강, 재물운 등을 점쳐보고 준비하고자 하는 심리적 필요에서 비롯되었다. 토정비결은 19세기 유행한 대표적 도참서로, 주역에 기반한 상수학적 사고를 통해 개인의 운을 해석했지만, 그 핵심은 백성들에게 삶에 희망과 활력을 불어넣는 데 있다. 2026년 병오년 새해를 맞이하여 관람객도 사주풀이로 행복 메시지를 서로에게 전하기 바란다.

 

□ 특별전 연계 체험 프로그램

전시 기간에는 몽골 전통 악기 마두금 연주와 함께하는 탱고 공연, 닥종이 편자 만들기, 양모 말 장식 만들기 등 관람객 참여형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국립민속박물관 장상훈 관장은 “말은 인간의 삶과 상상력을 확장해 온 동반자”라며 “이번 전시가 새해를 맞아 일상 속 말의 의미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김영조 기자 pine996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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