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눈 위를 가르는 매끄러운 몸짓, 승리를 부르는 아름다운 마음
요즘 멀리 이탈리아에서 날아오는 반가운 소식에 온 나라사람들의 가슴이 벅차오를 것입니다. 하얀 눈밭 위를 시원하게 미끄러져 내려온 우리 스노보드 선수들이 소중한 메달을 목에 걸었다는 기별 들으셨지요? 텔레비전 화면 속에서 선수들이 눈 위를 가르며 내려오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았습니다. 가파른 비탈길을 마치 물 흐르듯 내려오는 그 부드러운 몸짓을 보며 저는 토박이말 '결'을 떠올렸습니다.
눈결을 타고, 마음결을 다스리다
'결'은 참 신비로운 낱말입니다. 나무를 깎을 때 보이는 무늬는 '나뭇결', 비단의 부드러운 느낌은 '비단결'이라고 부르지요. 우리 선수들은 거친 눈발과 얼음판 위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그 '눈결'을 아주 잘 타더군요. 남들은 미끄러지고 넘어지는 험한 길이었지만, 우리 선수들은 마치 눈과 하나가 된 듯 매끄럽게 흐름을 탔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빛났던 것은 선수들의 '마음결'이었습니다. '결'은 사람의 됨됨이나 마음의 됨새를 뜻하기도 합니다. 수만 명의 눈동자가 지켜보는 긴장된 순간에도 흔들림 없이 평정심을 유지하며 경기에 집중하는 그 단단하고 고운 마음결이 있었기에, 그만한 열매를 거두었을 것입니다.

우리 삶에도 '결'이 있습니다
선수들만 '결'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네 삶도 저마다의 결을 가지고 있습니다.
소리 없이 쌓인 눈 위를 처음 밟을 때의 그 깨끗한 '눈결'
사랑하는 아이의 머리카락을 쓸어 넘길 때 느껴지는 부드러운 '머릿결'
어려운 이웃을 보고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그 따뜻한 '마음결'
우리는 흔히 일이 잘 풀릴 때 "일의 결이 좋다"라고 말합니다. 억지로 힘을 써서 거스르려 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흐름을 따라갈 때 가장 좋은 결과가 나온다는 뜻이기도 하지요. 메달을 딴 선수들처럼 우리도 저마다의 자리에서 나름의 결을 다듬으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오늘은 당신의 '마음결'을 한번 만져보세요
세상이 소란스럽고 힘들수록 우리의 마음결은 거칠어지기 쉽습니다. 마치 가뭄 든 논바닥처럼 마음이 쩍쩍 갈라지는 것 같을 때도 있지요. 그럴 때일수록 잠시 숨을 고르고 나를 다독여주세요.
"오늘도 참 애썼다. 네 마음결은 여전히 곱구나."
오늘 하루는 우리 선수들이 눈결을 타고 시원하게 달렸듯, 여러분의 나날도 막힘없이 매끄럽게 흘러가는 '결 고운 하루'가 되기를 바랍니다. 이겼다는 기쁨보다 더 값진 것은, 끝까지 자신의 흐름을 잃지 않았던 그 아름다운 마음결이니까요.
[여러분을 위한 덤]
▶ 당신이 오늘 만난 '고운 결'은 무엇인가요?
우리는 하루에도 수많은 '결'을 마주합니다. 아침 햇살이 창가에 내려앉는 '햇살결', 퇴근길 바람이 뺨을 스치는 '바람결'. 여러분이 오늘 발견한 가장 아름다운 '결'은 무엇이었나요?
"아침에 감은 머리를 말리며 부드러운 '머릿결'을 느꼈어요."
"오랜만에 만난 친구의 목소리에서 다정한 '숨결'을 느꼈습니다."
여러분이 오늘 하루 동안 마음으로 만지고 느낀 '결'의 이야기를 댓글로 들려주세요. 우리가 서로의 고운 마음결을 나눌 때, 세상은 조금 더 부드러운 비단결처럼 바뀔 것입니다.
[오늘의 토박이말]
결[이름씨(명사)]
1.성품의 바탕이나 상태.
2. 못마땅한 것을 참지 못하고 성을 내거나 왈칵 행동하는 성미.
3. 곧고 바르며 과단성 있는 성미
보기: 우리 어머니는 마음결이 고우셔서 남의 어려움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신다.
[한 줄 생각]
흐름을 거스르지 않고 그 '결'을 따라갈 때, 삶은 비로소 가장 아름다운 무늬를 그려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