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종교적인 측면에서 살펴보아도 일부일처 제도가 전 세계적으로 보편적인 것은 아니다. 기독교에 이어 두 번째로 인구가 많은 회교국가에서는 남자가 재력이 있으면 4명의 아내를 거느릴 수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기독교의 모태가 된 유대교 경전에는 부인을 버리지 말라는 계율이 나온다. 그러나 이스라엘 역사상 가장 영화로웠던 시절의 왕인 솔로몬은 후궁이 700명, 첩이 300명이었다고 한다. 유태교에서 임금에게 적용되는 계율과 일반 백성에게 적용되는 계율은 사뭇 달랐다고 볼 수 있다.
기독교 성경인 마태복음 5장 28절에 보면 “여자를 보고 음욕을 품는 자마다 마음에 이미 간음하였느니라”라는 무시무시한 구절이 나온다. 성경에 등장하는 예수는 남녀관계에 대해서 매우 엄격한 기준을 요구하였다. 그것은 아마도 예수가 미혼이어서 부부 생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그러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 적이 있다.
불교가 지배했던 고려시대에 남녀관계는 매우 평등하고 개방적이었다. 이혼과 재혼도 비교적 자유로웠다고 알려져 있다. 유교가 지배했던 조선시대에 남자에게는 첩을 인정하였으나 여자에게는 정절을 요구하였다. 조선시대에는 과부의 재혼을 금지하는 등 여성에게 가혹한 기준을 적용하였다.
일부일처 제도는 국가별로, 시대별로 달라질 수 있으며 보편적이며 절대적인 제도라고는 볼 수 없다. 그렇다면 여자의 처지에서 일부일처 제도는 바람직한 제도일까?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일부다처를 선호하는 여자들도 있는데, 대표적인 사례가 맛사이 족이다.
맛사이 족은 아프리카 케냐와 탄자니아 국경 지역에 사는 유목 민족인데 용맹하기로 이름났다. 마사이 족은 귀에 커다란 구멍을 뚫어 장신구를 매단다. 귀의 커다란 구멍은 열 살을 전후하여 뚫는데, 칼로 귓볼을 찢어 상처가 아물 때까지 굵은 나무를 꽂아 놓는다. 맛사이족은 귀뿐만 아니라 다리, 손, 그리고 목 등에 장신구를 주렁주렁 걸치고 다닌다. 맛사이 족 소년들은 전사인 모란이 되기 위해 할례를 받은 뒤 부모와 떨어져서 엄한 훈련을 몇 년 동안 받으면서 용맹한 전사가 된다. 사자 사냥은 전사의 용맹을 시험하는 일반적인 방법이다. 가장 용감한 전사에게는 사자 사냥이 끝난 뒤 사자의 갈기로 만든 머리장식을 상으로 준다.
맛사이족은 유럽인들이 아프리카에 와서 이른바 노예사냥을 통하여 흑인들을 포로로 잡아갈 때, 싸우다가 죽을지언정 노예로 잡혀간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유럽 사람들이 맛사이족에게 붙여 준 별명이 ‘로마 군단의 후예’였다고 한다. 몇 세기 동안 맛사이족은 그들의 목가적인 생활방식과 문화를 유지하면서 서구 문명에 동화되기를 거부하였다.
두메 여행가 한비야가 맛사이족을 방문한 이야기를 읽어 보면 이들은 소를 길러 소젖만을 먹고 사는데, 이빨이 희고 뼈도 단단하다. 맛사이족 문화 가운데서 흥미로운 것은 부부가 일을 열심히 해서 소가 10 마리 늘면 부인은 남편을 조른다. 새 부인을 빨리 얻으라고. 그래야 일도 나누어 할 수 있고, 또 일하면서 대화를 할 수 있어서 심심하지 않다고. 새 부인을 얻고 나서 다시 소가 10 마리 늘면 제3의 부인을 얻으라고 본 부인은 남편을 다시 조른다. 우리의 문화와는 전혀 다른 흥미로운 사실이 아닐 수 없다.
일부일처 제도는 결함이 있는 제도가 아닐까? 남자에게는 물론 여자에게도 불편한 제도이지 않을까? 유부남이 때때로 다른 여자와의 정사를 꿈꾸듯, 유부녀 역시 때때로 다른 남자와의 정사를 꿈꾸고 있지 않을까? 물론 그러한 꿈을 현실에서 실행하는 사람은 숫자로는 적을 것이다. 그렇지만 본능적으로 모든 남자 모든 여자는 불륜을 꿈꾸고 있을지도 모른다. 나쁘게 말해서 불륜 또는 좋게 말해서 로맨스는 모든 인기 드라마의 주제다. 대부분의 가정에서 남편은 스포츠 중계를 좋아하고 아내는 드라마를 좋아한다. 불륜 드라마 보는 재미에 빠진 아내들은 드라마를 보면서 무의식적으로 불륜의 대리 만족을 즐기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왜 인간은 남녀로 나누어져 있을까? 더욱 근원적인 질문으로서 왜 모든 동물은 암수로 나누어져 있을까? 인간뿐만 아니라 모든 동물은 암수가 구별되는데 수컷의 정자와 암컷의 난자가 결합하여야만 수정이 되고 자손이 태어난다. 나무나 풀이나 모든 식물은 꽃이 핀다. 식물의 꽃에는 수술과 암술이 있어서 꽃가루가 수정되어야만 열매라는 자손이 태어난다. 이처럼 암수가 결합하여 자손을 남기는 방법을 양성생식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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