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데스의 심장, 푸콘에서 만난 설산과 생명

  • 등록 2025.12.29 11: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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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지친 일상을 달래 준 영원한 '마음의 쉼터

[우리문화신문=양인선 기자]  

 

동물의 등뼈처럼 남북으로 길게 뻗은 칠레의 중 남부 도시들을 여행하며, 어디를 가나 고개만 돌리면 볼 수 있는 안데스산맥은 마치 거대한 병풍처럼 우리 곁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뾰족뾰족하게 이어진 산맥의 능선을 바라보며, '칠레의 알프스'라 불리는 '푸콘'에 도착했습니다. '푸콘' 여행의 정점은 단연 '비야리카화산' 등반이었습니다. 구름에 가려졌다 나타나기를 반복하는 눈덮힌 설산은 신비로운 위용을 자랑했지요.

 

 

 

 

 

화산을 오르며 마주하는 풍광은 경이로움 그 자체였습니다.

과거 화산 폭발의 영향으로 용암이 흘러내린 계곡과 호수, 그리고 화산재가 굳어 만들어진 검은 토양의 대조가 강렬했습니다. 정상 부근에서 내려 본 푸른 호수와 끝없이 펼쳐진 안데스 자락은 등반의 피로를 잊게 할 만큼 압도적이었습니다.

 

화산의 거친 대지 위에서도 생명은 강인하게 피어나고 있었지요. 나뭇가지에 실타래처럼 매달려 늘어진 '송라'(다른 이름 '노인의 수염')는 이곳의 공기가 얼마나 맑은지 몸소 증명해 주고 있습니다. 습도가 적당하고 청정한 지역 에서만 자라는 이 독특한 식물은 안데스의 원시적 아름다움을 더해 주고 있구요.

 

 

 

또한, 토양 사이로 노랗고 빨간 꽃잎을 틔운 들꽃들은 안데스의 강한 생명력을 느끼게 했습니다.

 

어제는 끝없이 괴성을 지르며 시끄럽게 굴더니, 오늘 아침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 딴청을 부리며 조용히 앉아있는 '아이비스' 한 쌍을 만났습니다. 덩치가 크고 긴 부리를 가진 그 멋진 모습은 한 폭의 그림 같았습니다.

 

비야리카화산의 검은 토양을 밟으며 걸었던 시간 들, 그리고 그 길에서 만난 맑은 공기와 생명들은 여행이 끝난 뒤에도 오래도록 추억으로 남을 듯합니다. 차가운 설산과 뜨거웠던 용암의 흔적이 공존하는 곳, 안데스는 단순한 여행지를 넘어, 내 지친 일상을 달래 준 영원한 '마음의 쉼터'로 기억될 것입니다.

 

 

 

 

양인선 기자 gaunch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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