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이제까지 서도소리 가운데 주로 앉아서 부르는 좌창(坐唱)과 관련한 노래들을 중심으로 이야기해 왔다.
특히, 지난주에는 “긴 시간 잊을 수 없는 꿈같은 마음”이란 뜻을 지닌 <장한몽(長恨夢)>이란 좌창 이야기를 하였는데, 이 노래는 남녀 간의 혼인 문제를 다룬 신파조(新派調)의 이야기로, 일제 강점기 《금색야차(金色夜叉)》라는 소설을 모방한 작품이란 점, 처음엔 창가(唱歌) 식의 형태였다가 서도(西道)의 좌창(坐唱) 형식으로 불러왔는데, 그 내용은 이수일과 심순애의 비련(悲戀)을 그려나가는 작품으로 물질적 값어치에 대항할 수 있는 사랑의 힘이, 바로 그 중심 주제라는 점을 얘기했다.
또 이 작품은 당시의 시대적 배경을 타고, 개작(改作)되어 신파(新派)극의 대명사가 되었고, 또한 그것이 서도소리에도 영향을 주었다는 점, 이 노래는 무정형(無定形)의 절주라든가, 높은 음역의 가락들과 함께 극적(劇的)인 표현이 특이하고, 그 위에 특징적 시김새들이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어서 그 처리가 독특하다는 점도 덧붙였다.
알려진 바와 같이, 서도소리의 영역에는 앉아서 부르는 좌창(坐唱)이 있는가 하면, 서서 부르는 입창(立唱)도 있고, 이은관이 연상될 정도로 유명한 <배뱅이굿>과 같은 재담(才談)소리도 있다. 그뿐인가, 책을 읽는 듯한 송서와 율창(律唱), 시를 낭송하듯 읊어 나가는 시창(詩唱), 그리고 각 지방의 특징 있는 소리나 민요 등이 다수 존재하고 있는데, 그 가운데서 이번 주에는 서도의 입창(立唱)인 <선소리 산타령>과 관련한 이야기를 시작해 보기로 한다.
서도 지방의 <산타령>이란 음악은 경기지방의 그것처럼, 지휘자 격인 모갑이의 지휘에 따라 여러 사람이 대형을 갖추며 4~5곡을 연이어 부르는 입창(立唱) 형식의 합창 음악을 말한다.
그 구성 악곡들은 경기지방과 유사하다. 곧 느린 <놀량>이란 악곡으로 시작해서 <앞산타령>, <뒷산타령>, <경발림>의 순으로 이어가는데, 그 뒤로는 잘 알려진 민요조의 노래도 덧붙여 간다. 악곡 이름이나 순서는 경기지방과 같거나 비슷하다고 하나 그 창법이나 노랫말, 악곡의 전개 형태, 표현 방법, 그리고 시김새 등등은 서로 달라, 상호 비교가 되고 있다.
알려진 바와 같이, 경기지방의 <산타령>은 현재 무형의 유산으로 지정되어 있으나, 서도(西道)의 그것은 아직 그렇지 못한 상태여서. 소리꾼들에 의해 겨우 단절의 위기만을 모면해 가고 있는 형편이다. 서도지방의 음악적 특징을 지닌 <서도산타령>이야말로 그 전승을 위한 특별 배려나 육성을 위한 관심은 물론이고, 확산을 위한 예술적, 교육적 정책이 시급을 다투는 시점(時點)임은 두말할 여지가 없다.
서도지방의 <산타령>을 구성하고 있는 첫 곡의 이름은 <놀량> 또는 <놀령>이라는 악곡인데, 첫대목부터 고음으로 내 지르는 대목이 인상적이다. 이 곡을 듣고 있노라면, 누구나 곧, 신명을 느낄 정도로 가락이나 장단이 흥청거리기 시작하여 듣는 이들을 악곡 속으로 빠져들게 만든다.
안정적인 장단 형태를 동일하게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형태가 아니라, 4박 형태로 시작하다가 곧 3박 형태로 바뀌고, 이어서 4박과 3박의 불규칙 장단이 수시로 이어지다가 도드리장단으로 늘어진다. 그러고는 다시 <3월이라 육구함도>부터는 잦은 타령으로 바뀌면서 경쾌하게 진행한다. <놀량>의 노랫말을 소개해 보면 다래와 같다.
“에라 디여~어허야 요홀 네로구나.”
녹양에 뻗은 길로 북향산(北香山) 쑥 들어도 간다.
에헤에헤이어 ~ 어허야 요홀 네로구나.
춘수(春水)는 낙락(落落), 기러기 나니 훨훨,
낙락장송(長松)이 와자지끈 딱 부러졌다,
마들가지 남아 지화자자 좋을씨구나. 지화자자 좋을씨구나.
얼씨구나 좋다. 말 들어도 보아라.
인간을 하직하고 청산을 쑥 들어도 간다.
에헤에헤에헤~어허야 요홀 네로구나 (가운데 줄임)
“3월(三月)이라 육구함도(六衢咸道) 대삼월이라.
얼씨구나, 절씨구나. 담볼 담볼이 생긴도 사랑,
사랑, 사랑 내 사랑아,
남창(南窓)에 북창을 열고나 보니
담볼 담볼이 쌓인도 사랑.
기암(奇巖)에 고송(古松)에 기어나 올라
휘휘 칭칭도 감긴도 사랑,
사랑초, 다방초, 홍두께 넌출 넌출이 박넌출이
이내 가슴에 맺힌도 사랑, 에 -나엘 -네로구나.
아하 아하.
(다음 주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