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창문을 열면 어느새 바람의 끝이 부드러워졌음을 느낍니다. 벌써 봄을 맞이하기 위해 가게 안팎 바닥을 물청소하고, 겨우내 덮었던 두꺼운 이불을 빠는 이웃들의 바쁜 이야기들이 곳곳에서 들립니다. 먼지를 털어내고 물을 뿌리는 그 모습만 봐도 가슴 속이 탁 트이는 기분입니다. 이처럼 지저분한 것을 없애거나 상태를 깨끗하게 바꾸는 일을 두고, 우리 할머니들은 참 살가운 말을 쓰셨습니다. 제가 오늘 여러분께 알려드릴 말은 바로 '가시다'입니다.
우리는 흔히 "입가심한다"거나 "매운 기운이 가셨다"는 말을 자주 씁니다. '가시다'는 단순히 닦아내는 것에서 나아가, 물로 깨끗하게 헹구어 내어 원래의 맑은 상태로 되돌리는 힘이 있습니다.
얼룩진 그릇을 맑은 물에 '가실' 때의 그 가뿐한 소리를 떠올려 보세요. 더러운 것뿐만 아니라, 우리를 힘들게 했던 나쁜 기운이나 걱정거리까지도 깨끗이 씻겨 내려가는 듯한 시원함이 담겨 있습니다. '세척'이나 '제거' 같은 한자말과는 다른 우리말만의 개운한 맛입니다.
묵은 마음을 가시고 새봄을 맞이하세요
집안 구석구석의 먼지를 가시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우리 마음의 묵은 때를 가시는 일입니다. 겨우내 쌓였던 게으름, 누군가를 미워했던 뾰족한 마음, "안 되면 어쩌지" 하는 불안감들을 오늘 시원한 봄바람에 깨끗이 가셔보는 건 어떨까요?

가게를 하시는 분들이 힘차게 물을 뿌리며 손님 맞을 준비를 하듯, 우리도 마음의 빗장을 열고 맑은 물로 속을 헹궈내야 합니다. 나쁜 상태가 '가시고' 나면, 그 빈자리에는 반드시 새롭고 싱그러운 봄기운이 차오르게 마련입니다.
오늘 저녁엔 따뜻한 차 한 잔으로 입가심하며, 오늘 하루 있었던 속상한 일들을 훌훌 가셔내 보세요. 깨끗하게 가셔진 마음 위로, 여러분의 내일은 오늘보다 훨씬 더 맑고 투명하게 빛날 것입니다.
[여러분을 위한 덤]
"오늘 당신이 시원하게 '가시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요?"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여러분의 나날살이를 개운하게 만들어줄 작은 실천을 들려주세요.
"겨우내 묵혀두었던 베란다 창틀의 먼지를 싹 가시고 나니 제 속이 다 시원해요!"
"친구와 오해를 풀고 나니 마음속에 남아 있던 앙금이 눈 녹듯 가셨습니다."
"일 마치고 집에 가서 따뜻한 물로 목욕을 하며 오늘의 피로를 깨끗이 가시고 싶어요."
여러분이 '가시고' 싶은 묵은 것들을 댓글로 남겨주세요. #가시다 #마음가심 #입가심 #봄맞이 태그를 달아 이 개운한 기운을 이웃과 나누어 보세요. 우리가 서로의 어깨에 쌓인 먼지를 함께 가셔줄 때, 우리 사는 누리는 한결 더 맑고 깨끗해질 것입니다.
[오늘의 토박이말]
▶ 가시다
뜻: 1. 물 따위로 깨끗이 씻어 내다.
2. 나쁜 상태가 없어지다.
보기: 비가 시원하게 내리더니 미세먼지가 싹 가시고 파란 하늘이 드러났습니다.
[한 줄 생각]
잘 씻어내는 것 '가심'은 새로운 시작을 위한 가장 아름다운 준비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