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한자 현판에 한글 현판도 같이 달자

  • 등록 2026.04.01 11: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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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육관광부 주최 <광화문 현판 토론회> 열려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지난 1월 20일 청와대 세종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광화문 훈민정음체 한글 현판 설치 추진 계획을 보고했고, 국가유산청장이 이에 적극 동의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이에 한글 단체와 관련 전문가들은 이를 "역사적 결단"이라며 크게 환영하고 했다. 이 문제를 구체적으로 뒷받침할 문화체육관광부 주최 <광화문 현판 토론회>가 어제(3월 31일) 낮 2시 대한민국역사박물관 6층 회의실에 열렸다.

 

100여 명의 전문가들과 시민이 참석해 분위기가 뜨거워진 회의실은 먼저 한글문화연대 이건범 대표가 “광화문에 ‘국가 정체성’ 밝히는 한글 현판을 달자”라는 제목의 주제발표를 했다.

 

이건범 대표는 “수도를 설정하는 것 이외에도 국명을 정하는 것, 우리말을 국어로 하고 우리글을 한글로 하는 것, 영토를 획정하고 국가주권의 소재를 밝히는 것 등이 국가의 정체성에 관한 기본적 헌법사항이 된다고 할 것이다.”라는 2004년 10월 21일에 나온 ‘헌법재판소 판결문’을 예로 들었다.

 

 

그러면서 “한글은 과학적이고 애민 사상의 결과여서 자랑스러운 수준을 넘어서서, 한국을 한국답게 만들고 표현하는 요소이기에 국가의 정체성 차원에서 보아야 한다. 대한 국민의 정서적 통일의 원천인 것이다. 그 층위가 문화나 도덕이나 법률 수준이 아닌 헌법 사항이며, 그것도 사소한 사항이 아니라 기본적인 사항이다.”라면서 광화문 한글 현판의 당위성을 역설했다.

 

이어서 “광화문이 시류에 흔들리게 하지 말아야”라는 제목으로 주제발표를 한 최종덕 전 국립문화재연구소장은 한글 현판에 반대하는 논지를 폈다. 그는 “일제강점기 이후 경복궁은 일본에 의해 훼손되었고 해방 후에는 우리가 지켜야 할 대한민국의 문화유산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광화문의 진화는 경복궁과 함께 1910년으로 끝났다. 없었던 과거를 창조하는 것은 현재를 사는 우리가 과거에 개입하고 옛사람의 행위를 부정하는 것이며 역사를 왜곡하는 것이다. 과거 앞에 우리는 겸손할 필요가 있다. 과거에 개입하지 말고, 과거가 당시의 사회와 문화를 스스로 증언하도록 내버려두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후 “광화문 공간의 역사성과 상징성”을 주제로 한 김권정 대한민국역사박물관 학예연구관, “광화문에 한글 현판을 달아야 하는 이유”을 주제로 김주원 한글학회 회장, “광화문 한글현판 추가설치에 관한 토론”을 주제로 이강민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광화문은 어떻게 우리에게 돌아왔나?”를 주제로 홍석주 서일대학교 건축과 교수, “광화문 한글 현판 추가설치, ‘K-컬처 성지’ 완성을 위한 창조적 선용”을 주제로 김형우 한반도문화관광연구원장의 열띤 토론이 있었다.

 

이 토론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은 김주원 한글학회 회장의 발표로 그는 “한글은 창제되고 반포된 지 580년이 넘게 우리 민족과 애환을 같이하며, 때로는 발에 차이며, 때로는 말살의 위기를 겪으면서도 꾸준히 사용해 왔으며 이제 우리 민족 역사의 가장 깊은 곳에 있을 뿐 아니라, 가장 널리 알려진 대한민국의 상징물이다. 이제 우리는 이 좋은 글자, 이 훌륭한 글자를 우리 스스로 감사하며 자랑스럽게 내세워야 한다. 더 이상의 겸손은 옹졸함이고 비굴함이다. 한글의 탄생지이자, 세계적인 언어 이론서 《훈민정음해례본》의 탄생지인 경복궁의 정문에, 우리의 자랑인 훈민정음해례본 글꼴로 된 한글 현판 <광화문>을 덧붙이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시대의 흐름이자 당당한 요구다.“라고 강조했다.

 

또 김형우 한반도문화관광연구원장 ”관광은 멈춰있는 과거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다. 과거를 통해 현재를 빛내고 미래를 꿈꾸게 하는 산업이다. 한글 현판 설치는 선조들이 남긴 유산에 후손들의 자각과 시대정신을 보태어 역사를 ‘완전체’로 만드는 작업이다. 광화문에 한글을 입히는 것은 단순한 복원을 넘어, 역사를 바로 세우는 가운데, 문화유산과 광장의 매력도를 높이는 과정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반하여 이강민 한국예술종합학교 건축과 교수는 ”조선총독부 건물을 철거하고 1860년대 고종 중건 당시의 모습으로 복원하는 데 박차를 가해온 그간의 맥락을 고려할 때, 2023년 고증을 거쳐 복원된 한자 현판을 수정하거나 변경하는 행위는 유산 보존의 정통성 측면에서 상당한 반발을 초래할 소지가 다분하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홍석주 서일대학교 건축과 교수는 “경복궁 복원의 지향점이 되는 시기는 고종 때의 경복궁으로, 유구의 층위가 겹칠 때 선택의 기준이 되었으며 앞으로도 선택의 여지가 생겼을 경우, 판단의 기준이 될 것이다. 그런데 광화문에 한글 현판을 건다면 최근에 복원하여 겨우 제모습을 갖춘 고종 당시 광화문의 모습을 왜곡하는 일이 될 것이다.“라며 한글 현판을 반대했다.

 

 

 

이후 청중의 주장과 질문을 받았는데 무려 8명이 참여하여 열띤 논쟁이 벌어졌다. 특히 최용기 전 국립국어원 교육진흥부 부장, 이대로 한말글문화협회 대표, 시조시인 오동춘 박사 등은 한글현판에 적극적인 지지의 뜻을 표했다. 그런가 하면 춘천에서 왔다는 사육신의 한 분인 하위지 후손이라고 소개한 하제훈 씨는 ”나는 수십 년 동안 광화문 사진을 찍어 왔고, 특히 광화문 현판에 금이 간 것을 확인하여 제보하기도 했다. 훈민정음을 창제한 세종대왕이 계신 광화문에 한자 현판은. 말이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토론회에서 많이 논쟁이 벌어진 것은 ”상징과 문화유산을 혼동하는 것은 문제다“라는 것인데 이는 ”광화문이야말로 문화유산이면서 상징“이기에 그럴 수밖에 없다는 결론도 나왔다.

 

광화문 현판 토론회가 있다기에 왔다는 이촌동 한명수(56) 씨는 ”얼마 전 방탄소년단 귀환 공연도 열렸을 정도로 광화문은 대한민국을 상징한다. 많은 세계인이 ‘케이팝 데몬 헌터스’ 노래 덕에 한글을 배우려 혈안이 되고 있다는데 대한민국의 상징이된 광화문에 한자 현판이 달린 것을 보고 한글을 배우는 세계인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걱정이다.“라고 토론을 본 소감을 얘기했다.

 

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pine996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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