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정석현 기자] 국립국악원(원장 직무대리 황성운)은 3월 19일(목)과 20일(금) 이틀 동안 국립국악원 풍류사랑방에서 정악단 기획공연 <이습회(肄肄習)1932>를 연다.
‘이습회’는 배우고 익힌다는 뜻을 지닌 제목으로 1932년 제5대 이왕직아악부 아악사장 함화진의 제안으로 시작된 정기연주회이다. 이번 공연은 1932년 제1회 ‘이습회’를 단순히 재현하는 데 머물지 않고, 당시 연주 목록과 역사적 맥락을 바탕으로 정악단 단원들이 이야기가 있는 극의 형식으로 선보인다. 이를 통해 궁중음악 전승의 계보가 현재의 연주 속에서 어떻게 이어지고 있는지를 입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습회’는 궁중음악을 감상 예술로 확장한 역사적 전환점이었다
당시 궁중에서 의례 중심으로 연주되던 아악은 합주 형식에 머물러 있었으나 이습회를 통해 독주와 중주 중심의 감상 음악으로 무대화되는 중요한 변화를 맞이했다. 특히 궁중 안에서만 연주되던 음악을 일반 관객에게 공개함으로써 궁중음악이 공공의 예술로 확장되는 계기를 마련했다.
격랑의 일제강점기라는 시대적 환경 속에서도 아악의 전통을 지키고 후학을 양성하고자 했던 음악가들의 결단과 실천이 담긴 무대였으며, 1932년 10월13일부터 1944년 1월13일까지 13여년 동안 모두 135회에 걸쳐 이어지며 궁중음악 전승의 토대를 다졌다. 이번 공연은 제1회 이습회의 상황을 중심으로 설정하되, 음악구성은 1회부터 135회까지 연주된 곡목 가운데 이야기에 어울리는 음악을 골라 다양하게 구성했다.
1932년 경성으로 떠나는 시간여행, 전승의 순간을 체험하다
<이습회1932>는 2026년 현재 ‘토요명품공연’을 준비하던 정악단 정가 부수석 박진희 단원이 꿈속에서 1932년 제1회 ‘이습회’ 현장으로 들어가며 시작된다. 그를 당대 으뜸 여류 가객 ‘이난향’으로 착각한 정가의 대가 하규일과 함께 역사적인 연주회를 가까이에서 마주한다.
이 과정에서 관객은 무대 위 연주와 시대적 고민을 함께 체험하며, 궁중 합주 음악을 독주ㆍ중주 중심의 감상음악으로 무대화하려는 시도 속에서 전통 계승과 변화의 긴장을 확인 할 수 있다. 마지막에는 주인공이 다시 현재의 무대로 돌아와, 과거에서 현재로 이어진 전승의 의미를 되새긴다.
김계선, 이수경, 이주환, 성경린 등 당대 거장들의 숨결을 무대 위에서 느끼다
이번 공연에서 국립국악원 정악단 단원들은 김계선, 이수경, 이주환, 이병성 등 아악부 인물들의 역할로 무대에 올라 실제 이습회에서 실연 되었던 곡들을 위주로 구성된 작품들을 선보인다.
아악부 아악수를 역임한 ▴김계선 명인의 대금 독주 ‘요천순일지곡’을 시작으로, 조선 마지막 무동으로 불린 ▴김천흥의 해금 연주가 포함된 ‘천년만세’ 중주, 훗날 초대 국립국악원장이 되는 ▴이주환의 악장 ‘보태평 중 융화ㆍ현미’, 아악부 아악사였던 ▴이수경의 거문고 독주 ‘수연장지곡’, 아악부원 양성소 2기 출신 ▴박성재의 호쾌한 태평소 독주 ‘무령지곡’과 아악부원 양성소 2기이자 이수경 아악사의 아들인 ▴이병성이 노래했던 ‘건곤가’ 등을 감상해볼 수 있다.
연주자는 단순히 과거의 연주를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각 인물이 남긴 음악적 전통과 계보를 현재의 연주속에서 다시 이어가는 방식으로 무대에 선다. 이를 통해 스승에서 제자로, 또 세대로 이어져 온 궁중음악의 전승 구조가 오늘날까지 살아 있는 예술로 존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무대 위에서 현재의 연주자는 과거의 인물과 시간 위에서 겹쳐지며, 전승의 흐름이 하나의 공간 안에서 동시에 펼쳐지는 장면을 만들어낸다.
전승은 단절이 아닌 이어짐의 시간,
과거의 기록을 오늘의 연주로 되살리는 정악단의 무대
이건회 정악단 예술감독은 “이번 공연은 1932년의 기록을 복원하는 데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당시 음악가들이 지켜낸 전승의 정신을 오늘의 정악단이 어떻게 이어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무대”라며, “오늘의 연주자가 그 시대 인물의 역할로 무대에 오르는 형식은 전통이 단절되지 않고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고 밝혔다.
연출은 최교익 교수(신한대학교)가, 대본과 음악구성은 정악단 김창곤 악장(아쟁 단원)이 담당한다. 공연의 서사를 돕기 위한 연출 요소로 기록 사진과 사료를 기반으로 한 영상 기술을 무대 장치로 활용해 1932년 경성 일소당의 분위기를 보완한다.
국립국악원 정악단 기획공연 <이습회1932>은 오는 3월 19일(목)과 20일(일) 이늘 동안 저녁 7시 30분 국립국악원 풍류사랑방에서 선보이며, 관람료는 전석 3만원이다. 국립국악원 누리집(www.gugak.go.kr) 또는 전화(02-580-3300)으로 예매할 수 있다. (공연문의 02-580-33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