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바람 끝에 묻어나는 냄새가 조금씩 달라지는 것을 느낍니다. 차가운 겨울의 끝자락을 붙잡고 있던 마음이, 어느덧 다가온 봄기운에 녹아내리는 듯한 요즘입니다. 이렇듯 세상의 모든 것은 어느 하나 홀로 머물지 않고, 서로의 자리를 내어주며 흐릅니다. 멈춘 듯 보여도 저마다의 빠르기로 제 자리를 바꿔가는 자연의 순리처럼, 우리네 삶 또한 그렇게 서로 어우러지며 이어지는 법이지요.
오늘은 이렇듯 세상의 다정한 엇갈림을 담은 ‘갈마들다’라는 말을 가만히 떠올려 봅니다.
‘갈마들다’는 본디 ‘서로 번갈아 들다’라는 뜻을 품고 있습니다. 흔히 쓰는 '교대하다'와 비슷한 말인데, 한 사물이 가고 다른 사물이 그 뒤를 이어 들어오는 모양새를 뜻하는 이 말은, 마치 썰물과 밀물이 바닷가에서 조용히 자리를 맞바꾸는 풍경을 떠올리게 합니다.

한자가 섞이지 않은 우리 토박이말 속에는 이처럼 ‘교체’나 ‘교대’라는 딱딱한 말로는 다 담을 수 없는, 서로에 대한 예의와 존중이 깃들어 있습니다. 앞서간 이가 길을 터주면 뒤따르는 이가 그 길을 걷고, 다시 그 뒤를 새로운 희망이 채우는 흐름 말입니다.
억지로 자리를 뺏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시간을 갈마들며 세상은 비로소 완전해집니다. 이 말 속에는 서로가 서로를 밀어내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이어받는 순환의 아름다움이 고스란히 녹아 있습니다.
우리는 흔히 앞사람을 밀쳐내고 그 자리를 차지해야만 성공이라 믿으며 살아갑니다. 하지만 영원히 한자리에서 빛날 수 있는 것은 없습니다. 어둠이 지나가야 새벽이 오듯, 우리 삶의 슬픔과 기쁨도, 성공과 실패도 끊임없이 갈마들며 ‘나’라는 사람을 더욱 깊게 빚어갑니다.
누군가의 자리가 비어있다면 조급히 탐내기보다는, 그 자리가 나에게 오기까지 마음을 비우고 기다릴 줄 알아야 합니다. 당신의 고단함은 곧 평온함으로 갈마들 것이며, 당신이 겪는 낯설음은 곧 익숙함의 열매가 될 것입니다.
서로의 짐을 조금씩 나누어 지고 순서대로 나아가는 것,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이 복잡한 세상에서 다정하게 살아가는 방법 아닐까요. 오늘 하루, 당신의 마음속에 머물던 걱정을 보내고 그 자리에 설렘을 갈마들여 보시길 바랍니다.
[여러분을 위한 덤]
오늘 하루, 나를 힘들게 했던 마음의 짐을 잠시 내려놓고 새로운 다짐을 그 자리에 채워 넣어 보세요. 어제와는 다른 오늘을 맞이하며, 내가 가장 받고 싶은 위로 한 마디를 스스로에게 건네보는 것은 어떨까요?
"어제까지의 후회는 바람에 흘려보내고, 오늘 새로운 희망이 내 마음에 갈마들었습니다."
"차가운 겨울의 기억을 털어내고, 따스한 봄의 노래가 내 발걸음에 갈마들기 시작했습니다."
당신의 일상 속에서 새롭게 갈마들길 바라는 마음의 풍경은 무엇인가요? 지금 이 순간, 당신의 삶에 어떤 희망이 차례로 들어오고 있나요?
[오늘의 토박이말]
▶ 갈마들다
뜻: 서로 번갈아들다 / 서로 번갈아 나타나다.
보기: 철이 갈마들며 둘레의 빛깔도 날마다 새롭게 바뀌어 갑니다.
[한 줄 생각]
낡은 마음을 비워야 새로운 희망이 갈마들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