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 한국의 전통음악이 바로 현대음악이다

  • 등록 2012.03.13 11: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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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속풀이 <46>에서는 조나단 컨디트(Jonathan Condit) 박사의 논평을 통해서 국악과 서양음악의 차이, 그리고 궁정음악, 즉 아악과 민속악의 차이도 명쾌하게 이해할 수 있게 되었으리라 믿는다.  “한국음악은 자연에 좀 더 가까운 것 같고 서양음악은 인공적인 것 같다.”는 그의 평가는 매우 인상적이다.

이제 유럽의 신문들은 한국음악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가 살펴보도록 하겠다.
다음은 독일의 디벨트(DIE Welt)신문의 논평이다.
   
“한국음악은 현대음악에 큰 위협을 느끼게 했다. 한국음악은 바로 현대음악이다. 500년 전의 종묘제례악이나 천년 전의 대취타(大吹打)가 바로 오늘의 현대음악이요, 그 본보기이다.”

이어서 프랑스의 르몽드(LE Monde)지와 르피가로(LE Figaro)지에 실린 기사를 보자.

“우리 서구인들에게 이 신비로운 음악을 듣는다는 기쁨은 색채의 조화성과 아름다운 변화의 다양성을 맛보게 하여 황홀한 예술의 극치를 경험하게 하였다.”
“전위 음악가들이 한국 음악을 들었을 때에 그들이 찾고자 하는 새로운 운율을 충족시켰을 것이며, 동시에 무한한 변주나 편곡의 계시를 받았을 것이다. 서양인의 귀에 익지 않은 이색적 음색과 음향은 경탄의 순간을 주었다.”

이러한 논평은 동양음악, 특히 한국음악에 대한 단순한 호기심을 표현하고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위의 논평 속에 나오는 ‘종묘제례악’과 ‘대취타’는 어떤 음악인가 하는 점을 간단하게 알아보고 다음의 감정가를 만나보도록 하겠다.

종묘제례악은 조선조의 역대 임금들의 신위(神位)가 있는 종묘에서 이분들을 위한 제사 때 쓰이는 음악을 이르는 말이다. 이 음악은 조상의 문덕(文德), 즉 조상의 정신적인 면을 기린 보태평(保太平) 11곡과 무공(武功), 즉 외적인 업적을 칭송한 정대업(定大業) 11곡으로 구성된다.

원래 이 음악은 조종(祖宗)의 공덕을 기리고 개국창업의 어려움을 길이 기념하려고 세종 때 보태평이 11곡, 정대업 15곡을 지었는데, 이를 세조 9년에 와서 원래의 곡을 축소하고 악조를 바꾸는 등, 일대 개작을 해서 종묘에 쓰기 시작한 것이다. 이것이 오늘날까지 전하여 오고 있는 음악이다.


이 음악은 관악기, 현악기, 타악기 같은 악기들의 합주로 이어지는데, 가사를 노래하는 악장(樂章)도 있고, 8일무(八佾舞)라는 64인의 의식무도 있어서 옛 시대의 악(樂)의 개념이던 악(樂) 가(歌)무(舞)의 종합 연출임을 보여주고 있다. 조선 왕조가 주관해 오던 왕실의 제향은 해방과 더불어 멈추게 된다.

제향의식은 멈추었으나 여기에 쓰이던 음악은 국립국악원 악사들의 의해 무대 위에서 간간이 연주되고 있었다. 그러다가 유형, 무형의 문화재 논의가 시작되던 60년대 초, 정확하게는 1964년 12월, ‘종묘제례악’(줄여서 ‘종묘악’)을 국가지정 중요무형문화재 1호로 지정하기에 이른다. 이와 동시에 이 음악을 연주할 수 있는 연주인들로 성경린 외 20여 명을 예능보유자로 인정하였다.

국가에서 주관해 오던 종묘의 제향의식도 재현되기 시작하였다. 1969년부터 <전주이씨 종약원>에서 주관하여 매해 5월 첫 일요일에 종묘에서 봉행하고 있는 것이다. 종묘제례악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좀 더 자세하게 소개하고자 한다.

대취타(大吹打)는 1971년에 국가무형문화재 제46호로 지정된 음악이다. 대취타는 글자 그대로 치고(打) 부는(吹) 악기들이 중심이 되는 행악(行樂), 즉 군악조의 음악으로 임금의 거동이나 현관들의 행차, 또는 군대의 행진이나 개선 등에 쓰여 왔다.

이 음악에 편성되는 악기들은 선율을 맡는 관악기로는 소리 큰 태평소(太平簫 : 일명 쇄납)가 있다. 그리고 자연생 큰 소라에 취구(吹口)를 붙여 소리를 내는 나각(螺角)과 한 음만을 길게 끌어가는 나발 등의 관악기가 포함되며 타악기인 용고(龍鼓), 징, 자바라(羅) 등이 편성된다.
                   
대취타에 대하여 국내의 어느 유명 작곡가는리듬이 단조롭고, 화성도 없는 옛 음악운운하면서 시대에 뒤떨어진 음악이라고 무식을 들어내기도 하였으나 서구의 음악인들은 평가의 기준이나 안목(眼目)이 다르다는 점을 알게 한다.

그들은 대취타를 가리켜 제각기 마음내키는 듯이 「쿠-쾅-뚜-따」하고 야단스럽게 호령하는 장쾌한 소리를 우주(宇宙)의 신비에 비교하는가 하면, 하늘 높이 메아리치는 태평소의 애원한 가락을 인간사에 비유하면서 대취타라는 음악이야말로 “시대와 공간을 초월한 역작(力作)”이라고 극찬하고 있는 것이다. 그야말로 음악을 보는 시각이나 듣는, 즉 음악을 대하는 태도가 국내의 음악인들과는 판이하다는 점을 알게 하는 것이다.

김영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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