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정보화기술 표준화 중국에 맡겨서는 안 된다

2013.11.28 13:54:08

중국정부가 시작한 한글의 세계화를 보고

[그린경제/얼레빗=신부용 교수]  중국정부는 지난 1025일 중국 조선문정보기술표준화공작조를 공식 출범시켜 한글로 컴퓨터를 사용하는 제반 기술(이하 한글정보화기술이라한다)의 표준화 작업에 착수했다. 표준화 시켜야 할 기술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긴요한 것은 남북한과 중국 동포들이 서로 한글로 인터넷 통신을 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우선 휴대폰 자판을 통일하고 중요한 용어를 통일해 나가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맞춤법까지 통일하여 남북한과 중국에서 쓰는 한국어가 서로 통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할 것이다.  

남북한과 중국 간의 교류는 지금도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거니와 북한이 결국 개방될 것을 생각한다면 한글정보화기술 표준화는 더 이상 미룰 수가 없는 일이다. 이는 마땅히 한글의 종주국인 우리가 앞장서서 해 놓았어야 할 일이다. 그런데도 중국이 3년 전에 학계를 통해 기술표준화를 제안해 왔을 때 우리 언론은 중국이 동북공정에 그치지 않고 한글공정까지 시도한다고 하며 크게 반발했었다 

   
▲ 조선문 정보기술 표준화 공작조 설립 및 1차 실무회의 기념사진(현룡운 중국 조선어 정보학회 회장 제공)

중국에는 공식적으로 인정받는 소수민족어가 7개 있는데 그 중 하나가 한국어다. EU23개 공식 언어와 마찬가지로 중국에서도 국가 문서는 중국어와 함께 이들 7개 언어로 기록 된다. 과거 중국은 북한식 한국어를 사용했었다.  

그러나 한중수교 이후 우리나라와 여러 분야에서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한국어 사용에 적지 않은 혼동이 생겨 당사국 간에 표준이 필요해진 것이다. 한국어와 같은 과경언어(인접국과 함께 쓰는 언어)인 경우 중국정부는 정책적으로 그 언어의 본고장에서 쓰이는 표준을 따르고 있는데 우리는 남북한이 분단되어 있어 양국 공동 표준을 요구하는 입장이다.  

중국이 한글정보화기술을 표준화시킨다면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중국내 나머지 7개 공식 언어의 한글 표기방법이 정립될 것이다. 특히 중국어를 한글로 표기하는 방법이 표준화 된다는 것은 중국어의 한글표기법이 정해진다는 것이다. 먼저 현재의 한글로 표기할 수 없는 중국어의 f, r 발음과 권설음을 표기하는 방법이 정해질 것이고 우리는 이 방법을 사용하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다.  

이러한 표기 기능의 확대는 우리가 꿈꾸어 온 한글 세계화의 첫발이었는데 중국 정부의 주도로 이루어지게 되는 것이다. 중국어의 한글표기법이 새로 생겨 로마자 표기법인 현재의 병음과 함께 사용되는 것 또한 엄청난 일이다. 이로 인하여 한글표기법을 기반으로 새로운 중국어 학습 교재가 개발 되는 등 언어 사업에 일대 지각 변동이 일어날 것이다.  

우리가 지금까지 한글정보화기술 표준화 작업에 냉담한 태도를 보여 온 것은 우리나라 안에서 가장 기본적인 휴대전화 자판조차 통일시킬 자신이 없는데다가 국어 기본법의 일부인 외래어 표기법을 개정할 엄두를 내지 못하였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이제 중국 정부가 나선 이상 생각을 달리 할 수밖에 없다.  

이 기구의 부조장으로 실무 책임을 맡은 현룡운 중국 조선어학회 회장은 이제 더 이상 우리 태도만 바라보고 있을 수 없어 북한만이라도 참여시켜 표준화 작업을 진행시키려는 뜻을 보이고 있다. 만일 그들이 우리를 제외하고 북한방식을 따라 기술 표준화를 이루어 낸다 하더라도 이 기술은 중국과 6개 소수 민족어권 뿐 아니라 홍콩, 싱가폴 등 동남아 제국에서 인정을 받게 되어 결국 국제 표준화로 발전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우리 한글정보화기술은 국내에 갇히고 말 것이다.  

한글의 종주국은 엄연히 한국이고 기술로 보나 사용 인구로 보나 설마 우리를 제외 하고 국제 표준화가 가능할 것이냐 하고 안이하게 앉아 있을 형편이 아니다. 중국은 얼마든지 우리 기술을 선택적으로 채택할 수 있을 것이며 표준화를 이루어 낸 중국식 한글은 우리 한글보다 앞선 기능을 보일 것이므로 설사 우리가 반대한다 하더라도 큰 반향을 얻기 어려울 것이다.  

상황은 급박해졌다. 우리도 하루속히 중국 작업조에 해당하는 국가적 기구를 만들어 이들과 협조하는 가운데 우리의 앞선 기술을 적용시킴으로서 우리에게 불리하지 않은 방향으로 한글의 세계화를 이끌어 나가도록 하는 것이 현명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부산물도 기대할 수 있다. 북한과의 공통적인 표준을 만들어 냄으로서 통일 한국의 언어 기반을 미리 구축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 신부용 : KAIST 문화과학대학 겸직교수
                  한글공학연구소 소장 
필자는 서울공대 토목공학과를 나와 캐나다 토론토 대학에서 교통공학을 전공하여 박사 학위를 받았다. 유치과학자로 귀국하여 한국과학기술원(KIST) 교통개발연구원 원장직을 지냈다. 현재 KT와 함께 공동으로 KAIST에 한글공학 연구소를 설립하여 소장을 맡아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shinbuyong@kaist.ac.kr

 

신부용 교수 shinby@ka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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