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비와 우리 음계

2015.04.06 21:01:35

[수학자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 27] 삼분손일과 삼분익일

[한국문화신문 = 이규봉 교수] 

2:3삼분손익법 

삼분손익법은 중국에서 들어온 음률 산정법으로 삼분손일(三分損一)과 삼분익일(三分益一)을 교대로 적용하여 12()을 얻는 방법이다. 이는 중국의 고서인 <관자><율려신서> , 그리고 조선 성종 때 펴낸 악학궤범에 기록되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세종 때 12율을 소리 내는 12율관을 제정했다. 


   
▲ 세종대왕 앞에서 편경을 연주하는 모습의 <지음도>, 세종대왕기념사업회 제공

서양에서는 줄의 길이를 이용했으나 중국에서는 굵기가 일정한 대나무를 사용하여 음의 표준인 황종율관을 정하였다. 이 방법은 기본음 황종이 소리 나는 율관을 기준으로, 그 율관의 길이의 1/3을 빼거나(삼분손일) 또는 더하는(삼분익일) 과정을 되풀이 하여 나머지 11율을 얻는다. 과정 중에 율관의 길이가 기준 율관 길이의 반보다 작아지면 그 전 단계를 한 번 더 시행한다.  

기본음을 삼분손일하면 그 길이가 2/3가 되고, 삼분익일하면 4/3이 되므로 삼분손일한 것에 대하여 삼분익일한 것은 그 길이가 두 배가 된다. 따라서 기본음을 삼분손일 한 음은 기본음을 삼분익일 한 음의 옥타브가 된다. 또는 2/3 = 1/2 x 4/3이므로 기본음의 옥타브 음을 삼분익일한 음과 같다. 그러므로 삼분손익법에서 삼분손일을 먼저 하든 삼분익일을 먼저 하든 결과는 같다.

 
삼분손익법 기본 율관의 길이를 2/3배 작게 하고, 다시 그 길이를 4/3배로 크게 하는 과정을 반복하되 그 길이가 기본 율관 길이의 반 이하로 작아지면 그 전 단계를 한 번 더 시행한다.

 

 

   
▲ <표 1> 삼분손익법으로 만든 음계와 길이 비


피타고라스와 삼분손익법에 의한 음계의 비교
 

비록 지리적으로 그리고 시대적으로 완전히 다르나 배음에서 나온 2:3이나 3:4와 같은 특정한 정수비는 동양과 서양을 가리지 않고 음을 생성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뿐 아니라 음을 생성하는 과정까지도 매우 비슷했다. 

삼분손익법의 기본 율관의 길이를 2/3배 작게 하고, 다시 그 길이를 4/3배로 크게 하는 과정을 반복하되 그 길이가 기본 율관 길이의 반 이하로 작아지면 그 전 단계를 한 번 더 시행한다.”를 다시 살펴보자. “그 길이가 반 이하로 작아지면 그 전 단계를 한 번 더 시행한다.”는 것은, 그 전 단계에서 2/3배를 하였기에 1/2보다 작아진 것이므로 다음 단계의 음은 2/3 대신 한 번 더 4/3배 하여 얻는 것과 같다. 4/3 = 2/3 x 2이므로 이는 올려쌓는 피타고라스 방법에서 “2/3로 줄이되 그 길이가 기준 줄의 길이의 반 이하로 작아지면 두 배를 한다.”와 같은 뜻이다. 따라서 삼분손익법은 올려쌓는 피타고라스 방법과 완전히 일치한다.  

피타고라스와 삼분손익법에 의한 반음계를 비교하면 큰 반음과 작은 반음이 교대한다. ‘, , , , , , 은 대응되는 피타고라스에 의한 음과 같다. 그러나 ‘F’의 길이 사이에 3/4 > 131072/177147이 성립하므로 ‘C’로 보았을 때 ‘F’보다 약간 음이 높다. 마찬가지로 , , , 는 대응되는 피타고라스에 의한 음보다 각각 음이 약간 높다. <2>는 온음계를 비교한 것이다.

 

   
▲ <표 2> 피타고라스와 삼분손익법에 의한 온음계의 비교

 

 

 

(*) 수학과 교육2015109호에 실린 내용을 재구성하였다.

 

 

삼분손익법에서 2/3배 작게 하는 것은 삼분손일에 해당하고, 4/3배로 크게 하는 것은 삼분익일에 해당된다. 처음 관의 길이를 이라고 하면 그 다음 관의 길이는 삼분손일하여 2/3이고, 그 다음 음은 삼분익일하여 2/3 x 4/3 = 8/9 된다. 세 번째 음은 16/27, 네 번째 음은 64/81이다. 다섯 번째 음은 128/243이다. 그러나 여섯 번째 음은 123/243 x 2/3 =256/729으로 1/2보다 작다. 그러므로 삼분손일 대신 삼분익일 하여 128/243 x 4/3 =512/729가 된다. 이것은 올려쌓기 방법에서 1/2보다 작으면 두 배하는 것과 같다. 이후 과정 역시 모두 같다. 따라서 삼분손익법과 파타고라스 방법에서 올려쌓은 방법은 기본적으로 같다. 차이점이라 할 것 같으면 피타고라스 방법은 삼분익일을 하지 않고 삼분손일만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결과는 똑같다.  

정약용의 악서고존에 따르면 <관자>에 삼분손익법이 맨 먼저 나타난다 하고, 삼분손익법은 손일부터 하지 않고 익일부터 먼저 한다고 되어 있다. 

기본음인 황종의 길이를 81로 시작하면 임은 54, 태는 72, 남은 48, 고는 64가 된다. 643의 배수가 아니므로 그 다음 음부터는 정수로 되지 않는다. 이 다섯 음을 정음(正音)이라 하며 전통음악에서 주로 사용된다. 삼분손익법에 의한 관의 길이 비와 생성된 음은 다음과 같다.

이규봉 교수 gblee@pc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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