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임금이 신하들에게 의논하기를, ‘사신이 우리나라에 오면 설날·삼짇날·단오·유두(流頭)·칠석·한가위·중구(重九, 중양절)·동지(冬至) 같은 속절(俗節)에는 잔치를 베풀어 주는 것이 어떨까.’ 하니, 모두 아뢰기를, ‘위의 여러 속절은 너무 많아서 번거로울 듯하오니, 유두와 칠석은 빼고, 그 나머지 여섯 명절에만 잔치를 하는 것이 마땅하옵니다. 그러나, 사신이 서울에 있으면 괜찮지만 만약 먼 지방에 가 있으면, 여섯 명절에 다 사람을 보내어 잔치를 어려울 것이오니, 먼 지방에 가 있을 때는 설과 동지에만 사람을 보내어 위로함이 가하옵니다.’ 하니, 그대로 따랐다.”
위는 《세종실록》 13년(1431) 9월 12일 치 기록입니다. 오늘은 음력 9월 9일로 조선시대에 다른 나라의 사신에게 잔치를 베풀기까지 했던 명절 “중양절(重陽節)”입니다. 우리 겨레는 음양사상에 따라 양수(홀수)가 겹친 날(설날, 삼짇날, 단오, 칠석, 중양절)을 명절로 지냈는데, 중양절도 그 가운데 하나지요. 중양절은 숫자 ‘9’가 겹쳤다 하여 “중구(重九)”라 부르기도 합니다. 신라 때에는 중구에 임금과 신하들이 함께 모여 시를 짓고 품평을 하는 일종의 백일장을 열었습니다.
▲ 중양절, 산수유 열매를 꽂고 산에 올라가 국화주를 마시고, 국화전을 먹는다.(그림 이무성 한국화가)
중양절의 세시풍속으로는 “등고(登高)”가 있는데 붉은 산수유 열매를 담은 주머니를 차거나 머리에 꽂고 산에 올라가 국화전을 먹고 국화주를 마시며 즐겼지요. 붉은 수유 열매는 귀신을 쫓는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세시풍속은 조선말기 한양의 연중행사를 기록한 책 ≪열양세시기(洌陽歲時記)≫와 역시 조선말기의 세시풍속집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 기록되어 있지요. 또 중양절에는 국화잎을 따다가 술을 담그고, 화전을 부쳐 먹기도 했습니다. 이밖에 추석 때 햇곡식으로 차례를 드리지 못한 집에서는 이 날 차례를 지내기도 합니다. 오늘 중양절, 국화전을 안주로 국화주 한잔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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